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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ITARY

그날 밤 진실 ‘어뢰 파편’이 알고 있다

北 잠수함 스크루 끈 채 조류 타고 침투 유력 … 비접촉 근접 폭발로 천안함 두 동강

  •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그날 밤 진실 ‘어뢰 파편’이 알고 있다

그날 밤 진실 ‘어뢰 파편’이 알고 있다

4월 27일 천안함이 침몰한 인천 백령도 연화리 해안에서 해병대 장병들이 파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4월 25일 민군합동조사단(단장 윤덕용 KAIST 명예교수)이 “천안함은 수중(水中)에서 일어난 비(非)접촉 폭발로 두 동강이 나 폭침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힘으로써, 천안함은 북한 잠수함이 쏜 중(重)어뢰가 근접한 곳에서 폭발하며 일으킨 버블제트로 두 동강 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중어뢰를 쏜 북한 잠수함으로는 상어급이 거론되고 있다. 이유는 크기 때문이다. 북한은 마스트를 포함한 높이 7~8m에 길이 70~80m, 무게 1500여t인 로미오급 잠수함 22척과 위스키급 잠수함 4척을 갖고 있다. 천안함이 침몰한 곳의 수심은 45m이다. 이렇게 얕은 곳에선 1000t이 넘는 잠수함이 기동하기 어렵다. 로미오급과 위스키급이 천안함을 공격했을 가능성은 희박한 것이다.

북한은 상어급 잠수정 26척과 유고급으로 통칭되는 아주 작은 잠수정도 45척 갖고 있다. 100여t인 유고급 잠수정은 공작원 침투에 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일부는 지름 533mm(21인치)의 중어뢰 두 발을 탑재할 수 있게 개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50여t의 상어급도 공작원을 침투시키는 데 사용되는데, 어뢰 발사관이 설치돼 있어 두 발 또는 네 발의 533mm 중어뢰를 탑재할 수 있다.

자력으로 잠수함 탐지 어려운 천안함

상어급 잠수정의 길이는 35.8m이고 동체 지름은 3.8m 정도다. 여기에 마스트 등을 더하더라도 최대 높이가 6~7m밖에 되지 않아 수심 45m 내외의 천해(淺海)에서 작전을 할 수 있다. 천안함을 공격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건 당일 천안함은 6노트 남짓의 느린 속도로 항해했다. 이런 항해는 연료 사용을 최소화한 것으로 주로 안전수역에서 한다. 천안함은 백령도가 북한의 레이더파를 완전히 막아주는 곳에 있어 이런 항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 공격을 받았다는 것은, 북한이 사전에 천안함이 쉬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 1월 말 백령-대청도 쪽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북한이 해안포를 무더기로 발사한 사건이다. 지대함 미사일을 쏘려면 추적 레이더파를 발사해야 하는데, 우리 함정에는 이 레이더파와 접촉했음을 알려주는 경보 장치가 있다. 이 경보가 울리면 아군 함정은 바로 레이더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섬 그늘 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해안포 사용은 이와 다르다. 해안포는 가로 세로 얼마씩으로 한 구역을 정해놓고 그곳을 초토화하는 식으로 포탄을 퍼붓는다. 추적 레이더는 가동하지 않고, 임의로 정한 구역에 포탄비를 떨어뜨리는 식이다. 추적 레이더파 접촉 같은 사전 징후가 없기에 아군 함정은 되도록 해안포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북한이 이러한 해안포를 무더기로 쐈으니 아군 함정은 피신해야 했다. 섬은 레이더파뿐 아니라 포탄도 막아줄 수 있으므로 함정이 섬 그늘에 숨은 것이다. 며칠간 계속된 NLL 사격을 통해 북한은 천안함이 숨는 위치를 파악했을 수 있다. 그리고 D데이를 설정해 상어급 잠수정을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D데이 선정에는 백령도 일대의 어로 활동도 작용한 것 같다.

천해를 기동하는 잠수함은 그물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백령도 어민들은 4월이 돼야 주변 수역에 그물을 내린다. 따라서 날씨 등을 고려해 D데이를 정하면 3월 말이 될 수밖에 없다. 적당히 날씨가 나빠서 천안함이 파도를 피하는 피항(避港) 항해를 하기 위해 백령도 서남방으로 이동하는 때를 기다렸을 것이다.

천안함과 같은 작은 함정은 대잠(對潛) 작전에 한계가 있어 자력으로 잠수함을 탐지하기 어렵다. 잠수함을 찾으려면 소나를 가동해야 하는데, 가동에 들어간 소나 장비는 금방 뜨거워져서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잠수함이 있을 거라는 정보가 있어야 비로소 물속으로 핑핑 초음파를 쏘고 그 메아리로 잠수함 찾는 작전을 한다. 이 작전을 할 때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의식해 함정은 가스터빈을 켜고 고속 기동을 한다.

잠수함은 속도를 낼수록 산소가 금방 소모되고 스크루를 돌리는 배터리가 방전된다. 결국 잠수함은 물 위로 떠올라 산소를 채우고 엔진을 돌려 다시 배터리를 충전해야 한다. 부상한 잠수함은 쉽게 탐지되기에 링스 헬기나 P-3C 초계기로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천안함은 북한 잠수함이 침투한다는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물속으로 초음파를 쏘지 않고, 물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 일반적인 청음(聽音) 활동만 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청음 활동으로 △잠수함이 기동하는 소리 △이 잠수함이 천안함을 찾기 위해 소나를 가동해 쏜 초음파 △이 잠수함에서 발사돼 접근해오는 어뢰의 스크루 음을 들을 수 있느냐다. 현재로서는 이 잠수함이 소나가 아니라 잠망경으로 천안함을 찾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백령도 수역은 조류가 매우 빠르다. 여름철 홍수로 불어난 강물이 흘러가듯 와글와글 흐른다. 상어급 잠수정은 작으니 스크루를 돌리지 않거나, 돌리더라도 작은 소리만 나도록 가장 약하게 돌린 상태에서 이 조류를 타고 천안함 근처로 접근했을 수 있다. 그리고 잠망경을 뽑아 올려 천안함을 확인하고 중어뢰를 발사했을 것이다. 그러고는 잽싸게 도주해버렸기에 아군은 이후 수색에서 허탕을 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제 타입 53 중어뢰 탑재

이러한 추정이 맞으려면 천안함이 폭침된 현장에서 중어뢰 파편을 찾아야 한다. 어뢰에는 수상함을 직접 맞혀서 폭발하는 직주(直走) 어뢰도 있지만, 대부분은 목표물 근처에서 터져 강한 수압으로 상대 함정을 부러뜨리는 근접폭발 어뢰다. 근접폭발 어뢰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이를 위해 일부 근접폭발 어뢰는 유선(有線)유도를 한다. 발사된 어뢰는 가느다란 선을 끌고 나가는데, 이 선은 잠수함 어뢰 담당자의 조이스틱(joy stick)과 연결돼 있다. 어뢰 담당자는 조이스틱을 움직여 이 어뢰가 목표물 근처까지 정확히 가도록 유도한다.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에 탑재하는 독일제 SUT 어뢰가 대표적인 유선유도 어뢰다.

요즘 어뢰는 선 없이 유도된다. 즉, 목표 함정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스스로 찾아가는 것이다. 이를 ‘음향유도’라고 한다. 일부 어뢰에는 소나가 탑재돼 있어 이소가 작동해 목표물을 찾아간다. 자기 스스로 소나를 켜 목표를 찾아가기에 이 어뢰는 능동(能動) 어뢰라고 한다. 반면 음향 어뢰는 상대의 소리를 듣고 따라가는 것이기에 수동(受動) 어뢰라고 한다.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는 이 셋 중 하나일 것이다.

상어급 잠수정에는 러시아제인 타입 53형 중어뢰가 탑재된다. 타입 53형에는 타입 53-56, 타입 53-59 등 여러 갈래가 있다. 러시아제인 ET-80A 어뢰도 실을 수 있다. 중국은 이 어뢰를 토대로 음향 어뢰인 Yu-3G 어뢰를 생산했다. 중국어로 Yu는 ‘위’로 읽는데, 위는 고기 ‘어(魚)’자이므로 중국에서 이 어뢰는 ‘어(魚)-3G’로 표기된다.

한국 잠수함의 어뢰 지름도 533mm이다. 그러나 우리는 독일제 SUT 어뢰나 국산 백상어 어뢰를 탑재한다. 미국 잠수함은 마크-48 어뢰 등을 사용한다. 따라서 천안함이 공격받은 현장에서 어뢰 파편을 수거해 분석하면 어느 나라에서 만든 것인지 알 수 있다. 서해에서는, 더군다나 백령도에서 1해리밖에 떨어지지 않은 대한민국 영해에서는 미국이나 중국 잠수함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낮다.

미국 잠수함은 모두 덩치 큰 핵추진이고, 중국도 핵추진을 비롯해 덩치 큰 잠수함이 많다. 이러한 잠수함은 수심 45m의 천해에서 작전할 수가 없다. 천안함 침몰 현장에서 수거된 파편이 북한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어뢰의 파편이라면 답은 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그때를 대비해 북한은 벌써부터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0.05.03 735호 (p26~27)

이정훈 동아일보 논설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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