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35

2010.05.03

건강박람회와 암 진단키트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0-05-03 0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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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년 전 유전자 증폭기술을 이용해 암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벤처업체를 취재한 적이 있다. 의학박사이자 의대 교수 출신인 이 회사의 사장은 ‘진단기술만 발전하면 앞으로의 모든 불치 및 난치 질환은 감기보다 못한 질환이 될 것’이란 신념을 갖고 있었다. 당시 그는 벤처 창립 4년 만에 한 번의 소변검사로 16종의 성병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었고, 말라리아 진단키트를 개발해 동남아지역에 유·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임신 진단키트처럼 암 발병 여부를 소변검사만으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면 암은 이미 정복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암은 우리 국민의 사망원인 1위인 질환이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한 해 수천억 원에 이른다. 만일 그의 희망처럼 매일 아침 소변을 보면서 암 발병 여부를 초기에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된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한 집안을 망하게 하는 암 치료비가 확 줄어든다. 그로 인한 직간접 사회적 비용도 감소한다. 이는 건강보험 급여체계의 안전을 가져온다. 온 국민의 삶의 질이 덩달아 올라간다.

    건강박람회와 암 진단키트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한 대에 수백억 원이나 하는 암 치료기기를 구입하는 데 각축전을 벌이면서도 정작 암을 예방하고 진단하는 약물이나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일에는 수억 원의 예산을 배당하는 것조차 꺼린다. 정부의 기술개발 자금도 치료제와 치료기기 개발에 집중된다. 진단키트를 만든 벤처회사 사장은 “정부의 제약벤처 지원자금이 치료제 개발에만 몰리고 예방과 진단 쪽에는 너무 인색하다. 이는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가 주최하는 건강박람회가 10년 만에 서울에서 열린다고 한다. 주제는 ‘내가 디자인하는 건강생활’. 실제 박람회장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질환 예방법과 진단법을 찾을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정부는 이번 박람회를 기점으로 건강보건정책의 방향을 공급자형 ‘치료 중심’에서 수요자형 ‘예방과 관리 중심’으로 옮겨놓겠다고 다짐했다. 이 약속, 과연 얼마나 잘 지켜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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