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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텅 빈 가든파이브 결국 대기업 차지?

MB 추진한 청계천 상인 이주 상가 … 상권 활성화 위해 잇단 러브콜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텅 빈 가든파이브 결국 대기업 차지?

“어라, 주차권이 없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자리한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 차를 몰고 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 개방된 최신식 주차장에 잠시 당황할 것이다. 코엑스의 6배에 달하는 동양 최대 쇼핑몰로 청계천 복원사업에 따른 청계천 상인 이주대책 차원에서 추진됐다. 2008년 12월 완공. 그러나 1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동양 최대 유령단지’란 오명을 쓴 채 텅 비어 있다. 그나마 영화관과 찜질방이 성업 중이라 간간이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있다. 오는 사람이 드무니 주차료 걷기가 겸연쩍은 게 인지상정이다.

가든파이브가 ‘산송장’ 신세가 된 이유는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가 순조롭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03년 청계천 상인 6만명을 대상으로 한 이주 수요 조사에서 10%가 이주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근거로 점포 8360개, 연면적 82만300㎡(약 25만평)에 달하는 시설을 건립했다. 그러나 당초 7000만~8000만원으로 알려진 분양가(실평수 7평 기준)가 평균 1억7000만원에 달하면서 상인들은 이주 의지를 상실했다. 청계천 상인 대부분이 월세 100만~200만원을 내고 영업하는 영세업자인 까닭이다.

비싼 몸값에 입점률은 26%에 불과

텅 빈 가든파이브 결국 대기업 차지?
현재 가든파이브의 분양률은 54%, 입점률은 26%에 불과하다(표 참조).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SH공사는 1조3000억원의 공사대금을 전액 차입했다. 분양대금 수납실적은 4400억원에 조금 못 미친다(2010년 2월 말 기준). 매달 이자로만 40억원이 나간다. 사정이 좀체 나아지지 않아 정식 개장도 네댓 번 무산됐다. 이달 말로 다시 잡힌 ‘그랜드 오픈’ 행사도 취소될 게 뻔하다.



상황이 이러하자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CJ가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라이프(LIFE) 영(Young)관 10층에서 영업을 개시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SH공사는 ㈜이랜드리테일과 뉴코아아울렛(이하 뉴코아) 입점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이달 안에 툴(TOOL)관 지하 1층 전체를 신세계에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대금은 874억원. 이 자리에는 신세계가 운영하는 대형할인점 이마트가 들어온다.

이마트 입점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양상이다. 툴관 지하 1층의 총 261개 점포 중 7개만 분양됐기에 가능했다. 이곳 분양자들은 이마트를 위해 같은 건물 2층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신세계가 가든파이브의 ‘악성적’ 미분양 덕을 본 셈이다. 신세계 측은 “송파지역에 이마트가 없는 데다 입지조건이 괜찮다고 판단해 입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가든파이브 미분양은 이마트로서는 오히려 호재다. 서울에서 대규모 입지를 찾기가 날로 어려워지는 것이 요즘 대형할인업계의 고민이기 때문. 이번 분양으로 신세계는 계약면적 3만3783㎡(약 1만평)를 확보한다. SH공사 관계자는 “주차면적, 공용면적 등을 제외하면 매장면적은 7000~8000평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가 ‘프리미엄 대형마트’라고 자랑하는 이마트 자양점(3600평)보다 2배 이상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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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패션관의 텅 빈 매장 내부(위)와 뉴코아아울렛 유치를 추진하는 상인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이와 반대로 뉴코아는 유치냐, 무산이냐의 기로에 놓였다. 당초 뉴코아는 라이프 영관 및 패션관 1~7층(총 1294호)에 입점할 계획이었다. 보증금 100억원, 월세는 매출의 4%, 임대기간 10년의 조건이었다. 그러나 일부 상인의 ‘조건부’ 반대가 좀체 풀리지 않고 있다. 이들은 10년의 임대기간이 너무 길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MD(상품구성)를 변경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찬성 측은 “집을 전세 놓으면서 건넌방은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뉴코아 없이 상권 활성화는 요원하다”고 맞서고 있다.

상인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SH공사와 이랜드 측은 관망하는 자세로 돌아섰다. SH공사 측은 “뉴코아 유치는 애초 상인들이 먼저 제안한 것”이라며 “상인들의 대립이 계속된다면 손을 떼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랜드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든파이브 입점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텅 빈 가든파이브 결국 대기업 차지?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는 라이프(LIFE), 웍스(WORKS), 툴(TOOL) 등 3개 단지로 구성돼 있다(왼쪽부터). 그중 라이프는 영(Young), 패션(Fashion), 리빙(Living), 테크노(Techno) 4개 관으로 나뉜다.

SH 측, “안 만나본 기업 없다”

‘뉴코아 분란’으로 크게 덴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가든파이브를 살려낼 묘안은 대형업체 유치밖에 없다는 것이 SH공사 측의 주장이다. SH공사 가든파이브 활성화기획단 관계자는 “가든파이브에 필요한 것은 집객(集客) 구실을 할 대형 테넌트(tenant·임차인)”라며 “이들이 마중물이 돼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대형할인업체, 아울렛, 영화관 등이 들어서 사람들이 모이면 청계천 상인들도 자신감을 갖고 입주할 것이란 얘기다.

이미 SH공사 측은 대규모 유통망을 보유한 기업들과 활발한 접촉을 시도 중이다. 명품아울렛, 전자제품 유통업체, 대형서점 등이 그 대상으로 꼽힌다. SH공사 관계자는 “안 만나 본 기업이 없을 정도”라며 “여러 기업들로부터 프러포즈도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백화점 4개가 동시에 들어와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가든파이브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청계천 상인들만으로는 다 채울 수 없다”며 “따라서 대형업체와 청계천 중소상인들이 섞여 있는 형태로 상권이 구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계천 상인들을 4200번 이상 만나 설득했다.” 청계천복원사업을 최대의 치적으로 꼽는 이명박 대통령이 즐겨 하는 말이다. 그 설득의 ‘열매’인 가든파이브가 청계천 상인들에겐 계륵(鷄肋), 서울시민에겐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결국 이 열매의 주인은 대기업이 되는 걸까. 가든파이브의 내일에 시민들의 눈이 쏠리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0.03.23 728호 (p50~51)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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