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2

2010.02.02

중앙정치 입김에 또 휘둘리나

6·2 지방선거, 정당구도·세종시 이슈 결정적 변수 될 듯

  •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leehw@sogang.ac.kr

    입력2010-01-26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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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지방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유감스럽게도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한 지방자치의 구현은 이번에도 요원하다. 이전 선거와 마찬가지로 중앙정치의 역학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 중앙정치의 이슈와 구도가 지방선거 결과를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 중심에 세종시 문제가 있고, 지방선거 결과는 향후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학문적으로 볼 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당, 이슈, 그리고 후보자로 대별된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 역시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먼저 정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유권자 대부분이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정당구도가 특히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노당 등 기존 정당에 더해 친박연대와 최근 창당한 국민참여당, 그리고 소위 시민세력의 결집을 도모하는 ‘희망과 대안’이 정당 경쟁구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정치세력들이 지방선거에서 각각 독립된 선거운동을 치른다면, 기존 정당에게는 매우 곤혹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선거가 될 수 있다. 기존 정당의 지지층 분열과 표 분산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8개 선출직 8번 투표 유권자들 부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이슈는 역시 세종시다. 민주당은 세종시 문제를 당의 정체성을 세우는 계기로 삼는 동시에 여당의 실정(失政)을 들춰내는 출발점으로 삼을 게 뻔하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4개월 동안, 한나라당과 청와대는 국민을 설득하려 노력하겠지만 세종시의 큰 그림이 발표된 현시점까지 국민의 반응은 여당에게 그리 유리하지 않다.



    더욱이 한나라당 내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사이의 갈등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여당의 집중된 힘은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만일 이번 지방선거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으로 전개된다면, 여당에게 세종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지역 정서를 감안한 선거운동을 펼칠 경우, 여당은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야 각 정당들의 후보자 공천 방식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상향식 공천이 바람직하다는 규범론에는 여야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제도는 그동안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여야 정당들은 상향식 공천 비율을 점점 줄이는 대신, 전략 공천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였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들은 일제히 새로운 형식의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을 공언하고 있지만, 공천에 따른 당내 분란과 불복 사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당마다 후보자나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시·도지사, 지역구 시·도의원, 비례대표 시·도의원, 구·시·군의장, 자치 구·시·군의원, 비례대표 자치 구·시·군의원에 교육감선거 및 교육의원 선거를 포함해 총 8개 선출직을 뽑아야 한다. 유권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특히 상당수의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표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런 선거에서 선출된 공직자에게 유권자들이 얼마나 정통성을 부여할지 의구심이 생긴다.

    오는 6·2 지방선거가 또다시 유권자와 유리돼 정치권력의 배분만 이루어지는 정치행사로 전락한다면, 정치권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끌기는커녕 다시 한 번 국민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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