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4

2009.12.08

싱글녀 은수 심리극으로 과감한 각색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09-12-03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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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글녀 은수 심리극으로 과감한 각색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는 정이현의 동명 소설과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 드라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설도 베스트셀러였고, 드라마 역시 담담하면서도 섬세한 톤으로 서른한 살 ‘싱글녀’ 은수의 삶을 그리며 주목받았다. 원작이 인기작일 경우 이를 각색한 뮤지컬은 ‘원작의 매력을 얼마나 잘 살렸는가’로 평가받곤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원작에 구애받지 않고 무대에 맞는 짜임새와 완결성을 갖추는 것이다.

    이 뮤지컬은 과감하고 신선한 각색을 시도했다. 사회자의 등장, 후반부의 충격적인 반전 등에서 연극적인 장치를 활용해 밋밋하게 늘어질 수 있는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였다. 또한 ‘선택’을 중심 테마로 잡아 극을 이끌면서,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그로테스크한 심리극으로 전환하는 과감함도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조화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2막에서 반전을 통해 은수의 내면을 밀도 높게 부각하기에는 캐릭터의 디테일이 풍부하지 않고, 1막에서 진행된 사건과 스토리도 평범한 편이다. 등장인물과 이야기 구조가 단순화된 면도 있는데, 이 때문에 반전이 이뤄졌을 때 납득시킬 만한 개연성이 충분히 마련되지는 못했다. 그리고 내용의 무게와 어두운 색감에 비해 음악의 멜로디가 발랄하고 귀에 익숙하며 구조적으로도 단순한 느낌이다.

    원 세트인 무대의 뒷면과 옆면은 많은 문으로 구성된 3층의 건물 구조를 이룬다. 문은 반투명한 천 같은 바리솔 재질로 만들어졌고, 여기에 장면별로 배경 영상을 투사한다.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한 내용과 어우러지도록 사실적이기보다 모던하게 디자인됐다. 그러나 영상이 강하고 만화적인 느낌을 줘 작품의 전체 분위기와는 다소 괴리된다.

    무대 연출에서는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을 보여주며, 양식화한 동작이나 조명 등을 통해 심리적인 공간과 일상 공간을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특히 ‘위치’(사회자)가 등장하는 부분이나 은수의 판타지 장면들이 펼쳐질 때면 섬세하게 디자인된 블루 조명으로 반전에 대한 복선을 깐다.



    ‘달콤한 나의 도시’는 과감한 각색으로 독특한 색감을 불어넣었지만, 장르의 정체성을 좀더 확실히 설정하고 그에 맞는 콘셉트로 요소들을 정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칫 스토리라인 중심도, 파편화한 콘셉트 뮤지컬도 아닌 모호한 상태에서 말하려는 바의 길을 잃을 수도 있을 듯하다. 김우형, 박혜나, 이정미, 에녹, 송용식 등 출연. 극장 ‘용’에서 12월31일까지, 문의 1544-5955.

    713호 90쪽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 리뷰의 줄거리 중 ‘자살한 여인으로부터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당한 사실이…’를 ‘한 여인으로부터 혼인빙자간음으로 고소당한…’으로 정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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