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2

2017.04.05

스타트업 열전 | 버틀러

대리운전의 고정관념을 깨다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 ‘모시러’

  • 김지예 스타트업칼럼니스트 nanologue@naver.com

    입력2017-04-04 09:28:25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늦은 시각 여성 승객의 대리운전 요청을 받고 태우러 나갔어요. 승객은 차에 탄 순간부터 어딘가에 전화하더니 40분여 되는 시간 내내 통화를 하는 거예요. 특별한 용건이 있다기보다 무서워 그런 것 같았어요. 대리기사가 어떤 사람인지 신뢰할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불안감?

    여성 승객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결심했죠. 여성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안전한 대리기사 서비스를 만들겠노라고.” 어디든 ‘모시러’ 가는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회사 ㈜버틀러를 창업한 이근우 대표의 말이다.



    자동차에 빠진 공동창업자 3인

    이 대표가 처음부터 대리운전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대학에서 언론영상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마케팅영업 부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그는 퇴사 후 제주에서 여행 잡지를 만드는 것으로 첫 창업에 뛰어들었다. 제주에 머무는 동안 렌터카를 타고 지인들에게 명소와 맛집을 소개하던 것이 ‘모시러’ 서비스의 모태가 됐다.



    이 대표와 의기투합한 다른 공동창업자 2명도 각각 자동차, 운송 관련 창업 경험을 갖고 있다. 운전기사 공유를 비롯해 프리미엄 차량 관리, 화물운송 플랫폼, 온라인 퀵서비스 등을 두루 경험해 운송시장 트렌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지금도 현장의 ‘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팀원이월평균 20시간 이상 직접 운전대를 잡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모시러’는 온라인으로 원하는 시간을 골라 예약할 수 있는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다. 의전이나 에스코트, 공항 픽업 등이 필요한 기업뿐 아니라 자녀의 등하교나 학원 픽업이 필요한 학부모, 거동이 불편한 실버세대 등 활용 폭이 넓다는 게 장점이다. ‘모시러’의 운전기사들은 팁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해피콜을 통해 고객의 긍정적인 피드백이 있으면 시급이 올라간다. 버틀러는 이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운전기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자부심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현직 배우들이 운전기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특이하다. 현재 ‘모시러’에 등록된 운전기사 400여 명 가운데 다수가 뮤지컬배우, 연극배우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이 대표의 학부 시절 전공과 연관이 깊다.

    “언론영상학을 전공해 주변에 배우 일을 하는 친구가 많아요. 배우는 일이 일정하게 있는 게 아니라서 연기로만 생계를 꾸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매일 고정적인 시간에 해야 하는 아르바이트도 하기가 어렵고요. ‘모시러’는 배우의 빈 스케줄에 맞춰 배차를 하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에 부업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또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라 고객을 대할 때도 낯을 가리거나 어색함이 없이 자연스럽고 친절하기도 하고요.”

    초창기 회사 인지도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는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배우 사이에서 ‘꿀알바’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는 지원자도 제법 많아졌다.



    100점 만점에 85점 미만은 탈락

    이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무엇보다 ‘신뢰’다. ‘모시러’는 운전기사의 운전 능력은 물론이고, 고객을 상대로 한 서비스 능력도 철저히 검증하고자 자체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운전기사 교육 시 자체적으로 운전 능력을 포함해 25가지 항목을 테스트하며, 100점 만점에 85점 미만인 이수생은 재교육받게 하거나 탈락시킨다. 서비스에 대한 고집스러움이 입소문을 타면서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원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고객의 요청이 늘어나는 추세다.

    진입 장벽이 높은 특급호텔 리무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주로 외국인 투숙객을 공항에서 호텔까지 픽업하거나 체크아웃 후 다시 공항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하는데, 한국 방문 경험의 처음과 끝을 담당하는 것이기에 한국의 서비스에 대한 각인 효과가 특히 크다. 호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해 용모와 서비스 면에서 모두 ‘각’ 잡힌 ‘모시러’의 운전기사들을 선호한다고.

    ‘모시러’의 서비스는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차량 픽업과 딜리버리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회사 임원을 대상으로 한 의전 서비스의 비중도 점차 커지고 있다. 개인 수행기사를 고용하기 힘든 외국계 기업에서 필요한 시간에만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는 것.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운전기사를 직접 고용하면 인건비를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지만, ‘모시러’ 서비스를 활용하면 필요할 때만 시간 단위로 쓸 수 있어 그만큼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여성 고객이 ‘모시러’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여성 운전기사를 먼저 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여성 운전기사는 7명가량이 활동 중이며, 앞으로 더 확충할 계획이다. 여성 운전기사는 바쁜 업무로 자녀 픽업이 어려운 워킹맘이 주로 원한다고 한다. 특히 여자아이를 둔 워킹맘의 선호도가 높다고.

    “현재 400명가량의 운전기사가 활동 중인데, 더 많은 고객에게 신뢰 가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올해 말까지 1000명으로 그 수를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더 많은 고객을 ‘모시러’ 가고 싶다는 이 대표의 포부가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버틀러의 ‘모시러’는…지난해 4월부터 서비스 중인 ‘모시러’는 차량을 소유한 고객의 운전을 대행하는 시간제 수행기사 서비스다. 기업 임원이나 해외 바이어 등을 위한 의전 및 에스코트나 일일 골프장, 공항 픽업 등 전문 운전기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서비스를 신청하면 된다. 온라인으로 시간 단위 예약이 가능하며 투명한 요금 정책, 일률적인 시간제 과금, 체계화된 서비스 교육 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모시러’는 특급호텔과 연계해 리무진 운전기사나 공항 송영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으며, 렌터카 회사와 협업을 통해 접점을 확대해가고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매칭이 쉽지 않은 기존 대리기사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가격 구조와 서비스 품질을 높인 점을 인정받아 최근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