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1

2009.11.17

커졌다 세졌다 ‘러브 스포츠’ [러시아·브라질]

풍부한 선수 자원·막강 달러 결합 … 국제 스포츠계 강자로 떠올라

  • 이재철 스포츠 자유기고가 kevinjlee7@nate.com

    입력2009-11-11 19: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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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졌다 세졌다 ‘러브 스포츠’ [러시아·브라질]

    남미 첫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순간 룰라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축구 황제’ 펠레가 감격에 겨워 얼싸안고 있다.

    신흥 강국 러시아와 브라질은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점점 키워나가고 있다. 석유 등 천연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는 미국과 패권을 다투던 냉전시대 때처럼 강국의 토대를 닦고 있으며, 광물과 농산물이 넘쳐나는 브라질도 남미 최강국을 넘어 세계 경제대국의 꿈을 꾸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최근 스포츠계에서도 막강 파워를 과시하며 스포츠 강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브라질은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을 연달아 유치했다.

    러시아는 구(舊)소련 시절 올림픽에서 늘 1, 2위에 오르던 아마추어 스포츠 강국이었다. 구소련 붕괴 이후 한때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힘을 잃었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축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 무대에서 옛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축구에 투자하는 러시아 거부들

    러시아 스포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축구다. 월드컵보다 참가팀의 평균 전력이 높다는 2008 유럽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08)에서 준결승에 진출했고, 2010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는 세계 랭킹이 37단계나 아래인 슬로베니아와의 2연전을 앞두고 있어 월드컵 본선 진출이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러시아 축구 대표팀의 간판선수 아르샤빈은 2008~09 시즌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에 입단해 12경기에서 6골을 기록했으며, 2009~10 시즌에도 UEFA컵 챔피언스리그 2골을 포함해 현재까지 5골을 넣었다. 대표팀 동료 파블류첸코도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컵대회를 포함해 총 14골을 뽑아냈는가 하면, 첼시의 지르코프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21일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러시아 프로팀 루빈 카잔이 디펜딩 챔피언 바르셀로나를 2대 1로 격침했다.

    바야흐로 러시아 축구의 전성기가 다시 열린 듯하다. 이처럼 러시아 축구가 강해진 데는 오일달러의 힘이 크다. 유가 폭등의 수혜국 중 하나인 석유 부국 러시아는 풍족한 자금을 바탕으로 히딩크와 아드보카트 등 네덜란드 출신의 명장을 각각 러시아 대표팀과 프로축구팀 제니트의 사령탑에 앉혔다. 자신이 맡은 대표팀을 3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시켰던 히딩크 감독은 유로 2008 4강 진출을 이뤄냈으며, 지금은 러시아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무대에 올리기 위해 땀을 쏟고 있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해 소속팀 제니트를 UEFA컵 챔피언에 올려놨다. 또한 러시아는 막대한 돈을 들여 자국 리그에 해외의 우수 선수들을 대거 들여오고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현재 러시아 프로리그에 브라질의 준(準)국가대표급 선수가 많이 뛰고 있다. 네덜란드 프로리그보다 수준이 높은 것 같다”면서 “로만 아브라모비치처럼 해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던 러시아 거부들이 국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러시아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러시아 축구의 성장 원인을 설명했다.

    이런 적극적인 투자가 대표팀과 자국 프로리그의 경쟁력을 키웠고, 나아가 해외 프로무대에서도 자국 선수들이 선전하는 선순환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 러시아의 오일달러가 자국 스포츠의 영향력을 키우는 데 기여한 다른 사례는 바로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다. 푸틴 총리는 대통령 시절이던 2007년 당시 동계올림픽 후보지로 인지도가 떨어지던 소치에 무려 4000만 달러(약 47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런 막강한 오일달러가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한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최고 갑부인 미하일 프로호로프는 지난 9월 미국 프로농구의 뉴저지 네츠팀을 인수했으며,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여자프로테니스에서는 현재 세계 랭킹 1위 사피나를 비롯해 5위 안에 러시아 선수가 3명이나 포진해 있다. 외모와 실력을 두루 갖춰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샤라포바도 러시아 선수. 이종격투기의 제왕 표도르, 여자 장대높이뛰기 세계기록 보유자 이신바예바도 러시아 출신이다. 러시아 남자배구는 현재 세계 랭킹 2위에 올라 있다.

    2500억원에 사들인 올림픽 중계권

    브라질은 지난 10월3일(한국 시간) 국가적인 경사를 맞았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IOC 121차 총회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市)가 2016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기 때문. 2014년 월드컵까지 유치한 브라질은 이로써 2년간 두 개의 메이저 스포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데는 축구황제 펠레와 룰라 대통령의 치열한 유치 노력도 있었지만, 제3세계 국가로는 파격적으로 2억1000만 달러(약 2480억원)를 들여 IOC와 올림픽 중계권을 체결해 IOC에 재정적 도움을 준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자원 수출로 얻은 달러를 올림픽 유치에 투자하면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경우다. 브라질은 자타 공인의 세계적인 축구 강국. 유로 2008 이후 한동안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스페인에게 내줬지만 컨페더레이션컵 우승 이후 다시 1위에 복귀했다. 최근엔 2010 남아공월드컵 남미지역 예선에서 1위로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브라질 축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한 해설위원은 “화려한 개인기보다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카를로스 둥가 감독의 지휘체계가 완전히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금의 브라질 대표팀은 예전만큼 화려한 멤버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컨페더레이션컵과 코파아메리카에서 우승하는 등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브라질에 ‘세계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는 또 다른 종목은 배구다.

    현재 남녀 모두 부동의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배구는 브라질에서 축구 다음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클럽 형태로 운영되는 팀만 500개 이상이고 선수도 1만명이 넘는(2006년 기준) 등 저변이 탄탄하다. 남미 선수 특유의 유연성에 파워, 스피드, 조직력의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브라질은 이종격투기 강국이기도 하다.

    주짓수(관절 꺾기나 조르기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브라질 유술)의 달인으로 450전 무패를 기록했던 힉스 그레이시, 화끈한 경기로 많은 팬을 가진 반다레이 실바,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이 모두 브라질 선수다. 국내 펀드시장에서 ‘러브펀드’로 불리는 러시아·브라질 펀드는 올해 100%가 넘는 대박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자원 강국, 경제 강국으로 국제적 영향력이 증대했기 때문. 러시아와 브라질 스포츠의 대박 이면에도 같은 이유가 숨어 있다. 국제 스포츠계에서 두 나라의 대박행진이 계속 이어질지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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