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1

2009.11.17

그림, 익숙한 그 매력

일민미술관 ‘원더풀 픽처스’展

  • 호경윤 월간 아트인컬처 수석기자 sayho11@gmail.com

    입력2009-11-11 1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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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익숙한 그 매력

    <B>1</B> 전웅 ‘원더우맘’ <B>2</B> 서지형 ‘studio’ <B>3</B> 남경민 ‘몬드리안’ <B>4</B> 심우채 ‘환희’ <B>5</B> 김철우 ‘설악산’

    세상 참 좋아졌다. 미술가도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온다. 영화 ‘팩토리 걸’ 덕분에 앤디 워홀이 미국의 현대미술가인 것은 물론 마약을 복용했다는 사실도 알 수 있게 됐다. 이렇듯 미술이 대중화한 지금,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일까.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원더풀 픽처스’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서 ‘화가’로 활동하는 174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놓았으니, 자연스럽게 유행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술 영역은 고독했다. 음악이나 무용은 비교적 친근한 예술분야다.

    하지만 미술은 굳이 붓을 들어야 하는 부수적이고도 지적인 특성 때문에 무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다. 그래서 미술가들은 대중과 친해지고자 다양하게 노력해왔다. 설치미술, 공공미술, 환경미술, 미디어아트 등 새로운 매체와 기술을 동원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미술의 바탕은 여전히 그림이다. 조각을 할 때도 에스키스(밑그림)를 그려야 하고, 영상이나 사진을 다룰 때도 기본적으로 이미지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 한다. 관객 처지에선 ‘미술은 곧 그림’이라는 등식을 깨기가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그림이란 무엇일까.

    만화 ‘플랜더스의 개’ 주인공 네로는 꿈에 그리던 루벤스의 그림을 보면서 행복한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간절한 대상은 아닐지라도 그림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어렸을 적 엄마 아빠를 그렸고, 좀더 커서는 친구에게 편지 보낼 때 글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을 그림에 그려 넣기도 했다. 어른이 돼서는 거실의 빈 벽면을 보며 ‘그림 하나 놓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림은 보관과 이동이 간편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작품을 사 모으는 사람에게는 재산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여러 측면에서 미술의 ‘원형’을 찾아내려고 한다. 미술의 다양한 양식 중 가장 보편적인 표현방식이고 친근한 영역인 그림의 매력을 되짚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1, 2층으로 된 전시장에 들어가면 빈 벽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그림이 걸려 있어 전시 전경 자체가 놀라움이다. 낯설기만 한 디스플레이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미술관 ‘원형’의 모습이다. 오늘날 미술관은 르네상스 시대, 진귀해 보이는 물건(박제, 민속품, 그림)을 한 방에 몰아넣어 구경하던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에서 시작했다.

    국내 화가 174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작가 한 사람의 작품세계를 찬찬히 보여주거나, 특정 주제를 정하고 그에 걸맞은 작가들을 초대하는 것이 요즘 전시의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엔 미술관의 역할이 조금 다르다. 그저 멍석을 깔아줄 뿐이다. 174명의 작가를 한두 가지의 가늠자를 두고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시를 위해 미술관 학예팀에서는 국내 20~40대 작가들을 조사해 1차적으로 800명을 확보했고, 그중에서 어렵게 174명을 선별했다.

    출품작의 수만큼 그림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인물화와 풍경화, 추상화와 구상화, 유화와 수채화, 동양화와 서양화 등 무궁무진하다. 전시장 입구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는 이른바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며 ‘무시’당했던 작품들도 걸려 있다.

    수많은 작품 중에서 당신의 눈을 사로잡는 ‘원더풀 픽처스’는 무엇인가? 화려한 꽃이 그려진 그림인가, 아니면 앙증맞은 캐릭터들을 그린 그림 또는 예쁜 여자를 그린 그림인가. 미술관에서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르는 앙케트를 실시했다. ‘그림’을 매개로 한 관람객과의 소통이다. 2010년 2월28일까지 일민미술관, 문의 02-2020-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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