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11

2009.11.17

나를 키운 건 8할이 ‘검색’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09-11-09 1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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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10년 전입니다. ‘인터넷’이라는 별천지에 처음 발을 내디딘 게 1999년입니다. 그때까진 주위에서 열풍처럼 도스(Dos)를 배운다고 야단법석을 떨어도 꿋꿋이 버텼습니다. PC통신으로 채팅하고 소설을 읽느라 밤을 지새우는 것은 저와는 무관한 얘기였습니다. 자연스레 ‘컴맹’이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인터넷은 달랐습니다. 복잡하게 프로그램을 깔 필요도 없이 클릭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모습에 제대로 한 방 얻어맞았습니다. 속수무책. 결국 컴퓨터 앞에 백기투항했습니다. 모두들 스타크래프트며 채팅에 빠질 때, ‘첫사랑’처럼 제 눈길을 확 잡아끈 것은 ‘검색’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검색이었다’고 할 만큼,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지금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학창시절 리포트를 쓰거나 공모전에 참여할 때면 녀석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습니다. 이제 검색은 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입니다.

    취재 지시를 받으면 저도 모르게 검색부터 하게 됩니다. 이전에 그 주제에 관해 어떤 기사가 나왔고, 현재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죠. 그런 모습을 보며 20년차 선배들은 “세상 참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우리 초년병 때는 옛날 기사 찾는 게 주임무였어”라고도 합니다.

    15년 전만 해도 지난 기사를 찾으려면 회사 자료실 문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가나다순으로 된 두꺼운 서류철에서 해당 기사를 골라 복사해서 읽었습니다. 자료 몇 개를 찾느라 몇 시간씩 허비하기 일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단 한 번의 검색으로 해결됩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검색’
    자료실에 갈 필요도 없고, 작은 노트북 안에서 ‘클릭’ 하나면 됩니다. 물론 문제점은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만 건씩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과연 어느 게 믿을 만한 것인지 취하고 버리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정보의 ‘양’이 아닌 ‘질’이 문제가 되는 셈이죠.

    그래서 검색의 자율성이 중요합니다. 포털이 보여주는 정보에 길들여져서는 능동적인 검색이 힘듭니다. 정확하고 빠른 검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급 정보에 접근하는 검색력도 필요합니다. ‘정보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주도적으로 검색하는 습관을 익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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