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3

2009.07.07

피맛골이 그립지 않은 이유

  • 입력2009-07-01 13:2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피맛골이 그립지 않은 이유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생전의 과오보다 공을 더 떠올리고 좋은 이야기만 하려는 경향이 있다. 재개발이 한창인 종로의 피맛골에 대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관련 보도는 피맛골 찬양과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일색이다. 거길 드나들던 이들도 좋았던 추억만 노래한다.

    필자도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다시 예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가는 것에는 반대한다.

    저렴한 가격과 편한 분위기는 큰 장점이었지만 비위생적인 환경과 불결한 화장실, 음식 재활용의 관행은 꽤나 불만이었고 불안했기 때문이다.

    허름하고 너저분한 환경도 추억이고 낭만이라 여기는 이도 있겠지만 88서울올림픽 끝난 지가 언젠데 아직도 지저분한 곳에서 밥을 사먹고 행복하다 외칠 것인가. 그런 깨끗하지 못한 식당에서 낭만과 추억을 찾으며 TV에서 보는 중국의 식당과 식재료가 불결하다고 비웃는 이중성을 지닌 이들이 피맛골 단골들이었다. 그런 두 얼굴의 단골들 덕에 피맛골은 수십년 전 수준의 위생환경으로도 당당히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미 피맛골의 대규모 재개발은 시작됐다. 추억과 낭만만 되새기며 이전 모습으로의 부활을 꿈꾸기보다는 예전의 비위생적인 면을 반성하고 더 깨끗한 식당가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가격이 좀 오를 수도 있겠지만 전에 없던 위생을 얹어 사먹는다 여기면 마음이 편해지고, 달라진 모습이 낯설더라도 새로운 추억을 쌓아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불결함 또한 낭만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피난시절 맛본 꿀꿀이죽이 황홀했다고 지금도 미군부대 쓰레기장에서 먹다 버린 햄과 소시지를 주워 끓인 부대찌개를 사먹는 정도니, 이런 사람들을 위한 특별 식당을 운영해봄직도 하다. 1960~70년대식 뒷골목 식당을 주방 화장실 위생까지 그대로 재현해서 운영하며, 그에 따른 위험은 일절 식당에 묻지 않는다는 각서를 고객에게 쓰게 하면 될 것인데, 얼마나 단골 확보가 될지.

    kr.blog.yahoo.com/igundown
    Gundown은
    높은 조회 수와 신뢰도로 유명한 ‘건다운의 식유기’를 운영하는 ‘깐깐한’ 음식 전문 블로거입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