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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own, it’s so coo∼l!”

코리아타운, 뉴요커들의 팬시한 놀이터로 진화 … 오십세주 마시고 노래방 순례

  • 조인직 동아일보 기자·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 cij1999@donga.com

“K-town, it’s so coo∼l!”

“K-town, it’s so coo∼l!”

32번가 한인타운.

‘Tomorrow is our big night out in K-town with Cluster G. Dinner : Kang Suh (7pm to 9pm sharp) Karaoke : Chorus (9pm to whenever)(내일은 코리아타운에서 G반 학생들과 성대한 조인트 파티가 있습니다. 저녁은 강서회관에서 오후 7시부터 9시 정각까지, 노래방은 인근의 ‘코러스’에서 9시부터 ‘올나이트’로)’.

최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B반의 대외협력부장 학생이 기말고사가 끝난 뒤 반 학생 전체에게 e메일로 돌린 내용이다. 이 학생은 한국, 한국인과 전혀 연고가 없는 미국 동부 토박이다.

특이한 것은 미국인들끼리 이미 ‘K-town’으로 한인타운을 줄여 말하고 있다는 점, ‘강서회관’ 대신 ‘캉서(Kang Suh)’라고만 한다는 점, ‘코러스’라고 하면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점이다. 요컨대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와 32번가 교차로에 자리한 한인타운은 미국 주류 젊은이들도 즐겨 찾는 ‘팬시(fancy)한 놀이터’로 변모했다는 것.

예일대를 졸업하고 뉴욕의 컨설팅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지미 창(28) 씨는 “뉴욕 월스트리트나 미드타운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 중 상당수가 ‘K타운’에 단골업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종업원들의 서비스가 빠르고 음식이 맛있는 데다 24시간 영업하는 업소가 많아 실컷 놀 수 있다는 점이 K타운을 찾는 미국인의 주된 반응이다.

빠른 서비스 맛있는 음식 “반했어요”



한인타운에서 요즘 가장 잘된다는 식당 ‘큰집’. 이곳 손님 가운데 외국인의 비중은 평일에는 약 50%, 주말에는 70%까지 높아진다. 5월3일 점심때도 12시가 넘어서자 하나둘 대기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사장 박해화(56) 씨는 “20년 전에는 한인타운 한식당에 일주일에 다섯 번 넘게 오는 ‘한국인 단골’들이 늘 자리를 차지했고, 10년 전쯤부터는 한국 유학생들과 그들을 따라온 외국인 그룹손님의 비율이 높았다. 요즘에는 많은 외국인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외국인끼리 앉아 백세주에 소주를 섞은 ‘오십세주’를 만들어 먹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한식 메뉴의 이름은 ‘스시’처럼 완전히 세계화한 상태는 아니다. 손님에 따라 ‘테이블 바비큐(숯불갈비)’를 외치는 사람도 있고 ‘갈비’ ‘된장’ ‘순두부’를 한국 사람처럼 발음하며 주문하는 외국 손님도 있다.

일본인과 동남아인이 특히 좋아하는 감자탕은 ‘돼지뼈국’의 의미를 담은 ‘포크 본 스튜’(혹은 수프) 등으로 통용된다.

“K-town, it’s so coo∼l!”

설렁탕집 ‘감미옥’. ‘큰집’의 대표 메뉴인 ‘오가닉(유기농) 쌈밥’과 포크 본 스튜(감자탕). 오픈 준비 중인 ‘교촌치킨’.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만두바’.(좌측부터)

다만 음식 시킬 때 쓰는 ‘여기요~’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함께 외국인이 가장 즐겨 쓰는 표현 중 하나라는 게 많은 한인타운 음식점 측의 이야기다. 미국 업소처럼 웨이터가 올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원할 때는 언제든 ‘여기요~’ 하고 외치면 빠른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이 미국인에게 톡톡히 어필한다는 것이다.

32번가 한인타운 내 음식점은 대개 주 메뉴를 앞세운 ‘고깃집’을 표방하지만 없는 게 없는 종합한식집이자 주점이다. 숯불갈비부터 설렁탕, 아귀찜, 탕수육, 잡채, 해물파전, 심지어 생선초밥까지 한국의 가정과 외식업소에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요리가 제공된다.

저녁 9시경부터는 찌개 요리를 사이에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는 주객이 모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북적인다. 가격도 꽤 비싼 편이어서 저녁때 2명이 반주 한 잔 곁들여 적당히 먹으면 최소 50달러(약 6만5000원)는 든다. 이는 고급 주거지인 소호나 미드타운 일대의 웬만한 일식집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

K타운이 요즘 ‘너무 잘나가는’ 탓에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일본 미쓰비시 UFJ은행 로스앤젤레스 주재원 출신인 에미 모리토(32) 씨는 “순두부의 경우 로스앤젤레스에 비하면 맛과 서비스는 70% 수준이나 가격은 두 배가 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뉴욕대 근처나 뉴저지, 플러싱 등지에 조성 중인 한인타운이 좀더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손님을 유치하는 것에 비하면, 뉴욕 32번가 한인타운은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한인타운에서 대중적 지명도가 가장 높은 곳은 한인타운 초입에 있으면서 규모도 꽤 큰 편인 ‘강서회관’과 ‘감미옥’이 꼽힌다. 강서회관은 1인분에 30달러 수준의 양념갈비, 감미옥은 10달러 안팎의 설렁탕이 주요 메뉴다. 강서회관은 최근 박연차 전 태광실업 대표가 지인을 시켜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게 뇌물을 전달했다고 검찰이 밝힌 곳이기도 하다. 널찍한 ‘프라이빗 룸’(한국식 ‘방’)이 외국인에게도 인기다. 감미옥에서는 여행가방을 옆에 둔 채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우아하게’ 식사하는 한국 연예인과 패션모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뜨면 뉴욕에서도 뜬다

이런 한식당들이 지속적으로 손님을 유치하고 있다면, 최근 들어 한인타운에서 ‘뜨는 아이템’으로는 한국식 아이스 요구르트와 양념치킨을 들 수 있다. 2007년 ‘핑크베리’가 문을 연 데 이어 지난 3월부터는 ‘레드 오 망고’가 가세했다. 젊은이가 많지만,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들의 발걸음도 이어진다. 프로즌 요구르트가 미국에서 ‘웰빙’ ‘건강식품’ 이미지를 지닌 것과 무관하지 않다.

“K-town, it’s so coo∼l!”
‘매드 포 치킨’ 간판을 달고 있지만 ‘본촌치킨 32번가 지점’으로 더 잘 알려진 한 치킨집은 처음 가보면 약간 우스꽝스런 느낌마저 든다.

자정이 넘는 시간, 명품 정장을 차려입은 미국과 한국 젊은이들이 고급 주류를 옆에 끼고 마늘양념을 친 닭다리를 열심히 뜯어먹는 광경이 한국적 상식으로는 조화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고급 바 분위기의 인테리어도 처음엔 생소해 보인다. 이런 신개념 ‘치킨집’의 인기 덕분인지 길 건너편에는 7월 ‘교촌치킨’ 뉴욕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이곳은 대형 물음표(‘?’)를 걸어놓는 식의 티저 광고기법을 동원해 고객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아이템은 이곳으로 자주 ‘역수출’된다. ‘만두바’는 점포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를 빚는 모습을 노출시켜 행인의 발길을 붙잡는다. 한국의 ‘명인만두’ 체인 같은 마케팅 전략이다. 식사시간이 되면 10평 남짓한 실내 공간이 늘 꽉 찬다.

인근의 ‘이모네 김밥집’은 한국의 ‘김밥천국’ 같은 체인처럼 다양한 종류의 김밥을 제공한다. 가장 싼 김밥 가격이 5달러 50센트(약 8000원)로 한국보다 4배쯤 비싸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

또한 이 지역 가라오케는 대부분 서울 청담동 스타일 인테리어로 무장해 K타운의 2차 장소로 손꼽힌다. 때밀이 사우나는 형태는 ‘한국식’을 차용했으나, 좁은 건물 내부 사정 등으로 한국이나 로스앤젤레스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그런데도 이곳 역시 미국인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간동아 2009.05.26 687호 (p74~75)

조인직 동아일보 기자·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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