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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시골의사’의 책장

초원에서 키운 ‘정신적 유목’의 서사시

장룽의 장편소설 ‘늑대 토템’

초원에서 키운 ‘정신적 유목’의 서사시

초원에서 키운 ‘정신적 유목’의 서사시
해적판을 포함해 1800만부가 팔린 ‘괴물’ 같은 소설이 있다. 열악한 중국 출판시장에서 정본 판매부수만 240만부, 소설 사상 최고액 해외 판권 등의 표면적 성과도 놀랍지만, 그보다는 책을 펼쳐들었을 때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당혹스러울 만큼 강렬하다.

우리 독자들에게는 동아시아 문학, 그중에서도 중국 현대문학을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중국문학이 이념적이라거나, 중국어가 문학적이지 않다는 단편적 오해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국 현대문학의 성취는 예상보다 놀라운 수준이며,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작가정신과 서사의 전통이 그곳에 굳게 보존돼 있다.

여기서 작가정신이란 ‘정면성’을 가리킨다. 중국문학은 과제를 ‘외면’하지 않고 ‘직면’하는 전통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그야말로 ‘백척간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의 사생결단이다. 그래서 가끔 중국작가들의 ‘노작(勞作)’을 접할 때는 마치 몸을 베일 듯한 서슬에 섬뜩함을 느낀다. ‘광인 일기’의 루쉰(魯迅)을 비롯해 ‘후스(胡適)’, ‘자야(子夜)’의 ‘마오둔(茅盾)’이 그렇고, 최근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이름을 알린 ‘형제(兄弟)’의 위화(余華)와 ‘한 마리 고양이의 익사(溺死一隻老猫)’의 황춘밍(黃春明)이 그렇다.

그런데 ‘늑대 토템’(김영사 펴냄)의 저자인 장룽은 이런 중국문학의 계보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한국이나 일본식으로 말하면 이른바 ‘등단’ 절차를 거친 작가가 아닌 셈. 하지만 그는 30년간 자신의 내면에서 키운 ‘정신적 유목’의 기록을 조심스럽지만 ‘격렬한 언어’로 담아냈고, 중국 문학계는 그 성과를 인정했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비등단 신인이 최소한 이모, 정모 등의 ‘윤허’나 ‘간택’ 없이 1000쪽이 넘는 내면의 기록을 소설책으로 앉힌 셈인데 그 다음 일은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저자는 특별한 이력의 소유자다. 베이징 태생의 21세 지식청년이던 장룽은 문화혁명기에 ‘하방’이 아닌 ‘지원’으로 내몽골의 올론 초원으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11년간 목동으로 살았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2년 뒤 베이징으로 돌아온 그는 ‘중국사회과학원 대학원’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으며 1989년엔 톈안먼(天安門) 시위에 참여한 죄로 체포돼 18개월간 복역했다. 그는 그때서야 30년 전 초원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탱그리’다.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독자인 우리에게 그것은 초원의 신이거나 정령이고, 몽골인에게는 자연 그 자체 혹은 늑대다. 그래서 탱그리는 ‘토템’이거나 늑대가 상징하는 유목의 질서일 수도 있다. 초원의 질서는 강요되지 않지만 힘의 불균형을 용납하지 않는다.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누구의 일방적 승리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이 공산화하고 문명이 스며들어 몽골이 개간되자 이 균형은 무너졌다. 초원의 늑대가 하나하나 총을 맞아 쓰러지면서 초원은 황폐화됐고, 결국 모래언덕이 되고 만다. 30년 만에 장룽이 다시 찾은 몽골은 이미 죽음의 땅이었다. 책에서 그는 “농경민족은 유목민족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유목은 지속의 문화이고 농경은 단절의 문화, 즉 탐욕스러운 자멸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초원에서 키운 ‘정신적 유목’의 서사시

박경철 의사

이것이 어떤 적에게도 무릎 꿇지 않고, 결단코 사람에게 길들여지지 않는 늑대와 그들을 이끄는 ‘늑대 대장’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던지는 메시지다.

책의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이야기는 실로 스펙터클하다. 늑대와 인간의 대결이 펼쳐지는 장면 장면에 긴장이 흘러넘친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두께가 만만치 않아 쉽게 손이 가지 않았지만, 막상 집어들자 온몸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해 밤을 꼴딱 새우고 말았던 기억이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멋진 책이다.

http:blog.naver.com/donodonsu



주간동아 2009.04.21 682호 (p8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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