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81

2009.04.14

낯선 캔버스의 생명력

BMW의 ‘Art Car’

  • 김지은 MBC 아나운서·‘예술가의 방’ 저자 artattack1@hanmail.net

    입력2009-04-10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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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캔버스의 생명력

    로빈 로드의 아트 카 ‘환희의 표현 (expression of joy)’.

    하루 방문자 수 50만명, 통근자는 12만5000명이라면 이 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는지요? 뉴욕 맨해튼의 한가운데인 42번가와 파크 애버뉴에 자리한 그랜드 센트럴 역(Grand Central Terminal) 얘기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44개의 플랫폼에 선로가 무려 67개인 이 역에 열차 대신 자동차가 도착했습니다. 평소 뛰다시피 앞만 보고 걷던 뉴요커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주인공은 BMW의 ‘Art Car’ 4대였습니다.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셴버그, 프랭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이 자동차를 화폭 삼아 페인팅한 독특한 작품들입니다.

    자동차에 거의 관심이 없는 저는 현대미술의 핵심 아이콘들이 BMW의 아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이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사실 저는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가 1976년 친구인 아트딜러이자 카레이서 에르베 풀랭(Herve Poulain)의 권유로 BMW 3.0CSL 위에 그림을 그렸고, 이후 16대의 ‘Art Car’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까맣게 몰랐답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끼여 감상하다 보니 문득 2009년의 ‘Art Car’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더군요. 선배 작가들이 대부분 기존의 차 위에 페인팅한 것과 달리 남아프리카 출신의 작가 로빈 로드(Robin Rhode, 1976~)는 자동차를 붓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는 축구장만 한 캔버스를 바닥에 깐 뒤, 캔버스 옆과 위쪽에 40HR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2009년 신형 모델인 BMW Z4 Roadster의 바퀴 4개에는 각각 다른 색깔의 페인트를 분무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하고요. 작가가 사전에 드로잉한 대로 노련한 운전자가 자동차를 모는 동안, 작가는 특별 제작된 리모컨을 이용해 자동차가 언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때 페인트를 분사할지 조정했습니다. 7시간의 운행(?) 끝에 완성된 작품의 일부는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옮겨져 페인트가 고스란히 묻은 자동차와 함께 전시됐는데요, 대형 캔버스 위쪽 스크린을 통해 작업 과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드로잉이 진행되는 장면 안에 직접 들어가 드로잉과 하나 되는 것이 희망이라던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마치 어린아이가 하는 듯한 행위가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그림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즐겼다고 합니다.

    예상치 못한 전시 덕분에 타려던 기차를 놓치고 말았지만, 로빈 로드라는 낯선 작가와 그보다 더 낯선 ‘Z4 Roadster’라는 자동차 모델명까지 기억하게 된 것을 보면, 예술은 브랜드로부터 비즈니스 감각을 배우고 브랜드는 예술 덕분에 생명력을 얻는 것이 분명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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