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9

2009.01.13

KBO 총재할 사람 내쫓고 모실 사람 없다?

유영구 씨 낙마 이후 인선 난항

  • 윤승옥 스포츠서울 기자 touch@sportsseoul.com

    입력2009-01-07 17: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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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 총재할 사람 내쫓고 모실 사람 없다?

    신상우 총재가 12월 사임 의사를 표명한 이후 후임 총재 인선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12월16일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가 임기를 두 달가량 남기고 사의를 표명하면서 비롯된 신임 총재 인선 작업이 난항을 거듭하다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찌감치 후임 총재 후보로 거론되던 박종웅 전 의원, 프로야구 이사회가 추대하려 했던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의 카드가 모두 물 건너가면서 마땅한 대안이 없는 가운데 총재 공백 기간만 길어지고 있다.

    주도적으로 후임 총재를 추대하려다 뒤로 물러선 야구단 사장들은 동력을 잃고 “누가 오든 총재 선임과 관련한 명확한 시스템은 꼭 만들어야 한다”는 선언적인 주장만 펴고 있다. 사실 사장단도 각기 다른 처지라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총재 선임과 관련해 힘을 행사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신재민 제2차관이 지난 12월26일 “KBO 쪽에서 잘 알아서 할 것이다. 두 달 남았으니 지켜봐달라. 누구나 만족해하는 분이 새 총재로 올 것이다”고 밝힌 걸 보면 연초 개각, 또는 4월 보궐선거와 맞물려 제3의 정치권 인사가 급부상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체부의 개입으로 야구계에 민선 총재에 대한 열망이 오히려 더 커진 상태라 이 또한 지켜볼 일이다.

    YS 배경의 박종웅 전 의원 맨 먼저 거론



    최근 들어 일각에서는 “박종웅 전 의원이 냉각기를 거친 뒤 다시 나설 것”이라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프로야구단 구단주급의 인사가 부각될 수 있다”고 하지만 모두 간단치 않다.

    순탄하게 보이던 신임 총재 인선이 이렇듯 기약 없는 관망세로 돌아선 것은, 인선 과정에 여러 세력이 얽히고설키면서 결론 없이 힘의 공백상태만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후임 총재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인물은 박종웅 전 의원. 현역 시절 ‘YS의 입’으로 통하던 그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원으로 KBO 총재에 내정됐다는 설이 2008년 가을부터 나돌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9월 이명박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한 뒤 차남 김현철 씨와 박 전 의원의 자리를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어 김현철 씨가 10월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되면서 박 전 의원의 총재 추대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떠돌았다.

    그러나 12월16일 신상우 총재가 구단 사장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사장들에게 “후임 총재 인선에 나서달라”고 부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모인 5개 구단 사장들은 유영구 이사장을 후임 총재로 추대하기로 뜻을 모으고 12월18일 이사회를 열어 공식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했다.

    사장단은 신 총재 재임기간에 정치인 출신 관선 총재의 폐해를 경험했던 터라, 박종웅 카드를 막기 위해 독자적인 추대 절차를 밟으려 했던 것이다. 당시 신 전 총재와 사장단은 독자적으로 후임 총재를 추대하려 했는데, 공교롭게도 양측 카드가 모두 유 이사장이었다는 말도 있었다. 어쨌든 당시 분위기는 ‘유영구 대세론’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장단의 독자 움직임에 대해 “그간 KBO 총재 인선은 우리 부서와 사전에 상의하는 게 관례였다”면서 “절차도 문제가 있고 방식도 불쾌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정치권 인사 또 낙하산?

    때마침 하일성 총재 직무 대리가 모친상을 당하고 문체부의 견해가 전해지면서 유 이사장의 공식 추대 일정인 이사회는 12월23일로 넘어갔다. 이 와중에 부담을 느낀 유 이사장은 자진 낙마하고 말았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열린 이사회는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총재 선임은 해를 넘겨 논의한다”고만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강재섭 전 대표의 이름이 또 등장했다. 이사회 다음 날인 12월24일 “모 정치인이 KBO 고위층에게서 총재직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했다”는 여권 관계자의 입을 빌린 보도가 나왔다. 민선총재를 추대하려는 사장단의 움직임과 별도로 KBO 내부에서 정치권에 구애했다는 것이다. KBO 고위층으로 지목된 인사가 “강재섭 대표 측과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고, 강 전 대표가 이미 총재 제의를 거절한 터라 논란은 더 확대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 이사장의 낙마는 박 전 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세력과, 이와 별도로 KBO 내외부의 강재섭 추대 라인이 공조한 기획이라고 해석됐다. 특히 유 이사장을 지지한 세력은 이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후 소강상태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1월5일 시무식으로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KBO는 이사회 일정을 조만간 잡아 후임 총재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뚜렷한 주체와 동력이 없는 상태고, 마땅한 인물도 없는 등 후보 추천 과정부터 난망해 후임 총재가 취임하기까지는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500만 관중,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의 결실을 발판으로 새해 야심차게 중흥을 시작하려던 프로야구가 긴 한숨만 내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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