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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06

“세계인의 머리에 한국을 디자인하라”

전문가 대담

  • 정리·이지은 동아일보 문화기획팀 기자 smiley@donga.com

“세계인의 머리에 한국을 디자인하라”

“세계인의 머리에 한국을 디자인하라”

정경원 KAIST 교수

2008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에서 선보인 2012 런던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이 화제다. 빨간색 2층 버스의 등장에서 시작된 다양한 퍼포먼스는 노(老)제국의 이미지로 남아 있던 영국을 젊고 역동적인 나라로 한순간에 탈바꿈시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디자인. 아무리 좋은 국가 브랜드를 만들었다 해도 세계인의 시각을 자극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대담에 참여한 디자인학 박사 정경원 KAIST 교수와 브랜드 전문가인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는 “코리아 브랜딩의 성공전략은 디자인에 달렸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황부영 오늘날 우리에게 국가 브랜드가 중요해진 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브랜드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실제 가진 능력보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인바운드(inbound) 측면입니다. 우리나라 브랜드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아야 관광객은 물론 외국의 다양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습니다. 셋째, 아웃바운드(outbound) 측면, 즉 ‘원산지 효과’라고 하는 국가 브랜드 효과 때문입니다. 국가 브랜드는 우리 수출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지금처럼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 국가 브랜드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경원 우리가 국가 브랜드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가진 것은 사실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인 특정 기업’이라고 해야 물건이 팔릴 정도죠. 유럽인들은 고가의 제품을 선택할 때 ‘족보’를 따진다고 해요. 어느 집안에서 누가, 어떤 재료를 가지고 만들었는지를 일일이 알아보는 거죠. 현재의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로 볼 때 우리 제품들은 ‘마이너스 이미지’를 가지고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선할지 예지를 모아야 합니다.

브랜드는 ‘아이덴티티(identity)’ ‘이미지(image)’ ‘리얼리티(reality)’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이덴티티는 ‘우리가 남에게 보이고 싶은 바’를 말합니다. 이미지는 ‘우리가 실제로 남에게 보이고 있는 바’를 말하죠. 그렇다면 리얼리티는 ‘실제로 그러한가?’입니다. 본질인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실현하고(리얼리티),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각인시키느냐(이미지)에 따라 브랜드의 성공 여부가 갈립니다. 국가 브랜드도 마찬가지죠.

그 중심축에 디자인이 있습니다. 여기서 디자인은 단순히 ‘그린다’는 기술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미국이 우주과학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국민에게는 “내 임기 중에 사람을 달에 보내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즉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림을 남긴 거죠. 이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입니다.



“세계인의 머리에 한국을 디자인하라”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브랜드가 마음이라면 디자인은 얼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를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 디자인입니다. 또한 디자인은 경영이자 비즈니스입니다. 경영자들이 종종 “나는 디자인을 모르니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하라”고 말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국가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똑같아요. 정책 담당자와 디자이너들이 적극 협력해 브랜드 정책과 디자인 간의 공통분모를 만들어야 합니다.

‘비시각적’인 브랜드를 ‘시각적’이게 하는 것이 디자인 경영입니다. 여기서 시각화란 실체화를 뜻합니다. 두루뭉술한 이미지가 아닌 실재하는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기업도 대표 브랜드 상품을 몇 개 정하고 이를 통해 아이덴티티를 형성합니다. 국가 브랜드도 마찬가지죠. 대한민국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만한 상품으로 무엇이 있는지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런 상품들은 풍성하고 다양해야 하겠지만, 그 가운데서도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국가기관과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등의 CI(Corporate Identity)를 조사하다 보니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정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치게 산만하고 일관성이 없어요. 획일적인 것도 문제지만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가지고 있어야 정체성이 형성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삼성의 경우 글로벌 광고에서는 ‘지펠’ ‘하우젠’이 아닌 ‘삼성’으로만 접근합니다. 국가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지자체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들을 살펴보면 모두 개별 대회, 개별 도시만을 강조합니다. 전체를 아우르는 ‘대한민국’ 브랜드가 없는 게 아쉬워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출범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각각의 부처와 민간에서 산만하게 전개되는 브랜드 전략을 통합하고 체계화해야 합니다. 또 자발적인 민간활동을 지원해주는 것도 국가브랜드위의 몫입니다. 내년 2월 현대카드와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데스티네이션, 서울’ 기획전이 서울에서 열립니다. 우리가 디자인한 상품이 전 세계 MoMA 스토어에서 팔리는 거죠. 이 같은 활동이 빈번히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 브랜드는 세계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새겨질 겁니다. 이런 민간의 노력을 국가가 발굴, 지원해줘야 합니다.

국가 브랜드는 의도하지 않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후발 브랜드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요. 그래서 국가브랜드위의 기능이 중요하죠. 이들의 활동이 내부적으로는 국민의 호응을 얻고, 외부적으로는 세계인의 머릿속에 한국을 각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이 없는 브랜드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에요. 진정성이 담긴 실천적 노력을 기울인다면 국가브랜드위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우리들의 잔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주간동아 2008.12.30 667호 (p32~33)

정리·이지은 동아일보 문화기획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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