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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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에서 태권도까지 한국 명품을 세계에 팔아라

국가대표 브랜드 베스트 11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8-12-24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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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에서 태권도까지 한국 명품을 세계에 팔아라

    레이콤의 아이리버 L플레이어. MP3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그 개념을 만들어냈다.

    국가 브랜드라는 요리에 어떤 재료를 담아야 할까. 우리는 은근, 근면, 끈기 같은 지적 미덕을 갖췄고, 세계를 호령하는 첨단기술도 가졌다.

    국가의 상품성이 높아지려면 큰 틀의 국가 브랜드에 그 재료 격인 하위 브랜드들이 스며들어 샐러드 볼처럼 하나가 되면서 제각각의 맛도 나야 한다.

    그 샐러드 볼에선 세계적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이 뒤섞여야 한다. ‘우리 것이 곧 세계적인 것’이라는 막연한 명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브랜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훌륭한 ‘재료’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선수 베스트 11을 추려보았다.

    High Technology 하이테크놀로지



    우렁찬 쇳소리,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조선소가 아침을 연다. 한국은 세계에서 배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다. 북유럽에선 한국 하면 배를 떠올린다. 또한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휴대전화와 반도체 시장을 석권했다. MP3 플레이어는 한국이 그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제조업 대국이요, 기술 강국이다. 하이테크놀로지는 독일의 정밀공학, 일본의 장인정신처럼 한국이 내놓을 만한 국가 대표 브랜드다.

    Volunteerism 볼룬티어리즘

    제일기획 이도훈 국장(프로모션 1팀)이 튀니지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아는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들이 내놓은 답은 놀라웠다. ‘붉은 악마’와 ‘금 모으기’가 공동 1위. “전 국민이 금을 갖고 나오다니!”라며 혀를 내둘렀단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때는 또 어땠는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앞다퉈 나서는 것, 즉 자발성은 한국인을 관통하는 정서다.

    Digital Wonderland 디지털 원더랜드

    2년 전 SK텔레콤 직원들이 비즈니스 파트너인 유럽인들과 회식할 때 일이다. SK텔레콤의 한 직원이 프로야구 경기 상황이 궁금해 잠시 DMB 휴대전화로 TV를 들여다봤다. 외국인들이 물었다. “그게 도대체 뭐야?” 직원이 “TV. 너희들은 이런 거 없어?”라고 답하자 그들은 ‘놀라 자빠졌다’. 한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정보기술(IT) 강국이요, 디지털 원더랜드다.

    Hangeul 한글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한글 서체를 패션에 접목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문자 예술가들은 보편적 조형미와 한국적 정취를 조화시킨 서체를 앞다퉈 내놓는다. 김미경 대덕대 교수(영문학)는 “한글은 대한민국의 대표 브랜드다. 모바일 강국의 내면에도 한글이 있다”고 강조한다. 엄지 하나로 한글보다 빠르게 문장을 쓸 수 있는 문자는 없다. 한글의 동양적 조형미는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을 간질인다.

    Diligence 근면

    근면은 미덕이다. 한국인들은 근대화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는 삶을 살았다. 그 과정에서 ‘빨리빨리’라는 조급증도 나타났으나, 동시에 ‘근면한 한국인’이라는 브랜드를 얻었다. 세계적 에너지 기술회사인 에이멕(AMEC)의 사미르 브리코 회장은 “한국은 인적자원이 우수하다. 특히 근면, 성실함이 매력이다”라고 했다. 그저 매끈한 외모, 현란한 화술로 제조업 강국, 디지털 원더랜드를 이룩한 게 아니다. 근면은 세계의 존경을 받을 만한 브랜드다.

    Taekwondo 태권도

    세계태권도연맹(WTF)은 11월6일 188개 WTF 회원국을 대상으로 태권도 봉사활동을 벌일 태권도평화봉사단을 선발했다. 봉사단은 4인1조로 구성돼 태권도뿐 아니라 한국어와 문화, 역사를 알린다. 한국은 잘 몰라도 태권도는 모르는 이가 적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무예로 7000만명 이상의 세계인이 수련한다. 태권도의 고유성에 로봇의 미래기술을 접목한 ‘태권V’는 또 하나의 경쟁력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

    IT에서 태권도까지 한국 명품을 세계에 팔아라

    울산 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현장, 태권도 국가대표 황경선 선수의 2008 베이징올림픽 경기, 태안 앞바다를 오염시킨 기름때를 거두기 위해 나선 자원봉사자들, 전주 시내의 한옥마을(왼쪽부터).

    Hanok 한옥

    전통문화 체험공간으로 활용되는 서울 종로구 계동 북촌 한옥마을의 ‘락고재(樂古齋)’. 이곳에서 외국인들은 한국의 선비문화, 그 속에 담긴 풍류에 흠뻑 빠진다. 한옥을 새로 지어 일본의 료칸처럼 한국을 상징하는 숙박시설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서구인들의 구미에 맞게 ‘퓨전 한옥 호텔’을 짓자는 의견도 있다. 문화는 ‘보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한옥은 ‘feeling Korea’의 매혹적인 첨병이다.

    Club-Day 클럽데이

    고고장 → 디스코텍 → 나이트클럽 → 클럽으로 이어진 한국 젊은이들의 밤문화는 음악, 패션, 음식을 아우르는 당대의 아이콘이다. 홍익대 주변과 청담동의 클럽데이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몸달게 한다. 티켓 한 장을 구입해 클럽을 주유(周遊)하는 클럽데이는 외국인의 구미를 돋울 만한 한국의 열정적 문화상품. 우리에겐 서구의 것을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독특하게 포장하는 능력이 있다.

    Global Company 글로벌 컴퍼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첼시 선수들은 ‘SAMSUNG’ 로고를 달고 글로벌 축구팬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LG, 현대, 대우는 또 어떤가. LCD 패널 시장 세계 1위, 선박건조량 세계 1위,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 반도체 생산 세계 1위, 자동차 생산량 세계 5위…. 그러나 세계를 호령하는 한국의 기업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에 국적을 앞세우지 못한다. 국가 브랜드, 기업 브랜드가 2인 3각의 묘안을 내놓아야 할 때다. 로열 코펜하겐(덴마크)과 노키아(핀란드)가 국가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된 것처럼.

    Gangwondo 강원도

    외국인에게 강원도는 한국의 숨겨진 보물이다. 강원도의 지형은 드라마틱하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옆으로 산맥이 가파르게 출렁인다. 겨울철 스키는 눈을 보기 어려운 아시아인들을 매료시킬 수 있다. 강원도는 금강산과 연계한 비무장지대(DMZ) 관광상품도 준비한다. 마케팅 권위자인 케빈 켈러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1988년보다 2000년대에 올림픽을 열었다면 한국을 세계에 더 잘 알렸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렇듯 상품화한 관광자원을 세계인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열 꿈을 접지 않았다. 이런 글로벌 이벤트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

    Story 스토리

    한국은 스토리에 강하다.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도 스토리를 강조한다. 한류(韓流)는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의 ‘어떤 것’을 ‘말하게끔’ 했다. ‘겨울연가’ 바람을 타고 한류의 중심지로 떠오른 강원 춘천시, 대장금의 인기를 등에 업은 한식(韓食)은 ‘이야깃거리가 되면서’ 떴다. 하이테크놀로지, 디지털 원더랜드 같은 한국의 아이템을 외국인이 ‘말하게끔’ 그것들과 관련한 쿨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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