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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는 □ □ 다” 미래의 자화상부터 그려라

국가 브랜딩 성공 위한 7대 전략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코리아는 □ □ 다” 미래의 자화상부터 그려라

“코리아는  □ □ 다”  미래의 자화상부터 그려라

2007년 12월31일 새해를 알리는 보신각 타종을 듣기 위해 모인 시민들.

외국인들은 ‘코리아(Korea)’란 국가 브랜드를 들을 때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이 2005년 미국 일본 중국의 오피니언 리더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공통으로 지적한 형용사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강하다, 거칠다, 역동적이다, 개방적이다 등으로 응답한 비중이 다소 높았다. 최근 동아일보가 세계적인 검색업체 ‘구글’에 의뢰해 한국의 대표 키워드를 조사한 결과 급한 성격, 일중독, 부지런하고 야심 있음, 친절함과 친근함 등이 꼽혔다. 여러 가지 이미지가 산발적으로 있을 뿐, 아직 국가 브랜드 ‘코리아’에 관한 지배적 이미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많은 선진국은 집약된 국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프랑스는 자유분방함과 패션의 나라이고, 독일은 질서와 정교한 기술을 자랑한다. 일본의 섬세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기저기 흩어진 ‘코리아’ 브랜드를 집약하고 체계화할 수 있을까. 국가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Strategy 1 ◎ 출발점은 ‘우리가 되고 싶은 것’ 찾기

한국을 응축해 드러내는 키워드를 만들기 이전에 ‘우리가 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게 순서다. 즉, 국가 브랜딩(국가 브랜드를 정립하는 과정)의 출발점은 우리가 세계인에게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이것을 ‘정체성(identity)’이라고 부른다(오른쪽 그림 참조).

정체성은 이미 우리가 가진 것(reality)에서 끌어낼 수 있고, 아직 가지진 못했지만 지향하는 것에서 찾아낼 수도 있다. 정체성은 세계인에게 심어줄 국가 이미지, 그리고 국가 슬로건의 바탕이 된다. 스웨덴 명차 볼보(Volvo)는 뛰어난 기술력으로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브랜드 정체성을 ‘안전(safety)’으로 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볼보의 슬로건은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for life)’다.



▶ 조용한 아침의 나라 + 역동성, 미래지향적 정체성을 찾아라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겠지만,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 김유경 교수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Morning Calm)와 역동적인 코리아(Dynamic Korea), 둘 다 버릴 것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단군 이래로 한국은 동방의 조용한 나라였다. 셀 수 없는 외침으로부터 단련된 은근과 끈기의 정신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실생활에서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실학(實學) 정신이 뿌리 깊다. 이처럼 응축된 우리의 에너지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김유경 교수는 “모닝 캄이라는 큰 뿌리에서 다이너미즘(dynamism)이라는 가지가 나왔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인 정체성을 찾자”고 말했다.

Strategy 2 ◎ 국가 슬로건, 투자·관광 아우르게

국가 브랜딩의 꽃은 단연 국가 슬로건 제정이다. 물론 미국처럼 우월적 위상이 정립된 나라는 슬로건이 그다지 필요치 않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일본 소니의 슬로건은 ‘It’s Sony’였다. 더는 자신을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삼성에게 추월당한 소니는 최근 ‘Like no other’라는 구체적인 슬로건을 들고 나와야 했다. 한국은 소니처럼 슬로건이 필요한 브랜딩 단계에 있다.

국가 슬로건과 관련한 가장 큰 쟁점은 투자 지향과 관광 지향, 둘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100% Pure New Zealand’나 ‘Sunshine Australia’ 같은 슬로건에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다. 반면 ‘Quality Japan’에서는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인상을 얻기 힘들다.

브랜드 전문가들은 비록 까다로운 작업이 될지라도 투자와 관광 모두를 아우르는 슬로건을 제정해야 한다고 본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는 “현재 브랜드 ‘코리아’는 질이 떨어진다는 과거 이미지는 탈피했지만, 아직 신참(newcomer)에 가까운 이미지”라며 “투자와 관광, 둘 다를 품는 슬로건이 전략적으로 더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항 소장은 “투자 유치, 관광, 유학, 이민 등 용도에 맞춰 유연하게 전용할 수 있는 국가 슬로건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슬로건을 ‘다이내믹’으로 정했다면 이 단어를 투자 부문에서는 빠르고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관광 부문에서는 템플스테이, 태권도, 해병대 훈련 등 재미있고 놀라운 체험이 가능한 나라로 표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역동성, 응용력, 강인한 의지 담은 슬로건을

한국의 국가 슬로건에는 어떤 요소가 포함돼야 할까. 물론 되고 싶은 것, 즉 정체성을 먼저 정립해야 한다. 한편 박재항 소장은 △역동성을 비롯해 △휴대전화, 조선 산업 등에서 볼 수 있듯 뛰어난 기술 응용력 △90년대 말 외환위기 극복 등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한국인의 강인한 의지 등을 국가 슬로건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코리아는  □ □ 다”  미래의 자화상부터 그려라

템플스테이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코리아 체험’ 중 하나다(왼쪽). 2007년 전도연은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Strategy 3 ◎ 포장의 기술, 세계인과 通하게 하라

우리가 알리고 싶은 바가 확립됐다면 이는 반드시 치밀한 전략에 따라 세계인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및 문화공연을 진두지휘한 제일기획 이도훈 국장(프로모션 1팀)은 “우리의 정체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보다는 잘 포장해 전달하는 마케팅 기술이 필요하다”며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세계화, 현대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복이나 한식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알리고자 한다면 옛것 그대로 보여줄 것이 아니라, 세계인과 통(通)할 수 있는 형태로 재해석해야 한다. 즉 전통의 현대화, 세계화 작업이 동반돼야 하는 것. 이도훈 국장은 “재해석이란 우리 전통에 내포돼 있는 정신과 원형(原形·originality)을 파악한 뒤 그것을 보존하면서 변형하는 것”이라며 “정신과 원형에 대한 고민 없는 전통의 변형은 퓨전, 키치에 그치게 된다”고 조언했다.

투자와 같은 전문 분야에서는 좀더 전술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한국이 비즈니스 하기 좋은 나라라는 점을 알리려면 우리가 가진 것(reality) 중 무엇을 강조해야 할까. 영어로 원활하게 의사소통하는 모습, 외국인들과 어울려 신명나게 일하는 모습을 전략적으로 노출한다면 서울이 이미 국제적인 도시라는 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인크레더블 인디아’처럼 약점도 전략의 소재

박 소장은 성공적인 국가 브랜드의 하나로 인도의 ‘Incredible India’를 들었다. ‘믿기 어려운’ ‘굉장한’이라는 뜻의 인크레더블에는 긍정과 부정의 뉘앙스가 모두 내포돼 있다. 세계인들에게 인도의 발전한 정보기술(IT)과 빠른 경제성장이 인크레더블하게 보이는 한편, 예고 없이 기차가 자주 연착되는 후진적 모습도 인크레더블하게 보인다. 박 소장은 “세계인들은 한국의 약점도 보고 싶어하는데, 우리는 너무 감추려고만 한다”며 “슬로건 하나로 자신의 약점에 대한 세계인들의 이해를 구한 인도의 사례를 참조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Strategy 4 ◎ 그들이 한국을 이야기하게 하라

세계적인 브랜드 권위자 사이먼 안홀트는 “국가 브랜드는 공중(public)이 공중에게 이야기할 때 비로소 발생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끼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인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코리아 브랜드’가 생성되는 것이다.

세계인들이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하려면 먼저 한국의 이야깃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어 전파해야 한다. 이도훈 국장은 정동진의 ‘고현정 소나무’를 예로 들었다. 그저 소나무 한 그루가 있을 뿐인데도 정동진으로 몰려가는 것은 그 소나무에 얽힌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 때문이다.

우선 할리우드 영화 등 세계인들이 즐겨 보는 영화에 한국의 도시와 명소를 등장시키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홍콩 도쿄 상하이 등은 등장하지만, 서울이나 부산은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 세계 영화에 한국의 여러 장소가 등장한다면 세계인들은 한국을 궁금해하고 가보고 싶어할 것이다. 황부영 대표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100분짜리 도쿄 홍보 영화 같았다”며 “영화가 주는 각인 효과는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세계인들이 관심을 갖는 한국의 ‘어떤 것’에 이야깃거리를 심어주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이 꼽는 ‘어떤 것’의 후보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첨단을 달리는 IT 문화, 디지털과 가장 잘 부합하는 한글, 24시간 멈추지 않는 도시 문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 응원단, 90년대 말 금 모으기 운동….

▶ IT 문화에도 스토리텔링을 담아라

“2년 전 서울에서 전 세계 제일기획 직원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때였다. 내 휴대전화에서 TV가 나오는 것을 보고 서유럽 직원들이 무척이나 놀라워했다. 우리의 어떠한 본질이 첨단의 IT 문화를 갖게 했는지, IT 문화가 빨리 전파되는 이유가 어떤 국민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이야깃거리를 정리해 세계인들에게 들려준다면 코리아 브랜드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이도훈 국장)

Strategy 5 ◎ ‘메이드 인 코리아’ 입지 굳히기

독일 제품은 기술이 뛰어나고, 이탈리아 제품은 럭셔리하다. 그러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제품에서 연상되는 통일된 이미지는 없다. 삼성이나 LG 제품들은 일본 것으로 오해받아온 게 사실. 한국 제품들이 ‘원산지 후광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국가 브랜드가 정립돼야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고유 이미지를 가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때문이다. 과거 아시아 제품은 세계인들에게 ‘일본’과 ‘비(非)일본’ 제품으로 양분돼 인식됐다. 그러나 세계 무대에 중국이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일본’과 ‘범(凡)중국’ 제품으로 갈리고 있다. 한국 제품이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하는 범중국산으로 인식된다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한국 제품은 어떤 통일된 특성을 내세울 수 있을까. 박 소장은 “재미있다, 기발하다, 놀랍다는 특성으로 브랜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인을 모티프로 삼은 삼성의 보르도TV에 대해 세계인들이 프랑스가 아닌 한국에서 이런 발상이 나왔다며 재미있고 신기하게 여긴다고 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품질은 기본이요, 아이디어와 기발함이 넘치는 제품으로의 입지 굳히기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 글로벌 브랜드의 도움을 얻자

한국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우수한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 무대에서 펼쳐지는 이들 브랜드의 광고, 로드쇼, 전시회 등에 ‘코리아’를 한 요소로 집어넣는 성분 브랜딩(ingredient branding)을 시도할 만하다.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라는 화면을 컴퓨터 광고 말미에 삽입시킨 것이 성분 브랜딩의 대표적 사례.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의 글로벌 프로모션에 국가 브랜드 슬로건을 집어넣거나 한국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부분적으로 노출하는 것이다.

“코리아는  □ □ 다”  미래의 자화상부터 그려라

삼성이 후원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팬들.

Strategy 6 ◎ 다음 세대를 노려라

국가 브랜딩 전략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정해졌다면, 그 다음 단계는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다. 날고 있는 비행기를 화살로 맞히려면 비행기 앞으로 화살을 쏘아야 하는 법. 지금부터 준비하는 국가 브랜드의 타깃은 다음 세대(Next Generation)가 돼야 한다. 이 국장은 “앞으로 기성세대가 될 젊은 층에게 한국 알리기를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공간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이 집약적으로 이뤄지는 허브 도시―뉴욕 런던 상하이 등―를 마케팅 타깃의 우선순위로 잡는 것이 효율적이다. 한편 지역적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달리 잡을 필요도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에 관심이 높은 신흥국가에는 경제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미국 서유럽 등 선진국에는 문화적 우월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 한국에 냉랭한 외신을 품 안으로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부도 이후 불거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유독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세계 언론에 두드러지게 부각됐다. 세계인들이 평소 한국에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이 그러한 보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를 탈피하려면 서울에 상주하는 외신 기자들을 자주 논의의 자리에 초대해 한국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경청하고, 우리의 고민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외국인들이 답답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잘못된 것을 감추려고만 하는 한국의 태도”라며 “열린 자세를 가질 때 그들의 생각도 달라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Strategy 7 ◎ Reality 개선이 곧 브랜드 관리 전략

다시 21쪽 그림. 우리가 가진 것(reality)과 되고 싶은 것(Identity), 그리고 우리의 이미지(image)는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되고 싶은 것을 잘 정리했어도, 우리의 현실이 그것과 상충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국가 이미지가 형성될 수 없다. 어떤 국가가 ‘안전함’을 지향한다면, 그 나라는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하지 않아야 한다.

때문에 김 교수는 “국가 브랜드의 일차적 타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브랜드의 중요성을 정부 각 부처가 인식하고 국가 브랜드에 부합하는―적어도 방해하지 않는―정책을 펴고, 국민들도 국가 브랜드에 어울리는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성매매를 하고, 같은 아시아인을 경시하는 ‘어글리 코리안’ 이미지를 버리고 싶다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김 교수는 “국민 개개인에게 ‘바로 내가 국가 브랜드 외교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다양한 캠페인과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브랜딩 성공 사례 ‘I feel sLOVEnia’‘Cool Britannia’…

“코리아는  □ □ 다”  미래의 자화상부터 그려라

영국은 2008 베이징올림픽 폐막식에 빨간색 이층버스, 데이비드 베컴 등을 등장시키며 ‘쿨’한 영국 이미지를 세계에 과시했다.



“Slovenia, you do know where it is!”슬로베니아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름도 낯설다. 그런데 눈부신 햇살과 세련된 문화,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면 어떨까. 지도를 보는 순간 호기심이 생긴다. 이 슬로건은 유럽의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출발점이 됐다.

슬로베니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와 내전을 치른 끝에 독립한 신생국. 2006년부터는 ‘I feel sLOVEnia’ 캠페인을 펼치며 전쟁이 남긴 어두운 그림자도 지우고 있다. 국호 안에 감춰진 ‘LOVE’를 드러내 보임으로써 평화롭고 따뜻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슬로베니아 관광청은 이 슬로건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뒤 1년 사이에 수도 류블랴나를 찾은 여행객이 전년보다 12% 늘었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슬로건 ‘South Africa, Alive with Possibility’도 성공적인 국가 브랜딩 사례로 손꼽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빈곤, 치안 불안 등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가능성(possibility)과 생동감(alive)이라는 대체 이미지를 가져왔다. 2005년 브랜드를 론칭한 뒤 2년 만에 이 나라 관광산업은 14% 성장했다. 같은 기간 세계 관광산업 성장률 4.5%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국가 슬로건은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 1위의 키위 수출국 뉴질랜드는 ‘100% pure New Zealand’라는 슬로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키위의 원산지는 중국.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 과일은 ‘중국 구스베리(Chinese gooseberry)’라고 불렸다. ‘키위’라는 이름이 생긴 건 뉴질랜드 상인들의 마케팅 전략 덕분이다. 중국 구스베리 품종을 개량해 좀더 크고 달콤한 과일을 생산한 상인들이 뉴질랜드 국조(國鳥) 키위새의 이름을 따 ‘키위 프루트’라는 이름을 붙인 것. 깨끗하고 신비로운 국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출을 시작하자 오래지 않아 ‘키위’는 ‘중국 구스베리’를 가리키는 보통명사가 됐다. 뉴질랜드에서는 키위 생산농가를 비롯해 170여 개의 수출기업이 제품에 ‘100% pure New Zealand’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슬로건은 사람들이 특정 국가에 주목하고, 그 나라의 상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동시에 한 나라의 정체성과 지향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능도 한다. 그래서 최근 선진국들은 국가 이미지를 리모델링하기 위해 슬로건을 활용하고 있다.

‘역사와 전통의 나라’라는 이미지 때문에 첨단산업 마케팅에서 어려움을 겪어온 영국은 1997년 ‘Cool Britannia’를 주창하며 변신을 시작했다. 대영제국의 영광을 노래하는 군가 ‘Rule Britannia’를 패러디한 이 슬로건은, 더 이상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미디어·디자인·음악·영화·패션 첨단 분야에서 앞서가는 ‘멋진 영국’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강조하던 호주의 국가 슬로건 ‘Sunshine Australia’는 최근 산업국가 이미지를 보여주는 ‘Smart Australia’로 바뀌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품질력을 강조하는‘Quality Japan’ ‘Made in Japan’ 등을 국가의 대표 브랜드로 삼았으나 최근 새로운 슬로건 ‘Neo Japanesque’를 론칭하며 국가의 문화적 매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주간동아 2008.12.30 667호 (p20~24)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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