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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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서울 페스티벌 키워? 말아?

내년 예산 55억원 올해 절반 수준 … 민간 조도로 축제 ‘브랜드’ 구축해야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12-24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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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서울 페스티벌 키워? 말아?
    “내년부터는 봄축제나 봄·겨울 축제 정도로 축소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만….”

    최근 서울시의 간판축제인 하이서울 페스티벌과 관련해 두 가지 뉴스가 있었다. 하나는 12월12일 2008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겨울축제가 시작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2009년 서울시 예산안에서 하이서울 페스티벌 예산이 전년(98억2000만원)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55억원으로 편성된 것이다. 서울시 측은 “경제난을 고려해 하이서울 페스티벌 예산을 올해보다 적은 82억원으로 편성했지만 (시의회에서) 27억원이 더 삭감됐다”며 내년에는 축제 규모가 작아질 것을 시사했다.

    1년에 네 번 축제, 의견 분분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200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온 축제다. ‘컬처노믹스 시대’를 주창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2010년까지 서울에 (현재의 2배인) 1200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오 시장은 올해 하이서울 페스티벌 예산을 2007년 예산(37억8000만원)의 3배에 가까운 98억2000만원으로 늘리고 봄에 한 차례 열리던 축제를 연 4회로 확대했다. 올해 5, 8, 10월에 각각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 여름, 가을 축제가 열렸으며 현재 겨울축제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측은 “‘궁’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봄축제의 경우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정체성’을 일깨웠고 한강에서 열린 여름축제는 ‘외연’을 넓히는 등 사계절로 확대된 올해 축제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축제를 통해 도시 브랜드 확립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짧아도 60년, 길면 2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유명 도시축제를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늘어날 것입니다.”(서울시 문화정책과 이인배 팀장)



    하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서울시의회 남재경 의원은 “올해는 축제가 네 번이나 열리다 보니 그 가치가 떨어진 것 같다”면서 “주제도 뚜렷하지 않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2008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 여름 축제에 참가한 외국인 관광객은 31만6000명 정도로, 축제가 한 번 열린 2007년의 40만명보다 줄어들었으며(서울시 측은 측정방식의 부정확성 때문에 가을, 겨울 축제의 외국인 관광객 수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중 국내 거주 외국인을 제외하면 실제 외국인 관광객은 40%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바운드 여행사들은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대해 ‘미덥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한 인바운드 여행사의 관계자는 “일본 관광객이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사에 문의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이를 위해 따로 마련된 여행상품도 없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인바운드 여행사 역시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열리는 것이) 나쁠 건 없지만 딱히 큰 효과도 없다”고 답했다.

    “독창적이거나 특별한 게 없잖아요. 관광객들에게 그다지 인상적인 것 같지도 않아요. 중국에는 하얼빈 빈등제 같은 유명한 행사가 있잖아요. 행사는 비슷한데 시시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닐까 모르겠어요.”(중국 관광객 대상 인바운드 여행사 직원)

    ‘백화점식 나열 행사’ ‘특화된 테마 부재’ 문제는 5년 전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시작될 때부터 제기돼왔다. 세계 3대 축제인 일본 삿포로 눈축제, 브라질 리우카니발,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비롯해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랑스 아비뇽 연극페스티벌 같은 유명 축제들은 그 이름부터 행사 내용까지 축제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데 반해,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2008년 봄, 여름, 가을, 겨울 축제의 콘셉트만 봐도 궁, 한강, 예술, 빛으로 각 축제의 연관성이 없으며 축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도 없다. 중앙대 박양우 교수(예술경영)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문화축제를 늘리겠다는 시도는 의미 있지만, 그 대상과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하이서울 페스티벌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서울시민들에게 문화행사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라면 지금처럼 많은 돈이 들어갈 필요는 없겠죠. 만일 서울의 대표적인 축제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한다면 평범한 문화행사만 간간이 여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축제 규모가 큰 데 반해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 안에 급하게 짜여 계획적, 조직적 홍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광마케팅을 담당하는 ㈜서울관광마케팅은행의 한 관계자는 “축제를 홍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일정, 메인 테마와 주요 프로그램이 축제 시작 6개월 전, 최소한 3개월 전에는 나와야 한다”면서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경우 축제 시작일에 임박해 결정되는 게 많아 홍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서울 페스티벌 키워? 말아?

    2008년 사계절로 확대된 하이서울 페스티벌은 내년부터 일부 축소될 예정이다. 2008 하이서울 페스티벌 봄축제(왼쪽 사진)와 여름축제.

    시민 자발적 참여 여부가 관건

    매년 열리는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규모 또한 들쭉날쭉한 편이다.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2003년부터 모니터링해온 한양대 이훈 교수(관광학)는 “축제가 한 해 잘되면 다음 해는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6년밖에 안 된 축제가 브랜드를 구축하고 제 역량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은데, 한 번의 성과에 따라 성격과 규모를 바꾸다 보니 효과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07 하이서울 페스티벌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인지 2008년은 예산이 지나치게 늘어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축제는 예산보다 기획력이 중요합니다. 또한 축제를 일관성 있게 끌고 가는 일도 필요하죠. 한 번에 성과를 내고 끝내는 건 축제보다 이벤트에 가깝습니다.”

    더불어 대형 축제를 통한 관광수익 창출 이전에 하이서울 페스티벌을 서울시민을 위한 행사로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시가 내놓은 ‘하이서울 페스티벌 여론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68.3%이던 행사 인지도는 2008년 봄축제 50.4%, 여름축제 36.8%로 크게 떨어졌다. 참여율도 낮아져 2007년에는 전체 응답자의 6.9%가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올봄에는 4.1%, 여름에는 2%에 머물렀다. 실제로 2008 하이서울 페스티벌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 의견(참여후기, 축제 제안)은 50건도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주도하는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민간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행사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하이서울 페스티벌의 “민간 중심 축제(조직)위원회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시에서 지원받는 반관(半官) 단체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서울시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시장의 의지에 따라 축제의 존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요. 서울시 지원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 자체적으로 펀드 레이징을 하고 꾸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생명력 있고 오래가는 축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박양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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