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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인직 조의 아이비리그 잉글리시

‘cheap’보다 ‘budget’이 더 품위

품위 있게 대화하는 간접화법 Part 1

  • cij1999@donga.com

‘cheap’보다 ‘budget’이 더 품위

‘cheap’보다 ‘budget’이 더 품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 장면. 미국의 ‘배운 자’들은 가치중립적인 단어들로 ‘세련된 간접화법’을 구사하는 데 능숙하다.

흔히 미국인들이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 같진 않다. 은근하고 중성적(neutral)인 간접화법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듬뿍 담아내는 것이 지구촌 어느 곳에서나 ‘배운 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아이비리그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서니 조금씩 격조 높은 표현들이 귀에 꽂히기 시작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의사를 틀림없이 드러내는 기술은 유독 직설적인 화법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값이 싼’의 의미로는 cheap 대신 affordable이나 budget을 좀더 많이 쓰는 듯하다. “I found an amazing restaurant with the most affordable dinner menus(정말 값이 합리적인 저녁식사 메뉴가 있는 식당을 발견했어)” “Mary purchased budget airline tickets online(메리는 절약형 비행기 티켓을 온라인으로 구입했대)”처럼 경제적인 소비행위를 했다고 느꼈을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cheap를 쓰면 왠지 진짜 돈이 없어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뉘앙스가 느껴지지만, 나머지 두 단어는 화자나 상대방의 가계 형편과는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중성적 이미지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돈이 없다”고 말할 때도 “I don’t have money” 라고 하는 것은 초라해 보인다. “I want to buy a new Lexus car, but for the time being, I don’t have the finances(렉서스 신차를 사고 싶은데, 당장은 재정 조달이 어려울 듯해)”라고 돌려 말하면 아무래도 뭔가 더 있어 보인다. 필자의 경우는 “I am planning to have my children join a public pre-K school due to budget constraints(예산 압박 요인이 있어서 우리 애들은 공립유치원에 보낼까 해)” 같은 말을 요즘 즐겨 쓴다. “맨해튼 사립유치원이 너무 비싸서 보낼 돈이 없어”보다는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화법이다.



“월급이 깎였다”는 말도 직원 처지에서야 “I’ve experienced an unexpected reduction in my salary(예상 못한 월급 삭감이 있었어)”라고 말하면 무리 없지만, 고용주 처지에서는 조금이라도 에둘러서 표현하는 게 남는 장사다. “I feel also uncomfortable with the recent adjustment in your payroll(나도 역시 최근 자네의 임금 조정에 관해 편하지만은 않은 심정이야)”처럼.

상대방을 비난하고자 할 때도 속마음을 은근히 내비치면서 심중 진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법이 있다. “우리 사장은 구두쇠야” 같은 표현도 “Our boss is very careful with his money(우리 사장님은 재산에 대해 상당히 신경을 쓰시는 편이지)”처럼 얼마든지 우아하게 돌려 말할 수 있다. 물론 친구들끼리라면 “He’s definitely a slave driver(그는 직원들만 엄청 부려먹는 왕짠돌이지)”처럼 적나라한 표현도 가능하다.

“톰은 자기 회사 회계장부 만드는 데 약간 사기성이 있어 보여”도 “Tom had a very creative way of balancing the books for her company”를 써서 같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창의적인’을 나쁜 뜻으로 전용한 사례다.

‘cheap’보다 ‘budget’이 더 품위
조인직 기자는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산업부·정치부·경제부 등에서 9년간 일했다. 9월부터 미국 컬럼비아대 MBA 과정에 진학, ‘아이비리그 잉글리시’를 체득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8.09.16 653호 (p147~147)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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