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6

2008.03.11

영화음악에 바친 30대 내 인생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8-03-05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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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음악에 바친 30대 내 인생
    “안녕하세요, 신지혜의 영화음악입니다.”

    매일 오전 11시 CBS 음악FM(93.9MHz). 영화 ‘일 포스티노’의 OST가 흐른 뒤 중저음의 목소리로 다정히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신지혜(39) 아나운서다. 영화배우 오정해와 추상미를 거쳐 1998년 2월 ‘신지혜의 영화음악’(이하 ‘신영음’)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DJ를 맡은 지 10년. 일부 프리랜서 방송인이 DJ로 장수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이동이 잦은 아나운서가 한 프로그램을 10년 넘게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더불어 ‘신영음’은 현존하는 최장수 영화음악 방송이기도 하다. 어느 영화 전문기자의 표현처럼 ‘신영음’은 “85년 된 한국 영화사의 12%에 해당하는 역사를 지닌” 방송인 셈이다.

    “비결이야 회사에서 안 자르고 계속 써줬기 때문이죠.(웃음) 일하는 게 재미있어 꾸준히,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감개무량해요.”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다 보니 10년이 됐다”는 신 아나운서의 말마따나, 그는 지난해 말부터 프로듀서가 함께 하기 전까지 9년여 간 프로듀서와 아나운서를 겸한 ‘아나듀서’였다.

    “9년 반은 프로듀서를 겸했어요. 방송을 시작하고 5년은 작가도 없어서 혼자 모든 걸 도맡아서 했죠. 당시 개봉하는 모든 영화의 시사회에 일일이 참석했어야 할 정도예요. 지금은 일주일에 두세 편 정도? 그렇다고 전문가는 아니에요. 그저 자타가 공인하는 영화애호가일 뿐이죠.”



    ‘신영음’은 청취자와의 교류가 활발한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청취자들과 함께 소규모 영화제를 치렀고, 얼마 전에는 10주년 기념음반도 냈다.

    “저희는 일반 대중과 영화 팬의 입맛에 고루 맞는 음악을 내보내려고 해요. 또한 귀에 익숙하진 않지만 좋은 음악들도 되도록 많이 소개하려 노력하고요.”

    스물아홉 살에 DJ를 맡아 30대를 고스란히 ‘신영음’에 바친 그는 2006년 한국방송대상 아나운서 부문 대상과 아나운서협회 주관 아나운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학생 때 다이어리에 “방송은 나의 목표, 영화는 나의 꿈”이라 적고 다녔다고 하니, 목표와 꿈을 모두 이룬 셈이다. 앞으로 그가 이뤄갈 목표와 꿈은 뭘까.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밖엔 할 게 없어요. 앞으로 10년을 더 할지, 당장 봄 개편 때 없어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이 프로그램이 사라졌을 때 그래도 누군가가 ‘신영음’을 떠올리고 ‘그 프로그램 참 좋았다’라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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