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5

2017.02.15

다가온 4차 산업혁명 ②

“데이터가 강물처럼 흘러야 4차 산업혁명 가능”

윤현집 데이터 산업 에반젤리스트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17-02-10 16: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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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의 임무는 인문계 대학생들에게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겁니다.”

    윤현집 엔코아 데이터리서치팀장(42·사진)은 인터뷰에 앞서 성균관대 인포매틱스전공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의 직업은 ‘데이터 산업 에반젤리스트’, 즉 전도사다. ‘인포매틱스(Informatics)’라는 학과 이름부터 낯설다.

    “쉽게 얘기하면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해보자는 학문인데 가르치는 사람, 배우는 사람 모두 어려워하긴 마찬가집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발전과 함께 폭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꼭 필요한 정보만을 걸러 의사결정에 가치를 더하는 행동을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최근 여러 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 두드러진 변화는 인문계 학생들의 향후 직업 선택을 배려해 정보기술(IT) 관련 과목을 접목하는 것. 경영정보학과가 데이터사이언스학과로 이름이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년 전 대학생에게 파워포인트와 엑셀이 취업을 위한 신기술이었다면, 지금 대학생은 데이터 분석 툴 활용법과 이를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꼭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데이터 분석은 곧 새로운 일자리”

    “앞으로 새로 직업이 만들어질 분야는 데이터 분석 쪽이 거의 유일합니다. 빅데이터 분석 툴인 ‘구글 트렌드’나 IBM의 인공지능(AI) ‘왓슨’까지 이미 대중에게 공개됐습니다. 인문계 학생들이 배우는 사회과학이란 학문은 모두 결과적으로 데이터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될 것입니다. 사회과학도가 아닌 데이터과학도로 변신이 불가피해진 거죠.”

    그렇다면 데이터 산업 관점에서 바라보는 4차 산업혁명이란 어떤 의미일까.

    “1, 2차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이었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등장이죠. 4차 혁명은 기계와 기계가 서로 소통하고 학습한다는 얘긴데, 데이터 교환이 전제돼 있습니다. 데이터가 자유롭게 오가는 환경이 진정한 4차 산업혁명입니다.”

    그가 일하는 엔코아는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데이터 산업 전문가 집단 가운데 하나다. 데이터의 중요성은 과거에도 자주 반복된 얘기다. 기업들은 거액을 들여 자사의 모든 정보를 차곡차곡 데이터화했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소비성향을 예측해 매출 증대로 이어보려는 노력이었다.

    그런데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싸움의 룰이 바뀌었다. 내 데이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의 데이터도 중요해졌고, 누가 더 현명하게 데이터를 활용하는지의 싸움으로 진화한 것이다.

    “흔히 알고 있듯이 기업의 데이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더한 것이 빅데이터가 아닙니다. 인접 산업의 데이터와 공공영역에서 창출되는 데이터를 모두 포괄해 융합해야만 새로운 지식 창출이 가능한 거죠. 그런데 우리는 아직 데이터 개방과 융합에서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데이터의 ‘부익부 빈익빈’이 유독 심한 나라다. 가치 있는 데이터는 대형  통신사, 신용카드사, 유통사 등이 독점한 상황. 이렇다 보니 상이한 데이터가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견고한 벽에 가로막혀 작은 창조기업의 발전 속도가 더디다.

    “미국 스타트업의 태반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마케팅 서비스업입니다. 교통 서비스 우버가 인기를 끌면 이 데이터를 활용해 꽃배달 서비스와 주차장 서비스가 새로 나오는 식입니다. 데이터가 흘러야 산업이 커지는 법인데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짙은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그가 부러워하는 미국의 창업 생태계는 활성화된 데이터시장을 통해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 인재의 유입이 늘고 있다. 후발 주자라 해도 선배 기업의 데이터를 값싸게 사서 창의력을 더해 새로운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데이터 상부상조’ 문화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걸림돌은 이뿐 아니다. 공공데이터의 품질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공공데이터는 정부가 자연스럽게 획득하는 데이터를 민간에게 개방해 신산업의 밑거름으로 삼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건강, 환경 및 기상 정보 등을 민간이 쉽게 활용 가능하다면 시민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젊은이들은 새로운 직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수년간 공공데이터 개방   1위를 홍보하기도 했다.

    “지난해 조사해보니 공개 수는 1등이 맞지만 활용 비율은 10% 남짓으로 사실상 ‘꼴등’이더군요. 공공데이터 형식이 일정하지 않고 품질도 나빠 이를 제대로 통합하기 어려울뿐더러 활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쉽게 합쳐지지 않으니 빅데이터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문턱에서 여전히 헤매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규제의 벽도 여전하다.

    “주차장 서비스를 만드는 한 스타트업이 설 연휴 때 전국에서 개방되는 공공주차장 현황을 파악하고자 모 정부 부처에 문의했더니 장관 허락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들었답니다.”



    “개인정보 유출 공포감 벗자”

    대중이 정보화 시대를 걱정한 이유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가 가장 큰 위험요소였다. 이를 활용해 특정 개인의 정보와 돈을 빼내갈 수 있었던 탓이다.

    최근엔 암호화 기술의 발달로 이 걱정은 덜었지만 아예 빅데이터 자체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다. 설령 주민등록번호를 몰라도 방대한 정보 분석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일상 전부를 추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중의 공포감은 법률과 규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로 즉각 되돌아온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은 분명 무서운 호랑이 같은 존재입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호랑이인데 가까이서 보면 종이 호랑이입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집 안 내 전자기기를 제어하고 무인자동차가 운전자를 인식해 차량을 운행합니다. 스마트한 사회와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려면 결국 데이터가 강물처럼 흘러야 합니다.”

    결국 우리의 탐욕이 가져온 실수가 쌓여 데이터 불신의 사회가 된 것이다. 이 같은 과도한 공포심을 제어하려면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개인 간 데이터 사용에 대한 신뢰를 쌓고 안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데이터 산업이 지지부진한 것이 어찌 보면 젊은 세대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곤 합니다.”

    그는 대학생을 만나 취업 상담을 자주  하다 보니 요즘 젊은 세대의 고민을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 철저한 기본 기술과 낙관주의다.

    “거미줄 같은 규제가 후배에겐 시간을 벌어준 셈이죠. 요즘 친구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입니다. 어릴 적부터 애플 시리(Siri), 아마존 알렉사(Alexa) 등과 놀았어요. AI 관련 공부를 해도 더 빨리 알아듣고 새로운 생각을 더합니다. 선배 세대가 규제와 기득권을 어떻게 포기할지가 관건이지, 젊은 친구들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어떻게든 더 잘 적응할 테니까요.”

             


    “데이터 전문가 수가 곧 국가경쟁력”이라고 말하는 엔코아(대표 이화식)는 1997년 설립 이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데이터 지식 및 컨설팅 기업으로 활약 중이다. 세계적 수준의 데이터사이언스 육성과 인재영입에 그치지 않고 최근엔 데이터 관련 분야의 취업준비생과 대학생을 위한 멘토링 스쿨도 열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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