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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설 연휴에 볼만한 공연 프리뷰

뮤지컬 볼까 연극 볼까 설레는 고민

  • 이인선 공연 칼럼니스트

뮤지컬 볼까 연극 볼까 설레는 고민

뮤지컬 볼까 연극 볼까 설레는 고민

뮤지컬 ‘헤어스프레이’

서기 2300년의 삭막한 배경 속에서 퀸의 노래가 불꽃처럼 튀어오른다. 웃음이 끊이지 않는 또 다른 무대는 특별사면으로 갓 출소한 어수룩한 늙은 도둑의 만평이 달착지근 쌉싸래하게 마음속 묵은 체증을 씻어내린다. 장년층을 끌어들이는 무대에선 인생의 황혼기에 만난 사랑이 은근히 가슴을 흔드는가 하면, 조명이 번쩍이는 브로드웨이 무대에선 유쾌한 탭댄스가 끊임없이 ‘비타민C’를 발산한다.

우울할 때 선명한 노란색만 봐도 기분이 나아지거나, 복잡한 마음이 공원의 녹음 속에서 안정을 되찾았던 기억을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색채가 정신과 육체에 끼치는 영향이 작지 않아 대체의학의 한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는데, 저마다 다른 색깔을 지닌 공연에서도 역시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가 전해진다.

이번 설 연휴는 스토리와 노래, 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뮤지컬과 촌철살인의 언어와 코믹이 공존하는 연극이 관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늘 짧게만 느껴지는 연휴, 지금 내게 필요한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 공연 한 편을 본다면 조금은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불꽃 튀는 듯한 짙은 오렌지빛 -‘위 윌 록 유’

뮤지컬 볼까 연극 볼까 설레는 고민

뮤지컬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뮤지컬 ‘러브’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퀸(Queen) 역시 이러한 격언에서 예외일 수 없다. 사회비판적이면서도 자유분방한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로 1973년 데뷔 이후 조금도 식을 줄 모르는 퀸의 음악에 대한 팬들의 지지는 결국 뮤지컬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의 부활로 이어졌다. 91년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한 이후에도 공식적인 해체 없이 멤버들 각자 프로젝트 형태로 활동하고 있는 퀸의 브라이언 메이(기타)와 로저 테일러(드럼)가 ‘위 윌 록 유’의 음악 슈퍼바이저를 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국에서 2002년 초연한 후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500만 장의 티켓을 판매한 ‘위 윌 록 유’는 록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무대와 조명, 음향, 의상 그리고 대형 LED 모니터가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 ‘Bohemian Rhapsody’ ‘Somebody To Love’ ‘Don’t Stop Me Now’ 등 퀸의 대표곡들이 170분을 꽉 채운다. 영국 최고의 코미디 작가 벤 엘턴의 집필로 재치 있는 시나리오가 공연의 맛을 더하는 ‘위 윌 록 유’는 2월2일부터 24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펼쳐진다. 문의 1588-4558



황혼, 은은한 핑크로 물들다 -‘러브’·‘19 그리고 80’

한때 스크린을 떠들썩하게 했던 노년층의 사랑이야기가 이젠 무대 위로 옮겨왔다. 나이가 적든 많든 인생의 영원한 화두 중 하나는 사랑임을 뮤지컬 ‘러브’(2월1~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는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 올해 5월 런던 웨스트엔드 오픈 예정작으로 석 달 빨리 한국에서 만나는 ‘러브’는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시티시어터에서 매회 매진을 기록한 최신작이다. 비틀스, 나나 무스쿠리, 밥 딜런, 아바 등의 노래 20여 곡이 실버타운을 배경으로 한 노년층의 아기자기하고 진솔한 사랑 속에 녹아든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자 윤호진 연출가와 김문정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하고 전양자 이주실 김진태 서권순 등 중견 연기자들의 열연도 빛을 발한다.

‘러브’가 노년의 사랑을 주제로 한다면, 뮤지컬 ‘19 그리고 80’(3월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19세 소년과 80세 할머니의 사랑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연극배우 박정자가 할머니 모드 역을 맡으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연극 ‘19 그리고 80’의 뮤지컬 버전이다. 자살을 꿈꾸는 소년 해럴드와 생에 대한 의욕이 충만한 노인 모드의 엉뚱한 데이트에 웃다 보면 어느새 진한 감동이 가슴에 스며든다. 문의 02-399-1111

뮤지컬 볼까 연극 볼까 설레는 고민

뮤지컬 ‘나인(nine)’, 연극 ‘서툰 사람들’

선명한 노랑 -‘헤어스프레이’·‘맘마미아’·‘42번가’

마음이 울적하거나 오늘 하루는 실컷 웃어보고 싶다면 뮤지컬 ‘헤어스프레이’(2월17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 아바의 음악이 넘실대는 ‘맘마미아’(3월9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브로드웨이 뮤지컬 고전 ‘42번가’(2월2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공연장으로 가보길 권한다. 신나는 노래와 춤, 그리고 노랗게 피어오른 희망과 붉게 물든 사랑이 비타민처럼 몸과 마음의 세포까지 상쾌하게 깨운다.

스타를 꿈꾸는 키 작고 뚱뚱한 트레이시를 주인공으로 196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열정, 트렌드를 다룬 ‘헤어스프레이’는 브로드웨이에서 5년 이상 최고 흥행작으로 군림하는 작품이다. 유쾌한 음악과 희망을 주는 스토리에 방송인 박경림이 미국 유학 당시 스무 번 넘게 봤다며 출연을 요청해 화제를 낳았고, 최근 존 트래볼타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로 개봉되면서 공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중년층을 뮤지컬 객석으로 끌어들이는 데 절대적 구실을 한 ‘맘마미아’는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장기 공연 중이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스웨덴 혼성그룹 ‘아바’의 히트곡 22곡과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등 주연 여배우들의 하모니에 흥이 난 관객들로 ‘맘마미아’의 커튼콜은 언제나 대규모 댄스장을 방불케 한다. 2월2일부터는 TV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뮤지컬 배우 김선경이 ‘도나’ 역으로 합류한다.

‘타닥타닥타닥.’ 경쾌한 탭댄스로 시작되는 ‘42번가’는 스타를 꿈꾸는 코러스걸의 좌절과 성공을 중심으로 생생한 공연 제작과정을 보여준다. 1980년 국내 초연 이후 여러 차례 라이선스 공연이 있었지만 오리지널 투어팀이 내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몽환적 보랏빛, 내면의 소리를 듣다 -‘나인’

자신의 요동치는 내면에 귀 기울이게 하는 뮤지컬 ‘나인(n#ine)’(3월2일까지, LG아트센터)은 배우 황정민의 무대 복귀작으로 화제가 됐다. 이탈리아 태생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8과 1/2’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고독감에 대한 자전적인 내용이 몽환적으로 담겨 있다. 황정민이 분한 ‘귀도’와 그와 관련 있는 16명의 여인 사이에서 현실과 상상이 얽히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린 시절 성적 충격으로 아홉 살의 지능에 머물게 된 ‘귀도’ 역을 해내는 황정민의 섬세한 연기와 안정적인 성량이 돋보이며, 의식의 흐름기법으로 플롯이 끊기는 영화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다. 1982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돼 토니상 최우수 뮤지컬상, 최우수 작곡상 등 5개 부문을 차지했으며, 2003년 브로드웨이 공연에선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열연해 화제가 됐다.문의 02-2005-0114

달달하고 쌉싸래한 카타르시스 - ‘연극 열전’

2004년 한 해 동안 15편의 연극으로 17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문화계 이슈가 됐던 연극열전이 ‘연극열전 2-조재현 프로그래머 되다’로 4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영화와 연극 관객들 모두에게서 지지를 받고 있는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3월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을 시작으로 두 번째 작품 ‘늘근도둑 이야기’(3월9일까지, 한솔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가 연극열전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툰 사람들’이 장진의 20대 초반 작품으로 20대 중반 여교사와 도둑의 풋풋하고 코믹한 하룻밤을 다뤘다면, ‘늘근도둑 이야기’는 인생의 달달함과 쌉싸래한 맛을 모두 아는 두 명의 늙은 도둑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천태만상이다.

석가탄신일 특사로 풀려난 늙은 도둑들이 처음 들른 곳은 내로라하는 사회 권력층의 미술관. 사회보다 형무소 생활이 길었던 이들은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보고도 금고만 찾아 동분서주하다 결국 경비에게 들키고 만다. 경찰서 조사실의 수사관은 이들에게서 있지도 않은 범행 배후와 사상적 배경을 밝혀내려 하고, 수십억원대 그림 앞에서도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두 도둑의 변명이 뒤섞이면서 코믹함의 절정을 이룬다. 생생한 시대상과 촌철살인의 언어를 코미디로 엮어내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98~100)

이인선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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