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3

2008.02.19

‘쉬프’가 들려주는 바흐 이야기

  • 정현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8-02-11 13: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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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프’가 들려주는 바흐 이야기
    선율이 ‘미치도록’ 풍부한 바흐의 곡들은 수많은 훌륭한 해석자(interpreter)를 탄생시켰다. 바흐 피아노곡의 대표적인 해석자가 글렌 굴드다. 그는 바흐 음악에 탁월한 해석력을 보여줬고, 죽은 지 2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명성이 시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에서 그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 DVD로 다시 출시된 것이 한 예가 아닐까. 그렇다면 굴드 다음은? 단연 꼽히는 이가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다.

    헝가리 출신의 영국인인 쉬프는 눈부신 활약으로 ‘바흐의 대가’라는 명성을 굴드에게서 이어받았다. 뉴욕타임스도 ‘안드라스 쉬프가 연주하는 바흐보다 더 신뢰도 높은 연주는 없다’고 격찬할 정도다. 권위 있는 독일의 악보 출판사인 ‘헨레’는 지난해 모차르트와 바흐 악보의 스페셜 에디션 편집을 쉬프에게 부탁했다. 같은 해 쉬프는 영국 왕립음악원이 바흐 작품의 당대 최고 해석자에게 주는 ‘바흐상’을 받았다. 쉬프는 또 바흐뿐 아니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 32곡 연주 등으로 고전시대 레퍼토리의 일류 해석자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2월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국내 팬들의 기대를 읽었는지 레퍼토리에 바흐를 전면에 내세웠다. 바흐의 ‘프랑스 조곡 G장조’ ‘이탈리안 콘체르토’ ‘파르티타 2번 C단조’ 와 슈만의 ‘환상곡 C장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1번 C장조’ 등을 연주한다.

    독주회 외에 그는 22일 같은 헝가리 출신의 첼로 거장 미클로스 페레니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2· 3·4번, ‘마술피리’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등 전곡을 베토벤 작품으로 꾸미는 듀오 무대를 갖는다. 23일에는 바흐와 베토벤의 작품만으로 학생과 애호가들이 참가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연다. 쉬프 연주회는 연초 각 언론들이 꼽은 ‘올해 놓치지 말아야 할 클래식 이벤트’ 중 하나였다.

    문의 02-541-6234



    ‘쉬프’가 들려주는 바흐 이야기
    일상을 벗어나 DVD를 통해 잠시 2007년 여름 독일의 고풍스러운 바덴바덴 축제극장으로 가보자. 세계적인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와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 수염을 멋지게 기른 멕시코의 스타 테너 라몬 바르가스와 프랑스 바리톤 뤼도비크 테지에 등이 우리를 기다린다. 무대는 아리아와 합창으로 성악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오페라 갈라(opera gala)’ 콘서트로 진행된다.

    벨리니의 오페라 ‘노르마’ 신포니아(서곡에 해당)에 이어 나오는 네트렙코와 가랑차의 이중창 ‘보세요, 노르마’의 환상적 화음은 시작에 불과하다. 바르가스가 부르는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흐르는 눈물’도 인상적이지만, 4명의 스타가 부르는 리골레토 ‘분명 기억하오- 사랑의 딸이여’는 콘서트의 절정을 이끈다.

    베스트는 단연 네트렙코다. 그는 우아함과 요염함, 열정 그 자체다. 레하르의 오페라 ‘주디타’ 중 ‘내 입술, 그 입맞춤은 뜨겁고’를 열창하던 네트렙코는 들고 있던 꽃다발에서 천천히 한 송이씩 뽑아 남성 관객들에게 던진다.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꽃을 받아든 한 남성은 손으로 키스를 날려보낸다. 이어 네트렙코는 구두까지 벗어던지고 치마를 잡아 흔들며 무대를 뜨겁게 달구고, 축제극장의 밤은 식을 줄 모른다. 도이치그라모폰 DVD 1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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