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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드디어 한국 상륙 ‘세컨드 라이프’에서 살어리랏다

절대자유 넘치는 인터넷 가상세계 상상 가능한 모든 일 짜릿한 경험

  • 박승훤 아씨드크레비즈 실장, 게이머 Pshwon@acidcre.biz

2008년 드디어 한국 상륙 ‘세컨드 라이프’에서 살어리랏다

2008년 드디어 한국 상륙 ‘세컨드 라이프’에서 살어리랏다

가상현실 속에 세워진 에펠탑에서 뛰어내리는 아바타.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를 처음 접한 것은 2006년 말, 가상세계에 관한 소식이 국내에 보도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델(DELL) 컴퓨터가 세컨드 라이프에 매장을 열고, ‘수전 베가’ ‘듀란듀란’ 같은 왕년의 가수들까지 세컨드 라이프에 진출했다는 소식에 흥미를 느꼈다.

애초 나는 세컨드 라이프가 기존의 한국형 가상세계인 ‘다다월드’나 ‘조이시티’와 유사한 3차원 아바타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생각에 그 기사를 가볍게 지나쳐버렸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의 입점 소식도 코카콜라가 ‘카트라이더’에 광고하는 PPG(Product Placement in Game)와 비슷한 방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가 낳은 스타, 안시 청(Anshe Chung)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중국계 독일인이며 쉐도베인(Shadowbane) 게임의 열성 유저인 그는 가상세계에서 무일푼으로 출발해 연매출 25만 달러의 부동산업체를 이뤄냈다. 인터넷 스타가 된 것은 물론 그의 아바타가 ‘비즈니스위크’지 표지를 장식할 정도였다.

나 역시 안시 청이 즐겼다는 ‘애시론스 콜’ ‘에버퀘스트’ ‘쉐도베인’ 등 해외 대작 게임에 빠져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녀의 성공스토리에 순식간에 매료됐다. 나도 그녀처럼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창업’을 결심하고 말 그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세컨드 라이프에 빠져들다



세컨드 라이프의 가능성은 ‘수전 베가’의 아바타 콘서트에 사용할 기타 제작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보고 깨닫게 됐다. 외부 프로그램이 아닌 세컨드 라이프에서 제공하는 툴로 멋진 기타를 제작해내는 영상은 이전에 어디서도 접하지 못한 참신함 자체였다. 나 역시 무엇인가 만들어보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처음 찾아 들어간 세컨드 라이프 세계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키보드의 ‘WASD’ 키와 마우스를 통해 기본 조작을 익히는 데 10분이면 충분했다. 오리엔테이션 장소를 빠져나와 지도에서 가장 먼저 검색한 곳은 ‘아디다스(Adidas)’ 매장.

‘Full-3D’로 건설된 아디다스 매장을 방문한 초보자는 누구나 문화적 충격을 경험한다. 실제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똑같은 운동화가 아바타에 신길 수 있게 판매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운동화는 누가 만들었고 수익은 어떻게 배분될까? 나 역시 기업과 고객을 위해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심하고 탐험을 계속했다.

2008년 드디어 한국 상륙 ‘세컨드 라이프’에서 살어리랏다

아디다스 매장, 사유지에 건설 중인 저택, 선탠을 즐기는 아바타(위부터).

부동산 사기(?)를 당하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유독 부동산 거래가 활발하다. 컴퓨터가 구축한 가상세계지만 이곳에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토지가 모든 비즈니스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토지의 판매대금과 세금은 세컨드 라이프의 개발사 린든 랩(Linden Lab)의 주수입원이기도 하다.

유저들이 소유하는 일종의 다운타운인 메인랜드(Mainland)에서는 유저 간 거래가 활발하며, 바다처럼 무한 확장이 가능한 공간에 새로 월 800개 정도의 아일랜드(Island)가 생겨난다. 아일랜드란 가로와 세로가 256m, 즉 6만5000㎡의 토지를 말한다.

나의 첫 토지는 부끄럽게도 사기를 당해 소유하게 됐다. 전말은 이렇다. 여기저기 텔레포트(Teleport·순간이동)를 통해 보금자리를 물색하다 작은 토지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낯선 아바타가 접근하더니 “땅 소유주가 (나를 싫어해) 판매하지 않으니 당신이 구매해서 내게 팔아달라. 2배로 쳐주겠다”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 말에 혹해 100㎡ 정도의 좁은 땅을 우리 돈 약 2000원에 구입하고 말았다. 가상현실에서 내 토지를 소유하는 순간이자, 첫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아바타는 “바이(Bye)”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세컨드 라이프를 접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사기를 당하다니…. 그는 남루한(?) 행색의 초보자를 발견하고 혹독한 신고식을 마련한 것이다. 얼떨떨한 채 그가 다시 나타나길 기다렸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 만날 수 있었다. 나를 알아본 그는 당황하지 않고 갑자기 창고에서 검은색 스포츠카를 꺼내더니 “미안하니 가지라”고 말했다.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반신반의하며 그 자동차를 클릭하는 순간, “당신은 주인이 아닙니다”라며 나를 공중 250m 위로 튕겨냈다.

순간 화가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웃음이 터져나왔다. 현실세계의 사기와 달리 그리 불쾌하지 않은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적정 가격에 샀는지는 몰라도 내 소유지가 생겼고, 가상세계 역시 만만치 않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나중 일이지만 그 토지는 2배 넘는 가격에 팔아치울 수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선탠을?

두 번째 토지를 구입한 뒤 그곳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공짜나 다름없는 단돈 1린든(세컨드 라이프 화폐단위)에 집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과물은 마치 현대예술의 조형작품처럼 기괴했다. 이것저것 만들고 싶어 강좌를 찾아다니며 콘텐츠 제작에 관해 많은 것을 공부해야 했다.

이웃에 사는 한 미국인 유저는 접속한 2~3시간 대부분을 집 꾸미는 데 쏟고 있었다. “집 꾸미기 작업이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재미있고 유익하다”고 답했다. 국내 세컨드 라이프 유저들이 가상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흥미를 잃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서구 유저들의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어느 날은 그가 수영장 옆에서 선탠하는 것을 봤다. 물론 가상공간에서 선탠을 한다고 피부가 검게 변할 리 없다. 하지만 세컨드 라이프에서 현실세계에서의 행동이 재연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세컨드 라이프에는 파리 에펠탑까지 똑같이 재연돼 있다. 이곳에서 번지점프를 한다면 단 1분간의 짧은 경험이지만 액션게임 이상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전 세계 외국 친구들을 만나다

세컨드 라이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다양한 국적의 친구를 사귈 수 있고, 이는 가상세계에서 접할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물론 여타 웹사이트에서도 해외 친구들을 만날 수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텍스트와 흔적으로만 존재한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개개인은 다른 이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활동하는지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친밀감이 극대화되는 공간, 이것이 세컨드 라이프의 위대함이다.

나 역시 많은 외국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어설픈 집을 지어놓고 당황해하던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청해준 영국의 웹디자이너, 나보다 먼저 한국 소식을 전해주던 핀란드의 대학교수, 절친하게 지내는 한국계 독일인 대학생 친구, 많은 아이디어를 교류한 일본 디벨로퍼 업체 최고경영자(CEO) 등. 이들은 필자가 접속하면 반갑게 메시지를 보내고, 좋은 장소나 재미있는 아이템을 발견하면 소개해주는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대부분의 세컨드 라이프 유저들은 이 같은 활동에서 온라인 게임보다 강한 중독성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폭력적이지도 않고 무리한 목적을 달성하도록 강요받지도 않는다. 전 세계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괴물을 만나는 것보다는 유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유로운 가상공간, 세컨드 라이프

세컨드 라이프가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상세계에서 돈을 벌 수 있다지만 누구나 이곳에서 수익을 내거나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돈을 벌겠다고 덤비면 우리의 일상인 ‘퍼스트 라이프’처럼 힘들고 피곤한 세계가 될 수 있다. 세컨드 라이프가 즐거운 이유는 바로 절대자유의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안에서 우리를 제약하는 것은 상상력뿐이다.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사람이 없다. 어느 곳으로 순간이동해 날아갈 것인지,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모두 개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남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 정도의 멋진 집을 원한다면 땅 사고 집 짓는 데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겠지만, 공짜 아이템(Freebie Item)을 이용해 조촐한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고 천막 하나만 들고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방랑객이 될 수도 있다(실제로 목격했다).

린든 랩의 모토인 “Your World, Your Imagination(당신이 꿈꿔온 당신을 위한 세계)”처럼 상상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공간. 이곳에서 자신의 삶을 투영하거나 전혀 다른 삶을 설계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보고 듣고 느끼는 많은 일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실제 삶에 영향을 줄 것이다.

세컨드 라이프에서의 경제활동은

하루 200만 달러 사용 美 대선 홍보까지 벌여


2008년 드디어 한국 상륙 ‘세컨드 라이프’에서 살어리랏다

린든 랩의 CEO인 필립 로즈데일.

1월25일, 세컨드 라이프가 본격적인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세컨드 라이프란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린든 랩이 개발한, 인터넷에 기반을 둔 가상세계다. 컴퓨터 환경에 관계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과 유사한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세컨드 라이프에는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의 ‘퀘스트’, 즉 어떤 목표나 승자/패자, 레벨(등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등록하는 것은 무료지만 집 짓기 등의 이유로 토지를 사용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전용 화폐인 Linden Dollar(린든 달러, L$)가 사용되며, 세컨드 라이프 공식사이트 등에서 미국 달러와 환전할 수도 있다. 2008년 1월 기준 환율은 1달러에 270L$ 정도.

애초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닌 국가를 만들고 있다”는 린든 랩 필립 로즈데일 최고경영자(CEO)의 호언대로 세컨드 라이프 경제권은 날로 확장되고 탄탄해지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 등록된 시민은 대략 1200만명, 상주인구(동시 접속자)만 50만명, 집을 짓고 사는 실거주 인구는 10만명을 웃돈다. 이곳에서 유저들이 쓴 돈만 하루 200만 달러(약 1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참여자들의 경제활동이 급증하자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기관까지 나타났다. ‘메타스탯’이라는 경제연구소는 지난해 초 세컨드 라이프 주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6억 달러(약 54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GDP와 비견되는 규모다.

IBM이나 AMD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세컨드 라이프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이제 까마득한 옛일이 됐다. 크리스찬 디오르 같은 패션업체는 아예 신작 발표를 세컨드 라이프에서 하기 시작했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 홍보까지 벌였다. 당연히 이를 중계하는 통신사나 방송사 기자도 세컨드 라이프에 존재한다. 한마디로 현실세계와 흡사한 또 다른 세계가 완성된 것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80~82)

박승훤 아씨드크레비즈 실장, 게이머 Pshwon@acidcr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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