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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대 1 좁은 문 ‘로스쿨’ 뚫어라

대학 유치전 일단락 박터지는 입학 경쟁 예고 영어면접·법학적성시험이 당락 가를 듯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25대 1 좁은 문 ‘로스쿨’ 뚫어라

새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렸다. 로스쿨 유치 전쟁에서 승리한 25개 대학의 흥분과 탈락한 대학의 아쉬움은 스쳐가는 바람에 불과하다. 새롭게 펼쳐질 레이스의 진짜 주인공은 ‘대학’이 아닌 ‘학생’이기 때문이다. 로스쿨 입학을 노리는 약 5만명(추산)의 지원자들은 단 2000여 장의 티켓을 놓고 각개약진을 시작했다.

얼추 따져도 25대 1의 경쟁률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양한 자격 기준이 요구된다. 법조인에 적합한 포부와 비전, 그리고 그에 걸맞은 경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살인적인 학습량을 견딜 수 있는 학습능력을 입증해 보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로스쿨 전형 방식은 ‘특성화 과정’에 따라 차별화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공통점이 없지는 않다. 학부성적과 영어점수, 법학적성시험이 그것이다.

먼저 로스쿨이란 시스템 자체가 미국 방식을 따라한 것이기 때문에 영어능력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발표된 각 대학의 전형 내용을 보면 TEPS나 TOEIC 등 영어점수가 1차 전형에 예외 없이 포함됐다.

첫 LEET 예비시험엔 전국서 수천명 지원



그러나 영어성적이 당락을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이 되리라고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사법시험이 아닌 로스쿨 입학을 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본적으로 영어실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오랜 기간 로스쿨 입학을 준비해온 1980년대생 대학생들은 영어에 익숙하다. 따라서 대학 측은 형식적으로나마 TOEIC 700점 혹은 800점을 최저 기준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평균 900점 내외에서 지원자들의 성적이 상향 평균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히려 2차 전형의 구술시험에서 치러질 영어면접이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학부성적 역시 중요하지만, 이 또한 최저 기준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만만치 않은 사회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학부성적을 메워줄 여지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로스쿨 제도와 함께 새로 도입되는 법학적성시험(이하 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이 시험은 미국 로스쿨 예비시험인 LSAT의 대한민국 버전으로 알려졌다.

1월26일 서울 신당동 한양공고에서 사상 처음으로 LEET 예비시험이 치러졌다. 전국에서 지원한 수천명의 지원자 가운데 컴퓨터로 추첨한 691명의 응시생이 무려 6시간 동안 차분하게 문제에 대한 감(感)을 익혔다. 비록 예비시험이었지만 고사장은 시험 유형을 파악하려는 수험생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LEET 예비시험의 출제와 채점 모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담당했다. 평가원은 이번 예비시험 결과를 분석해 LEET의 난이도와 시험시간, 문제유형을 재점검한 뒤 6월 시험공고를 내고 8월 본시험을 시행한다.

LEET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과 마찬가지로 종합적 사고력과 논리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종의 아이큐(IQ) 테스트와 논술이 결합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시험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부족한 영어실력과 학부성적을 보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불린다. 문제는 시간이 없을 뿐 아니라 알려진 문제유형도 거의 없다는 것. 최대 5만명에 이르는 로스쿨 지원자들은 단 6개월 만에 이 새로운 시험에 익숙해져야 한다.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연세대의 경우 LEET 반영 비율을 20%로 제한했다. 한양대와 성균관대는 30%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대학들이 LEET 반영 비율을 50% 이하로 계획하고 있다. 대학별 전형 일정은 3월, 평가원의 논술 채점 기준 등 구체적인 시험안은 5월 말이나 6월 초에 발표될 예정이다.

“어렵다. 게다가 미국 LSAT와 전혀 딴판이다.”

고사장에서 이번 예비시험 문제를 접한 논술학원 관계자의 총평이다. 일본 로스쿨 시험 혹은 공무원적성시험(PSAT)의 상황 판단 문제와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다. 응시생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1교시 ‘언어이해 영역’은 수학능력시험 언어과목과 유사해 크게 까다롭지 않았지만, 2교시 ‘추리논증 영역’과 3교시 ‘논술 영역’은 처음 보는 유형이라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특히 2교시 추리논증 영역은 시간이 부족해 문제를 끝까지 풀지 못했다는 응시생이 많았다.

그러나 평가원의 예고대로 직접적인 법률지식을 묻는 문제는 없었다. 특히 논술과 언어능력 영역은 국어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평이해 대학을 졸업한 지 꽤 오래된 직장인들에겐 오히려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학생들에게 어렵게 느껴질 만한 전문 분야 예시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언어이해·추리논증·논술 세 영역으로 구성

로스쿨 전문학원들은 이번 예비시험의 평균점수를 50점대(100점 만점)로 예상한다. 이재열 ‘합격의법학원’ 원장은 “평가원 측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 난이도를 예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공산이 크다”면서 “따라서 80점대가 최상위권, 70점대가 고득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적어도 평균 60점대에는 돼야 로스쿨 입학원서라도 써볼 수 있다는 뜻이다.

2008년 8월 본시험이 치러질 법학적성시험은 로스쿨을 다니는 데 필요한 수학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소양, 잠재적 적성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법학적성시험의 영역은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로 나뉜다. 언어이해 영역과 추리논증 영역은 지문과 함께 5지 선다형 문제, 논술 영역은 지문과 함께 서술형 문제가 나온다. 각 영역의 반영 방법과 비율은 로스쿨이 각각 결정한다.

25대 1 좁은 문 ‘로스쿨’ 뚫어라

시험 전문은 ‘법학적성시험 홈페이지(www.leet.or.kr)에서 볼 수 있다.

▶▶▶1교시 언어이해 영역

언어이해는 법조인이 되려는 사람들이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을 받기 위해 필요한 언어이해 능력, 의사소통 능력, 종합적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영역이다. 1교시에 치러지며 90분간 40개의 문제를 풀게 된다.

인문 사회 과학 기술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소재로 해 문제가 출제되는데, 이를 통해 수험생들의 어휘, 분석, 추론, 비판, 창의 능력을 측정한다. 이번엔 수능의 언어과목과 흡사해 평이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언어이해 영역에서는 다양한 지문을 읽고 글의 중심 주제를 파악하거나 사실적 정보에 기초해 세부 내용을 확인하는 유형의 객관식 문제들이 출제됐다. 어법에서는 4개의 지문, 장문독해에서는 12개의 지문이 제시됐으며, 문항당 3~4개 질문이 나왔다. 법학적성시험이라는 특성에 맞게 사회학과 정치경제 관련 지문이 전체 지문 영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문학·예술 분야 지문으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정한숙의 단편소설 ‘전황당 인보기’가 나왔다. 인문 분야 지문으로는 호르크하이머의 ‘도구적 이성에 의한 인간의 지배’,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편이 나왔으며, 사회 분야 지문으로는 ‘민주주의의 공고화 방안’, 베버의 ‘서구 근대법’, 밀스의 ‘사회학적 상상력’ 등이, 과학·기술 분야 지문으로는 태그와 암호화 방법, 신제품 개발 전략,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난화 등이 제시됐다. 그러나 제시문들이 모두 3000자 내외의 긴 분량이었던 탓에 읽어야 할 제시문의 개수와 양이 수능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지문 길이는 1차 예시문항 때에 비하면 짧아졌지만 다른 시험에 비해 길어 예상 외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또 인문 사회 과학 문학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의 내용들을 분석·추론·비판하는 문제들은 쉽게 읽혔지만, 정확한 답을 쓰긴 위해선 깊이 있는 사고력이 필요하다.

▶▶▶ 2교시 추리논증 영역

25대 1 좁은 문 ‘로스쿨’ 뚫어라

각 대학 로스쿨은 3월에 전형 일정을 확정 발표한다. 사진은 고려대 법대 건물.

추리논증 영역에서는 단일 문제 40문항이 출제된다. 시험 시간은 언어이해 영역에 비해 30분이 긴 120분이 주어진다. 평가원 측은 지난 2차 예시문항에 비해 다소 하향 조정됐다고 발표했지만, 응시생들에겐 가장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수험생들은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 이공계적 접근법과 논리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인문사회적 접근법을 모두 아우르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한마디로 ‘LEET의 꽃’이라 할 만하다.

추리논증 영역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기술공학 등 여러 학문을 망라할 뿐 아니라 논리학과 수학까지 포괄한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에 필요한 추리능력과 논증능력을 측정하자는 취지다.

추리논증 영역에서는 수리추리, 자료해석, 논리퍼즐의 추리파트와 제시문을 주고 보기의 진술들이 일치하는지를 묻는 논증파트가 함께 출제됐다. 언어추리는 일상어를 통해 이뤄지는 추리, 수리추리는 수리적 자료에서 수리적으로 이뤄지는 계산이나 추리, 그리고 논리퍼즐은 연역적 추리 능력을 검사하는 전형적인 퍼즐 게임과 흡사하다. 논리퍼즐에는 담배 소송, 안마사 자격에 관한 논쟁 문제가 나왔다. 또한 삼단논법, 추론과 가설 문제가 나온 수리추리에는 통신비용, 알고리즘, 경우의 수 등을 구하는 문제도 보인다.

물리 생물 천문 등 자연과학적 지문이 포함돼 있고 수학적 사고가 필요한 문항도 섞여 있어 이공계 출신들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예비시험은 지난해 예시문항과 비교해 수리추리, 논리퍼즐 문항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논증 영역 평가문항이 상대적으로 늘었다.

▶▶▶3교시 논술 영역

논술 영역에서는 예비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분석적, 종합적 사고력과 논리적 글쓰기 능력을 측정한다. 출제 경향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예시문항 논술과 유사했다. 인문 사회 과학 정치 영역의 폭넓은 고전 및 학제적 텍스트를 제시한다.

이번 예비시험 논술 영역에서는 정치체제, 통치이념을 묻는 문항과 올해부터 도입된 국민배심제에 대한 찬반 서술, 과학방법론을 묻는 문항 등 3개가 출제됐다. 예시문항으로는 조선 유학자 정도전의 ‘삼봉집’ 권10 ‘심기이편(心氣理篇)’과 ‘중용(中庸)’ 제20장, 서양 철학자 데카르트의 ‘방법서설’ 등 내용의 일부를 지문으로 제시한 뒤 핵심 개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외견상 변별력이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평이했지만, 논술 영역의 핵심은 남들과 다른 창의적이면서도 짜임새 있는 글쓰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채점 결과가 주목된다. 최근 수능에서 논술을 경험해본 수험생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편하게 읽고 이해했다고 해서 문제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경솔하게 자만심을 가져선 안 된다. 실제 시험에서는 수준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주요 대학들은 자체적으로 논술고사를 실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추리논증 총평과 조언(‘합격의법학원’ 조호현 강사)

난이도 예상보다 높아 평균 55점 정도 예상


25대 1 좁은 문 ‘로스쿨’ 뚫어라
추리논증 영역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말 공개된 예시문항보다 난이도가 높았다. 아마도 평균점수가 55점 정도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 유형은 지금까지 출제되지 않았던, 예컨대 논증 영역에서 판단 및 평가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이 출제됐다. 이 때문에 실제 시험의 유형별 배분은 이번 예비시험과 다소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예비시험 결과를 보면 추리 영역보다 논증 영역의 평균점수가 더 낮았다. 논증 영역의 변별력이 컸다는 뜻이다. 물론 추리 영역에서 최소한 평균 이상의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논증 영역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추리 영역에 더 집중하는 것은 결코 고득점을 위한 좋은 대비책일 수 없다. 논증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선 기본적인 논리학적 지식 외에도 많은 논증 지문들을 직접 분석, 재구성하는 부단한 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시험에 임하는 자세다. 이번 시험에서 절감했겠지만, 120분이라는 시간은 40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다. 그런데 제한된 시간 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면 정작 한 문제도 정확히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추리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고 판단해 논증 영역을 소위 ‘감’으로 푸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방법은 절대 금물이다. 목표량을 줄이는 대신 자신이 손댄 문제는 모두 맞히겠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해야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언어이해 총평과 조언(‘합격의법학원’ 채정한 강사)

제시문에 대한 종합적 이해 요구하는 문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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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이해 영역을 통해 파악하고자 하는 수험생의 능력은 어휘, 분석, 추론, 비판, 창의 등 5가지다. 예비시험에서도 다섯 분야에서 제시문이 출제됐으며, 문제를 유형별로 봐도 5가지 능력을 두루 측정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수험생들은 제시문 전체에 대한 종합적 이해는 물론 제시문의 세부 내용까지 속속들이 애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답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그뿐 아니라 특정 학문 분야의 지문을 내놓고 그 지문에 대한 내용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학문과 연관지어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학제적 문제까지 출제됐다. 따라서 수험생은 여러 학문 분야에서 진행돼온 논의를 두루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제시된 지문을 이해하고 논리의 허점이나 강점을 찾아 글쓴이의 주장을 약화 또는 강화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법학적성시험의 언어이해 영역에 대비하려면 크게 두 가지 능력을 길러야 한다. 첫째는 여러 학문 분야에 대한 전반적이면서도 상세한 이해 능력, 둘째는 제시문을 논리적으로 읽는 능력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제시문에 드러나진 않았지만 글쓴이의 주장을 지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들을 찾아내고, 글쓴이의 주장이 참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귀결들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능력의 함양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리라 본다.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70~74)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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