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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 SPECIAL

미국 경기침체, 펀더멘털이 문제야!

유동성 위기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 … 금융세계화 어두운 터널 당분간 지속

  •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담당 애널리스트

미국 경기침체, 펀더멘털이 문제야!

  • 믿었던 주식과 펀드가 애물단지가 됐다. 장밋빛 미래를 외쳤던 이들은 오간 데 없고 온통 비관론자만 남은 형국이다. 세계경제의 미풍은 한국 경제에는 거센 태풍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러나 위험 없는 재테크란 애초 불가능한 꿈, 좀더 차분한 자세로 금융불안 시대를 준비하자. (편집자 주)
미국 경기침체, 펀더멘털이 문제야!
미국의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지난해도 미국발(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심증이 확신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라는 금융적 현상에 국한된 데 비해, 최근엔 실물경기 전반으로 문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고민의 규모가 달라지는 지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1월22일 전격적으로 단행한 0.75%포인트 금리 인하와 부시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미국 경제가 얼마나 큰 어려움에 봉착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나 다름없다.

현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점은 미국 경기하강의 깊이와 기간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고려다. 차분하게 현 상태의 근본 원인을 짚어보자.

저축률 마이너스 미국 소비자들 ‘시련의 계절’

일단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미국 소비자들은 상당 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소비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하락 추세로, 이젠 마이너스 수준을 기록할 정도가 됐다. 저축률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벌어들인 소득보다 소비를 더 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과소비했다는 뜻인데, 과소비의 근간이 된 것은 지난 십수 년간 지속된 미국의 ‘저금리 정책’이다.



1980년대 초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가 20%에 이르렀던 적도 있다. 중간중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앙은행이 추세적으로 금리를 내리면서 2003년 미국 금리는 1%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라는 것은 돈의 가치를 의미한다. 돈값인 금리가 낮아지면서 미국인들은 돈을 빌리고 쓰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어져버렸다. 능력을 넘어서는 소비가 이뤄졌고, 그 결과는 과도한 무역수지 적자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경제가 처한 어려움은 이런 누적된 불균형을 반영하고 있다. 저금리와 자산 가격 상승으로 과소비를 했던 가계의 소비 위축은 불가피할 듯한데, 특히 저소득층 가계의 어려움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경기침체, 펀더멘털이 문제야!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전 세계 경기침체로 확대됐다.

상대적으로 미국 기업은 상황이 양호한 편이다. 특히 해외에서 전체 수입의 60%를 올리고 있는 다국적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은 대단히 뛰어나다. 중앙은행이 단행한 금리 인하는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 가계에 도움이 되기보다 기업의 수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가계의 어려움은 지속될 듯하지만, 대형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미국 증시의 반등은 이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한편 미국 금융기관들은 적어도 1분기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는 시기가 대략 1분기일 것이기 때문이다. 논자마다 다르지만,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는 2000억~3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60% 정도가 미국 투자은행들에게 귀속될 손실로 추정된다.

1200억~1800억 달러가 미국 투자은행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인데, 아직까지 이들의 재무제표에 반영된 손실 규모는 1000억 달러(약 100조원) 내외다. 1분기 실적에 손실을 반영하면 현재 시장에서 추정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의 재무제표 반영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대략 2분기부터는, 미국 경제는 어렵지만 주식시장은 반등을 모색하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주가가 경제에 대해 갖는 선행성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미국 경기침체 국면에서 아시아권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우리에게는 첨예한 관심거리다. 이미 중국 인도 시장을 향한 간접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를 설명하는 데는 ‘디커플링’(decoupling·차별화) 논리가 힘을 받아왔다. 중국이 중심이 된 브릭스(BRIC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시아 경제가 미국 경제와 차별화될 것이라는 논리가 디커플링론의 핵심이다. 그렇지만 이런 논리는 올해 들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 글로벌 증시에서는 위기 진원지인 미국보다 중국 증시의 낙폭이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고, 우리 증시에서도 조선 철강 기계 등 이른바 차이나 관련 주식들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론은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

외국인 투자자 이머징마켓서 공격적 이탈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과거보다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2006년부터 세계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이미 중국이 미국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 경제의 성장은 대외 교역뿐 아니라 내부적인 투자수요 증대에 의해 이뤄지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아시아의 성장은 대외 교역과 왕성한 투자욕구 증대라는 양대 축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구미권 경제의 둔화가 아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의 성장률은 크게 둔화되겠지만, 아시아 경제는 완만한 성장 둔화에 그치리라 전망된다.

한편 주식시장에서는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근심거리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는 미국 투자은행들의 유동성 부족과 이에 따른 부분적 신용경색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 은행에 지분 출자를 한 것을 비롯해, 중동 중국 등 아시아계 국부펀드의 미국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가 줄을 잇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미국 투자은행들이 가장 먼저 택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이후 가속화된 금융 세계화를 주도했던 것은 최근 모기지 관련 손실로 구설에 오르고 있는 메릴린치,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투자은행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유동성 위기는 우리나라 등 개방화가 진전된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이머징 마켓에서의 공격적 이탈은 금융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아시아 실물경제의 디커플링 논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힘을 얻을 수 있겠지만, 금융시장 간 동조화는 더욱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다.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는 길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셈이다.



주간동아 2008.02.19 623호 (p64~65)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담당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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