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3

2008.02.19

버리는 자, 새로움을 채우리니…

잡동사니부터 옛 애인 추억까지 왜 그렇게 끌어안고 사나요?

  •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사진 진행 : 고현경(프리랜서) 모델 : 최대인

    입력2008-02-05 16: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버리는 자, 새로움을 채우리니…
    증상 하나 : 다다익선(多多益善)

    ‘현대인’ 씨는 ‘꽉 찬’ 사람이다. 이른바 ‘아침형 인간’인 그는 새벽 5시30분에 3개의 자명종 소리를 들으며 일어난 뒤 24시간을 꽉 채운 스케줄로 하루를 보낸다. 하루에 2건 이상 약속을 잡는 그는 휴대전화 연락처 등록란이 모자랄 만큼 방대한 인맥을 자랑한다. 술 담배도 누구 못지않게 많이 하지만, 그런 만큼 종합영양제와 다이어트 식품을 챙겨먹고 새벽 헬스와 주말 골프로 몸을 관리한다. 재테크에도 열을 올려 남 못지않게 부를 쌓으려 애쓰는 현씨는 얼마 전부터 ‘느리게 사는 삶’ 트렌드에 맞춰 와인을 ‘학습’하고 산악자전거 타기에 동참하고 있다.

    또 다른 증상 둘 : 과거를 잊지 마세요

    ‘추억만’ 씨는 어제를 품고 산다. 술을 마시면 재작년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 걸어 안부를 묻는 그는 미련쟁이이자 ‘의미 부여하기’ 선수다. 초등학생 시절 받은 편지나 일기장은 물론이려니와 자잘한 메모, 심지어 껌종이조차 자신이 ‘한때 머물렀던 그 시간의 흔적’으로 간직한다. 그래서 그의 33㎡(10평)짜리 원룸은 30년 남짓 살아온 자신을 기념하는 박물관(좀더 정확히는 고물상) 같다. 그뿐인가, 추씨의 수집벽은 오프라인 너머 온라인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e메일을 버리지 못하는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메일계정을 만든다.

    정말 심각한 증상 셋 : 모 아니면 도



    ‘안달해’ 씨와 ‘안할래’ 씨 형제는 무척 대조적이다. 안달해 씨는 소위 말하는 완벽주의자다. 그는 늘 갑작스러운 재난사태, 심지어 전쟁에 대비해 다양한 비품(양초 한 다스와 침낭 2개, 라면 한 박스 이상)을 집에 비치해두고 있다. 더불어 모든 결정을 신중히 하는 터라 한 가지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 쇼핑을 하거나 식사 메뉴를 고를 때조차 마찬가지(그래서 그는 31가지 아이스크림 판매점을 두려워한다). 반면 동생 안할래 씨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 같다. 일명 ‘귀차니스트’인 그는 공과금 납부를 늘 미룬다. 쓰레기 분리수거와 냉장고 정리도 귀찮아해 집엔 쓰레기와 악취가 넘치고 풍긴다.

    여기까지 읽은 당신, ‘뜨끔’하셨습니까. 독자 여러분 역시 5년 전 작성한 서류, 헤어진 연인의 e메일을 간직하고 계시나요? 업무 진행이 더뎌 고민이라고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횡설수설하신다고요? 혹 열심히 운동하고 좋다는 건 다 먹는데도 스트레스성 위장장애와 탈모에 시달리지는 않으신지요?

    당신의 깔끔하고 경쟁력 있는 2008년을 위해 다음의 처방을 제시합니다.

    “새해엔 버리고 시작하십시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