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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특파원의 Tokyo Freeview

같지만 다른 ‘일본판 卞-申 스캔들’

같지만 다른 ‘일본판 卞-申 스캔들’

일본 정국이 군수 비리 스캔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두 달 전인 10월19일. 올해 8월 퇴임한 모리야 다케마사(守屋武昌·63) 전 방위성 사무차관이 군수업체 ‘야마다요코’로부터 상습적인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직도 아닌 전직 차관의 ‘별것 아닌 의혹’이 일본 정국을 좌지우지하는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은 모리야 전 차관이 퇴직 관료로 보기에는 너무나 거물이었기 때문이다. 1971년 방위성에 들어간 그는 방위정책과장, 방위국장 등 ‘로열 코스’를 밟아 2003년 8월, 관료가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직인 사무차관에 임명됐다. 이후 4년간 ‘방위성의 천황(天皇)’으로 군림한 그는 주일미군 재편, 탄도미사일방어(MD)시스템 구축 등 안보 현안을 총괄하며 방위성의 인사와 예산을 주물렀다.

이런 그가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야당과 언론의 구미가 동하지 않을 리 없었다. 모리야 전 차관은 당초 접대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권한을 이용해 반대급부를 제공한 사실은 부인했다. 사법처리만은 모면하려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도쿄지검 특수부는 11월28일 그를 수뢰 혐의로 구속했다. 입찰 등과 관련해 야마다요코의 편의를 봐준 사실이 검찰 수사망에 포착된 것이다.

모리야 前 방위성 차관 골프 접대 부인과 동행 파문

여기까지는 흔히 있을 수 있는 ‘관료 독직’ 사건이다. 하지만 모리야 전 차관의 경우, 검찰이 그의 부인 사치코(56) 여사까지 ‘신분 없는 공범’으로 구속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독직 사건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모리야 전 차관은 골프 접대를 받을 때 반드시 부인과 동행했다. 일부에서는 “야마다요코 측에 골프 접대를 요구한 장본인이 사치코 여사”라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라운딩 중 남편이 “공이 안 맞는다”고 짜증을 내면 사치코 여사가 “아가야, 화내지 말고 빨리 치세요”라며 달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경우를 일본에서는 “아내의 엉덩이에 깔려 있다”고 표현한다. 모리야 전 차관이 그 전형적인 사례인 셈. 사치코 여사는 야마다요코의 임원들이 해외출장을 갈 때면 값비싼 화장품을 사다 달라는 등의 부탁도 서슴없이 해온 것으로도 확인됐다.

모리야 전 차관의 접대 스캔들은 한국의 변양균-신정아 스캔들과 닮은 점이 많다. 허영심 많은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정부 고위직에 있는 애인이나 남편의 권한을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점,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반면 다른 점도 있다. 변 전 대통령정책실장의 상대는 딸이나 다름없는 나이의 애인이었지만 모리야 전 차관의 경우는 32년간 해로해온 조강지처였다. 또 스캔들이 불거질 당시 변 전 실장은 현직인 데 비해 모리야 전 차관은 전직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의 중대성으로 보나 소재의 자극성으로 보나 모리야 전 차관 부부 스캔들은 변양균-신정아 스캔들에 크게 못 미친다.

최근 한국사회 일각에서는 변양균-신정아 스캔들에 대해 “별것 아닌 일로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모리야 전 차관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혹시 “작은 비리에서 싹튼 아름다운 부부애”라고 하는 것은 아닐는지?



주간동아 617호 (p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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