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3

2007.12.04

달걀 투척 선정적 장면 이미지 선거전쟁의 축소판

  •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입력2007-11-28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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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동아 612호를 펼치면 ‘Zoom up’ 사진기사에 달걀을 맞는 이회창 대선 후보의 모습이 나온다. 달걀 투척은 언론보도를 의식한 정치적 행동이다. 달걀이 바위를 깨는 상징적 의미와 효과를 나타내는 행위로, 세인의 주목을 받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서 언론은 미끼를 덥석 문 물고기처럼 보였을 뿐이다. 그러나 사진에 물고기는 안 보인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달걀 투척, 막말과 협박의 주체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반 대중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정적(政敵)과 언론은 보이지 않고 사진에는 대중의 비난을 받는 ‘창(昌)의 수난’만 나타날 뿐이다.

    달걀 투척의 의미와 정치적 효과는 다음 기사에서도 나타난다. 정동영 후보의 선거전략을 다룬 정치기사에서 ‘(정 후보가) 그 자리에서 달걀이라도 맞았다면 삽시간에 안보 논쟁이 대선판의 핵으로 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측근의 말이 인용됐다.

    달걀 효과에 주목하고 의존하는 언론보도나 선거전략을 보면 이번 선거에서는 이성과 정책이 실종되고 감정과 비리폭로가 난무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이미지 전쟁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자녀 위장취업 사건은 그 책임을 물어 후보 사퇴까지 요구할 수 있는, 후보 자질에 관한 큰 사안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미지가 없어서 그런지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는 듯하다. 달걀 투척 같은 선정적인 장면이 더 큰 사건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삼성 비자금 폭로 기사는 기대에 못 미치는 피상적인 기사였다. 이런 큰 사건 기사가 심층취재 없이 다른 기사들에 파묻힌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달걀 투척 선정적 장면 이미지 선거전쟁의 축소판
    영화계에선 단연 리안 감독의 ‘색, 계’가 화제였는데 기사는 장면의 선정성보다는 감독의 구성력과 스토리 의미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연예계에서는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와 힐튼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의 한국 방문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 기사였다. 소문 많은 세계적 스타들의 태도에 대해 선입견에 빠지지 않은 오히려 우호적인 기사였다. 문화 섹션 기사는 이슈를 잘 집어내고 대체로 부드럽고 맛깔나는 느낌이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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