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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 기자의 ‘태그(tag)로 본 블로그 세상’

대선후보들과 블로거의 함수관계

대선후보들과 블로거의 함수관계

대선후보들과 블로거의 함수관계
올 여름, 한 대선후보 인터넷팀에 몸담고 있는 막내급 참모가 기자를 찾아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헤어지기 직전에야 그는 고민을 털어놨다. “우리 후보님은 왜 인터넷에서 안 뜰까요?”

정황을 들어보니 사정이 딱했다. 그 친구가 속한 인터넷팀은 수년 전부터 후보를 위해 홈페이지는 물론 싸이월드와 각종 블로그를 관리해왔다. 여러 인터넷 논객들과의 네트워킹에도 나름 노력했다. 그러나 시장 좌판처럼 마구잡이로 열어놓은 그의 온라인 공간을 찾는 이는 한 줌도 안 됐고, 누리꾼 반응도 미적지근했다. ‘투자 대비 효용’이 떨어진다는 내부 비판이 높았지만, 그렇다고 ‘노무현 신화’를 기억하는 참모들 처지에선 온라인 여론을 포기할 수도 없는 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보가 온라인에 직접 글을 쓰기도 하나요?”라고 물었다.

“ㅠㅠ 전혀요.”(참모)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블로그스피어에서도 정치 얘기가 많이 떠돈다.



올해의 화두는 단연 ‘블로거(Bloger)’다. 인터넷 기업들이 주축이 돼 ‘대선주자 블로거 초청 토론회’가 열리자, 블로거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문국현 후보가 가장 먼저 달려나왔을 정도다. 정동영 후보 측은 ‘블로거 기자’ 제도를 도입해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에게도 일반 기자와 동일하게 출입증과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30, 40대 첨단기술에 밝은 고학력의 정보기술(IT) 업계 또는 전문직 종사자들로 이뤄진 블로거 집단의 정치색은 대체로 진보적이고 때론 무정부주의적이다. 전문성과 자존심이 높은 만큼 지지 후보를 쉽사리 드러내거나 바꾸는 일도 흔치 않다. 대선주자에 대한 품평은 진작 끝이 났고, 앞으로 펼쳐질 정국에 따른 전략적 선택만 남았을 뿐이다.

굳이 대선주자가 아니더라도 미래를 꿈꾸는 정치인들이라면 이들 블로거에게 간택되고 싶은 유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1인매체 편집장’에 비견되는 블로거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금세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평정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 때문이다. 그러나 ‘제2의 노무현’을 꿈꾸는 정치인은 많아도 그것을 이뤄낼 만한 내공을 지닌 정치인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는 게 블로거들의 불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인터넷 정신인 ‘참여’ ‘개방’ ‘공유’를 외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정반대로 행동한다는 것. 이미 여야 거물급 후보들은 블로거들의 초청토론회를 거부하고 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계산 때문이다. 그 많은 정치인 블로그 가운데 제대로 된 글을 남기는 후보도 찾아보기 힘들다. 정치인들은 곧잘 “국민이 자신의 우국충정을 알아주지 못한다”고 투정을 부린다. 자신이 세상의 흐름에서 한참 처져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주간동아 610호 (p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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