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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 울려퍼진 ‘이혼 교향곡’

세계 최초 ‘이혼박람회’성황리에 열려, 소송 상담서 파티 기획까지 ‘이혼의 모든 것’ 총집합

  •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빈에 울려퍼진 ‘이혼 교향곡’

빈에 울려퍼진 ‘이혼 교향곡’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세실리아 여사의 이혼이 화제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이혼으로 시끌벅적한 이웃 나라 프랑스에 대해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뭘 그리 호들갑이냐. 우린 진작 겪은 일”이라며 여유를 보이고 있다.

이혼전문 변호사 상담 최고 인기 … 이혼 희망자로 북적

직업 외교관 출신의 토마스 클레스틸 전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1998년 재선에 성공한 뒤 조강지처를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수년간 밀애를 나눠온 연인과 재혼했다. 가장 최근에는 가정보건복지부의 크돌스키(44) 장관이 두 번째 남편과 이혼하고 10년 연하 유부남과 사귀다 들통나 현재 해당 유부남의 이혼소송이 진행 중이다. 가정부 장관이 가정파괴범이 돼버린 웃지 못할 사례가 나온 것이다. 사회부 북힝어(52) 장관도 부인이 있음에도 27세 젊은 애인을 공식석상에 대동했다. 이렇듯 이혼은 오스트리아 일반 국민뿐 아니라 사회 저명인사와 지도층에게조차 걸림돌이 되지 않는 일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오스트리아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오스트리아의 이혼율은 48.9%, 수도 빈의 경우 65.9%에 이르는 등 최고치를 경신했다. 즉 전국에 걸쳐 두 쌍이 결혼하면 한 쌍이 갈라서고, 빈의 경우 신혼부부보다 이혼 커플이 더 많이 나왔다는 얘기다. 이 정도면 이혼은 사회문제라기보다 일반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다. 세계 최초의 이혼박람회가 10월27, 28일 빈에서 열린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이 박람회를 기획한 안톤 바르츠(Anton Barz·37)는 이혼이라는 사회적 터부를 넘어 당사자들에게 실직적인 도움을 주고자 박람회를 기획했다고 말한다(인터뷰 기사 참조). 개장 전부터 박람회는 전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20여 국제 언론사가 현장에서 생방송을 보낼 정도였다. 그러나 방문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사진 촬영은 제한됐다.



‘당신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라’는 모토로 진행된 박람회는 변호사, 이혼중재자, 사설탐정, 부동산업자, 친부확인 DNA연구소 등 20여 개 사업체를 소개했으며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터키어 크로아시아어 세르비아어 등으로 상담이 진행됐다. 각 부문별 개인상담이 진행되는 도중 옆 강의실에서는 매시간 ‘법적인 이혼’ ‘빈시(市) 여성상담전화’ ‘별거와 이혼’ ‘자녀의 입장에서 본 부모의 이혼’이라는 주제로 전문가의 강의가 이어졌다. 부모가 상담받는 동안 자녀를 돌봐주는 어린이 코너까지 마련돼 있었다.

DNA연구소 “이혼 대비 친부 확인해드려요”

빈에 울려퍼진 ‘이혼 교향곡’

10월27일 빈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이혼박람회 ‘이혼전문 변호사 상담코너’. 관람객들이 줄지어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박람회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역시 이혼전문 변호사의 상담코너였다. 20년 경력의 이혼전문 변호사 알프레도 크리글러는 성공적 이혼의 황금률로 ‘본인의 외도 사실을 절대 숨길 것’ ‘배우자에게 불리한 증거를 최대한 수집할 것’ ‘무슨 일이 있어도 가출하지 말 것’ 등을 꼽았다.

배우자의 외도가 이혼사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오스트리아는 1999년 법을 개정해 외도를 ‘절대적 이혼사유’에서 배제했다. 일부러 배우자에게 이성을 접근시킨 뒤 현장 사진을 제출하는 악덕 이혼사례가 종종 빚어졌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법정은 ‘원 나잇 스탠딩’은 이혼사유로 보지 않지만 정기적인 애인을 둘 경우에는 이혼사유로 보고 있다.

분자생물학을 전공한 친부확인 DNA연구소 소장 수잔나 하스는 오스트리아의 경우 한 해 약 5000건의 친부확인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인구가 많은 독일은 3만 건, 영국은 5만 건이 접수된다고 한다. 특이한 사실은 대부분의 남편들이 결혼생활 중이 아니라 이혼 후 친자확인 소송을 한다는 점이다. 양육비라는 돈 문제가 걸리면 내 자식에게까지 의심이 가는 냉혹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까? 친자확인 DNA검사는 보통 3일이 걸리며 비용은 420유로(약 60만원)다.

이혼파티를 기획하는 이벤트 업체도 박람회장에 나타났다. ‘생일 결혼 입학 졸업 등 인간사 모든 일을 축하하는 요즘 세상에 왜 이혼만은 아닌가?’라며 이혼파티를 기획한 의도를 피력했다. 이혼자들을 위한 피로회복 및 치유여행을 기획하는 여행사, 2시간 내에 25명을 만날 수 있는 스피드 데이트를 주선하는 업자, 신체의 특정 부위를 마사지하고 두드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 부부간 갈등을 없앤다는 세미나 기획업체 등, 이혼이라는 타인의 불행으로 한몫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단체가 여럿 있었다. 이들 옆으로는 의외로 가톨릭 교회도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혼에 반대하는 가톨릭 교회가 이혼박람회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교회 소속 상담사로 일하는 크리스티네 구어트너는 “가톨릭 교회는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들 옆에 있다. 우리는 결혼생활이 불가능한 상황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며 당사자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려 한다”고 답했다. 그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가톨릭 교회는 이혼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부부치료, 법적인 조언, 심리상담, 아동보육, 한 부모, 재혼 등에 관련된 무료상담을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성황리에 끝난 세계 최초의 이혼박람회. 이혼이 더는 뒷방에 숨어서 처리하고 쉬쉬할 사안이 아니며, 사회의 한 현상으로 여겨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첫 신호로 읽힌다.

[인터뷰] 이혼박람회 기획자 안톤 바르츠

“이혼은 터부 아니다. 정보 당당히 얻어라”


이혼박람회를 기획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혼을 세 번 정도 해본 ‘프로’가 아닐까 하는 예상은 빗나갔다. 올해 37세의 이벤트 매니저 바르츠는 190cm가 넘는 키에 겸손하고 친절한 인상을 가진 평범한 가장이었다.

- 이혼박람회를 개최한 이유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매년 결혼박람회를 개최하는데, 사실 주변에는 이혼한 지인들이 많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이혼율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혼은 더는 터부가 아니다. 이혼 당사자들이 몰래 일을 처리하지 말고, 당당히 필요한 정보를 얻기 바라는 마음에 박람회를 열었다.”

- 본인은 이혼 경험이 있는가.

“없다. 아내 마리아(33·콜롬비아 출신 모델)와 4년 전 결혼해 현재 세 살 된 딸이 있다. 아내는 가정적이고 친절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혼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한 당사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이혼이 개인적 불행이기도 하지만 사회경제적 면에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박람회의 입장료는 무료인데….

“올해 행사는 시장의 동태를 살피기 위한 일종의 시범 프로젝트다. 이번 박람회가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설지 불안했다. 이처럼 언론의 조명을 받고 많은 관람객이 찾아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입장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웃음) 또 현재 아시아 남미 등 몇몇 국가에서 같은 형태의 박람회를 열자는 제안을 받았다.”

-결혼이나 이혼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결혼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결혼 전에 꼭 결혼세미나 등을 다니며 배우자에 대해 더 잘 알려 하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혼을 고려 중인 부부들에게는 한 가지 조언이 있을 뿐이다. 대화를 하라. 대화! 대화! 대화! 그것만이 해결책이다.”




주간동아 610호 (p74~75)

빈=임수영 통신원 hofgar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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