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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일민미술관 3色 가을

미완성 아름다움 발견 예술로 승화

미완성 아름다움 발견 예술로 승화

미완성 아름다움 발견 예술로 승화

이수경 씨의 작품 ‘번역된 도자기’, 전영찬 씨의 작품 ‘우리 생애의 가장 행복한 나날들’.

무명의 사물이 이름을 얻거나 비천한 무언가가 숭고한 것이 됐을 때 우리는 이를 ‘승화(昇華)’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가치를 창조하는 예술이나 과학, 종교 등에서 승화란 무엇일까.

요즘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이런 의문을 곱씹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운이 좋으면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1층 전시실에서는 이수경 개인전 ‘Earth, Wind · Fire’가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버려진 백자와 청화백자 파편들이 새로운 조각으로 탄생한 것이 신기하다. 누군가에게는 미완성으로 버려진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니.

제2전시실에서 전시 중인 무명씨 연출전 ‘야릇한 환대-Odd Welcome’은 관객을 낯설지만 익숙한 어떤 장소로 초대한다. 여기저기 배치된 잡다한 수집품은 바로 초대된 관객들에 의해 의미를 획득한다. 미술이 아닌 것들이 미술과 경험, 삶, 자유 등의 이름으로 수집돼 전시되고 그 속에서 관객과 더불어 의미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무명씨는 작가로, 관객으로 호명된다. 동시에 일상에서 개인적이고 무차별적으로 행해진 수집이라는 행위 자체도 의미를 갖는다.

제3전시실의 전영찬 애니메이션전 ‘Inside Out’에서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현상에서 출발해 재치 있는 반전으로 마무리되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경험할 수 있다. 상식을 뒤집는 구성에서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세계를 접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이렇듯 평범한 사물이나 현상이 어떤 곳에서는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어떤 의미를 갖기도 한다. 또 반전 속에서 현실의 이면이 발견될 수도 있다.

이는 기존 의미가 해체되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것이 상식적 가치를 하나 더 보탠 것이거나 단순히 다양성에 기여한 것이라면 승화가 아니다.

예술적 승화란 이처럼 단순하지 않다. 승화의 순간이란 바로 우리가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사물의 지위, 사회의 주체와 대상의 관계 등을 다시 생각하고, 그 속에서 조금은 비현실적인 어떤 공백에 대한 (불)쾌감을 느끼게 될 때가 아닐까. 이번 전시는 10월21일까지다.



주간동아 2007.10.23 607호 (p86~87)

  • 이병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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