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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기름값이 무서워!

고유가에 숨겨진 요지경 세금폭탄

가격·유류세 비중 OECD 국가 중 최상위권 … 정유사 카르텔도 한몫

고유가에 숨겨진 요지경 세금폭탄

고유가에 숨겨진 요지경 세금폭탄
고유가 시대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니 국내 유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국내 석유가격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국내 석유가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가가 너무 높아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내놓던 반론이다. 정부가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크게 세 가지.

먼저 유류세는 종량세이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해도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 휘발유의 경우 2001년 ℓ당 744원이던 세금이 2007년 6월에도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또 하나는 휘발유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국 가운데 12위로, 중간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휘발유 가격 대비 유류세의 비중이 OECD 국가 중 14위에 해당한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다.

그런 정부가 지난해 유류세로만 무려 26조원을 거뒀다. 15조8000억원이던 2000년과 비교하면 6년 새 10조원을 더 거둬들인 것이다. 유가가 상승해도 늘어나지 않는다던 세금이 어떻게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일까?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4대 정유사는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정유업계는 현재 SK에너지, GS칼텍스, S-오일, 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로 재편돼 있다.

이들 중 SK의 경우 유가가 급등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가까이 늘어난 40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S오일도 1분기에 사상 최고치인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2분기에도 3000억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정유사들은 이처럼 막대한 영업이익을 어디에서 올린 것일까? 정유사들은 국내 석유시장에서는 별다른 이익을 얻지 못하고 대부분 수출을 통한 이익이라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노무현 정부의 세 가지 거짓말

국내 유가는 세금과 정유사의 수입원유가, 정제 비용, 마진, 여기에 주유소 마진이 포함돼 결정된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정부가 세금으로 거둬가는 ‘유류세’다.

유류세는 교통세와 교육세, 지방주행세, 특소세, 부가가치세 등이 합쳐진 총액이다. 재정경제부가 교통세액을 결정하면 지방주행세는 그 금액의 26.5%, 교육세는 15%로 자동적으로 정해진다. 부가가치세는 일괄적으로 판매가의 10%씩 소비자들에게 부과된다.

정부 주장대로 유류세는 종량세다. 정부가 정한 세금을 ℓ당 부과하기 때문에 시장가격과 무관하다. 정유사의 판매량에 해당하는 유류세를 주유소를 통해 소비자에게서 받아 대신 정부에 납부하는 식이다.

때문에 정부는 유가가 상승해도 세금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달랐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유류세 변동 추이를 확인해본 결과,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경유에 부과된 세금은 2001년 ℓ당 234원이던 것이 2006년 496.65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고유가에 숨겨진 요지경 세금폭탄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S-오일 울산 정유공장 전경.

주목할 것은 국내 연간 석유제품 사용량에서 경유의 비중이 휘발유보다 2~3배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휘발유 총사용량은 95억ℓ 정도였던 반면 경유의 총사용량은 226억ℓ를 넘었다. 이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세수(稅收)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지난해 26조원에 이르는 유류세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 있다.

특히 운송업이나 저소득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경유에 따라붙는 세금이 급증했다는 것은 요즘 정치권에서 자주 거론되는 양극화 현상을 심화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본 국내 유가 수준도 정부의 주장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정부가 기준으로 삼은 것은 영국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자료로, 실제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액면 소비자가다. 3등급으로 나뉘어 있는 휘발유의 등급도 구분하지 않았고, 국가별 경제수준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단순 수치에 불과한 것.

1인당 국민총소득(GNI) 등 국가별 경제수준을 반영하면 결과는 판이해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내놓은 올해 2분기 ‘에너지 가격과 세금 보고서’에 따르면, 휘발유 1ℓ당 국내 소비자가격은 1.514달러였다. 일반등급 휘발유를 판매하는 OECD 10개국 가운데 독일(1.62달러), 덴마크(1.571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독일과 덴마크는 GNI가 각각 3만5000달러, 5만1000달러를 넘어 1만8000달러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2~3배 높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유가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셈이다. OECD 평균 휘발유 가격은 국내 가격의 절반 수준인 0.751달러였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보면 국내 유가가 얼마나 높게 책정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의 원유 수입가는 배럴당 평균 57달러로, 같은 시기 57.6달러에 수입한 일본보다 낮았다. 그러나 소비자가격은 일본이 1.146달러로 더 싸다. 일본의 GNI는 3만5000달러로 우리보다 2배 가까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유가는 그 이상 비싸다는 이야기다.

석유 가격에서 차지하는 유류세의 비중도 마찬가지다. 대한석유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1인당 GNI를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의 유류세 비중은 유럽국가 중 세금이 가장 많다는 영국 프랑스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유 가격 대비 우리나라의 세금 비중을 100으로 했을 때 영국의 세금은 71%, 프랑스는 68% 수준에 불과했다. 유가는 물론 세금 비중도 OECD 국가 중 가장 컸던 것.

오랜 기간 산업자원부에서 석유산업과장을 역임했다가 현재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파견 나가 있는 염명천 자문역은 “국가별 경제수준을 감안하면 OECD 어느 국가보다 국내 유가와 세금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는 “가장 큰 문제는 다른 OECD 국가의 경제수준에 비해 2~3배 이상 높은 세금”이라며 “석유가 소주나 양주도 아닌 필수제인데, 거두기 쉽고 조세저항이 적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장도 가격이 사라진 까닭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유사가 지난 8년간 석유제품을 공장도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유소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공장도 가격은 정유사의 원유수입가에 정제비 등 고정비용과 마진, 정부의 유류세를 더한 것이다. 산업자원부 고시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에 따르면, 정유사는 이 가격대로 주유소에 판매하고 한국석유공사에도 ‘성실하게’신고해야 한다. 여기에 주유소의 적정한 마진이 붙은 가격이 바로 소비자가격이다. 그런데 정유사가 공장도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석유제품을 판매했다면 주유소는 그 차액만큼 이익을 더 챙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 의원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 동안 그 차액이 19조원이나 되고, 정유사와 주유소가 그만큼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정유사가 직영하는 20%의 주유소를 포함해 전국 1만2000여 개 주유소가 소비자를 속이고 부당하게 이익을 얻었다는 것. 덕분에 정부도 차액 19조원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 10%, 1조9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었다.

진 의원은 최근 “지난 2006년과 2007년 상반기 동안 같은 수법으로 정유업계가 5조5000억원의 폭리를 취했고 정부도 이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챙긴 반면, 소비자들만 고스란히 바가지를 썼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지적한 내용은 6월 정유사가 주유소에 ‘백(back) 마진’을 제공한 사실을 시인하면서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이에 앞서 올해 초 공정거래위원회도 담당 부처인 산업자원부에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정유사가 실제 주유소에 판매한 가격을 석유공사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였던 것.

그런데 석유공사 홈페이지에 매주 공시되던 ‘공장도 가격’이 7월 마지막 주부터 사라졌다. 7월18일자로 산자부 고시 ‘석유류 가격표시제 등 실시요령’ 내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정된 고시내용을 보면 조사대상 중 ‘공장도 판매가격’이 ‘정유사(석유정제업자 등)의 판매가격’으로 항목이 바뀌고, 조사횟수도 주 1회에서 월 1회로 줄었다는 것. 이마저도 석유공사의 필요에 따라 발표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투명해야 할 유통구조가 오히려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어진 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석유공사 등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은 “기존 공장도 가격은 정유사가 주유소에 판매하고 싶은 ‘희망가격’이었을 뿐이고, 그래서 실제 판매가격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유사들의 입장과 거의 유사한 것.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박사는 “정유사가 주유소별로 판매한 가격이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실제 판매가격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이를 집계할 시간이 필요하고, 공장도 가격의 의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유소 업자의 이야기는 다르다. 지방 한 대도시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의 이야기다.

“원래 공장도 가격은 실제 정유사로부터 받는 금액이었다. 문제가 된 것은 6~7년 전부터 석유수입회사들이 싼 가격으로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정유사들은 주유소 업자들의 이익을 보전해주면서 석유수입업자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가격을 맞추기 위해 공장도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줬다. 이게 국회와 언론에서 문제가 되자 아예 공장도 가격을 없앤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정유사의 원가를 알 수 없게 돼버렸다. 주유소들은 정유사들로부터 더욱 심하게 휘둘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석유수입회사 몰락은 정부와 정유사 합작품?

싼 가격으로 대형 정유사들을 긴장시켰던 석유수입 판매회사는 한때 20개가 넘었다. 만약 이들이 건재했다면 국내 유가가 지금보다 크게 낮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살아남은 회사는 2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회사도 4대 정유사들이 장악한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은 규모다.

여기에는 정부 규제와 정유사들의 횡포가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원철 교수의 이야기다.

“정부는 갑자기 법을 바꿔 석유수입회사들이 정유사와 마찬가지로 비축 의무를 지도록 만들었다. 비축을 하려면 시설비와 유지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기존 정유사들은 자금을 앞세워 가격 일부 인하와 동시에 주유소 업자들의 이익을 높여줘 이탈하지 못하게 막았다. 구조적으로 석유수입회사들이 살아남기 어려웠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측 한 관계자는 “원유보다 2% 정도 비싼 관세도 석유수입회사들로서는 어마어마한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관계자가 내놓은 국내 유가를 안정화할 수 있는 해법 중 하나가 바로 석유수입회사를 육성하는 것이라는 점. “예전에는 세녹스 등 유사 석유제품이 시장을 교란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이제는 유사 석유제품에 대한 단속도 성공적으로 이뤄져 석유수입회사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말했다.

‘고정(정제)비용’의 속임수 · 카드수수료

유가가 급등하면서 정유업계의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70조6445억원에 달했다. 이중 51%에 해당하는 36조원은 수출로 벌어들였다. 전체 영업이익은 약 3조원.

중요한 것은 내수와 수출 중 어느 쪽에서 영업이익을 더 많이 올렸느냐는 것이다. 내수시장에서 영업이익을 많이 올렸다면 국내 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의미하고, 수출로 더 많이 벌어들였다면 그 반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을 통해 영업이익을 더 얻었다고 주장하지만 원가를 공개하지 않는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유를 들여와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각종 고정(정제)비용을 어느 쪽에 부담시키느냐다. 그동안의 관례상 정유업계는 이 고정비용을 가변성이 높은 해외보다는 국내 매출에 부담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염명천 자문역은 “과거 정부가 석유가격을 결정하던 시절, 고정비용 문제를 가지고 정유사 측과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면서 “그때 정유사는 고정비용 대부분을 국내에 부담시켰고, 이에 따라 해외보다 국내 영업이익을 줄여서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유사에 의해 국내 매출에 따른 영업이익은 물론 석유 판매가격까지 일방적으로 조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한편 정유사는 주유소 측에 ℓ당 5원 또는 10원씩 하는 고객적립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주유소에 따라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지역인데도 주유소마다 5원, 10원씩 차이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일부 주유소는 또 카드 결제 시 부담해야 하는 카드수수료 1.5%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칙대로라면 주유소가 부담해야 할 몫이다.

주유업자 A씨는 “카드회사는 소비자들에게 받은 수수료 1.5% 중 1%는 회사 수익으로 가져가고 0.5% 정도만 여러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 시대, ‘세금 인하는 절대 불가’라는 정부와 카르텔을 유지하며 유가를 좌지우지하는 정유사들 사이에서 소비자들만 당하는 형국이다. 이런 정부와 정유사에 유가 결정구조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를 높여본들 이들이 꿈쩍이나 할까? 소비자들이 더 현명해져야 할 이유다.

▼ OECD 국가 2007년 1분기 휘발유(Regular Gasoline) 가격 비교
국가 가격(달러/ℓ) 1인당 GNI(2006년 기준)
오스트레일리아 0.912 34,056
오스트리아 1.299 38,664
캐나다 0.802 38,498
체코 1.247 13,231
덴마크 1.571 51,414
독일 1.620 35,451
일본 1.146 35,095
한국 1.514 18,372
멕시코 0.614 -
뉴질랜드 0.990 25,572
미국 0.624 43,877
OECD(평균) 0.751  
출처 : 국제에너지기구(IEA), 단위 : 달러




주간동아 2007.10.23 607호 (p44~48)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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