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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인가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인가

10월11일, 정부가 끝내 기자실을 폐쇄했습니다. 국정홍보처가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내 부처별 기자실에 연결돼 있던 인터넷 선을 차단했다고 합니다. 이에 반발한 기자들은 ‘출근 투쟁’을 벌였다고 하지요.

일찍이 민주국가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취재지원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당사자인 기자들은 그게 싫다며 시위라도 벌일 태세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정부 구상대로 기자들이 소위 ‘통합브리핑룸’에 사이좋게 모여앉아 정부가 불러주는 기사를 받아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언론매체의 차별성이 없어지겠지요. 해마다 치열한 경쟁률을 통과해야 하는 기자 직업에 대한 매력도 뚝 떨어질 게 분명합니다. 앵무새처럼 정부 발표를 옮겨 적는 일에서 보람을 느낄 젊은이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언론사는 경영난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똑같은 신문이나 잡지를 돈 내면서 읽을 독자가 얼마나 될까요?

기자들은 이런 일들이 두려워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반발하는 게 아닙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직업의 ‘재미’가 사라질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입니다. 드러난 현상의 이면(裏面)에 대한 호기심, 남보다 더 나은 지면을 만들겠다는 경쟁심, 내가 쓴 글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좋아질 수 있다는 공명심,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저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끝내 그 잘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관철한다면? 이 일 때려치우고 이민 가는 것이라도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크게 보면 이 정부의 언론정책은 민주제도의 기본 원리인 다원주의(pluralism)를 말살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항상 자기 뜻대로만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오만입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 주장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는 꽃을 피웁니다.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인가
아니, 이 정부의 언론정책에 관한 한 ‘성숙한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일 것 같군요. 지금 정부에서 언론정책을 주도하는 이들도 전직 기자들이라는데, 지금까지 그들의 언행에서 ‘성숙한 인간’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부로 간 전직 기자분들, 제 말이 불쾌하신가요? 그렇다면 반론하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의 주장을 들어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는 아니니까요.

편집장 송문홍



주간동아 2007.10.23 607호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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