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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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는 이름의 담론 예술의 옷을 입다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7-10-04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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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이라는 이름의 담론 예술의 옷을 입다

    작가 함경아 씨의 설치작품.

    2007년 국제작가포럼(AFI)의 국제전시가 쌈지스페이스와 대안공간 루프에서 9월 10일부터 시작됐다. 전시 주제는 ‘기억의 기술’. 국내 대안공간 연합체 ‘대안공간 네트워크’의 올해 프로젝트 중 하나다.

    AFI의 올해 화두는 ‘기억’이다. 기억에는 사적(私的) 기억, 공적(公的) 기억, 어린 시절의 추억, 역사,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런 사적·공적 기억을 어떻게 그릴 수 있는지, 그릴 수 없는 부분들은 또 어떻게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전시는 또 무의식과 트라우마 등을 체험적으로, 통각적으로, 공감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러시아 영화감독 에이젠슈테인의 ‘전함 포템킨’에 나오는 오데사의 계단을 소재로 한 함경아의 거대한 설치작품에는 전직 대통령 집에서 발견된 갖가지 오브제들이 놓여 있다. 그 계단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오르면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위험한 지점에까지 오르게 된다. 그 공적 기억 혹은 역사는 권력의 상징으로서의 지위, 국가원수로서의 지위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지위에 대한 차가운 평가를 내리게 한다.

    기억은 또 어떤 징후나 느낌들 혹은 감각 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손정은의 설치작품 ‘복락원’은 여성적이고 가상적이며 환상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그 속에서 과거의 상처와 죽음, 생명 등에 대한 기억이 느껴진다. 그 과정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도 있다.

    게임의 요소가 도입된 다로 이즈미의 비디오 작품에서는 기억이 일종의 재미나 체험, 아니면 조금 비현실적인 것이다. 김월식의 작품 ‘다기조아 10호점’은 특정 지역에 한정돼 나타나는 개인적인 취향이나 문화적 행위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한 단편을 엿보게 한다.



    기억이라는 담론을 감각과 체험, 무의식을 통해 접근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의 형태로 표현된 기억의 다양한 양태와 주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9월30일까지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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