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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밤의 경제학’

2.8% ‘미아리텍사스 맥주’를 아십니까?

2.8% ‘미아리텍사스 맥주’를 아십니까?

2.8% ‘미아리텍사스 맥주’를 아십니까?
한 유명 맥주회사의 홈페이지. ‘저온 발효’에서 ‘비열 처리’까지 제조공법(?)도 다양한 제품이 14개나 소개돼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고알코올(도수 6.9%) 맥주도 있고, 노래방용으로 알려진 무알코올 맥주도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 회사가 만드는 맥주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름하여 ‘저스트라이트’ 맥주도 존재한다.

일반 소비자에게 생소한 ‘저스트라이트 맥주’는 알코올도수가 2.8%로 국내에서 시판 중인 맥주 가운데 제일 순하다. 하지만 이 맥주는 아무 데서나 맛볼 수 없다. 이 맥주를 맛보고 싶다면 반드시 ‘어딘가’로 가야 한다.

그 장소는 다름 아닌 집창촌. 그래서일까. 이 맥주는 ‘미아리텍사스 맥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미아리텍사스에서 일하는 한 여성 접대부의 말이다.

“서울 미아리에만 있는 맥주예요. 서울 영등포와 지방 몇 곳에도 일부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아가씨들의 건강과 꽤 취한 뒤에야 이곳을 찾는 남성들의 몸을 생각해서 들여온 맥주죠. 한 2, 3년 됐어요.”

이 맥주의 정체를 알기 위해 맥주회사에 전화를 걸어봤더니 오히려 이런 질문이 날아왔다.



“그 맥주를 어디에서 보셨어요?”

“미아리텍사스에서 봤다”고 하자 그 직원은 “그렇다면 맞다”고 답했다. “특수 경로를 통해 판매하는 맥주로 시중에는 공급하지 않는다”는 설명. 이 관계자가 들려준 ‘저스트라이트 맥주’의 역사는 이렇다.

2003년 맥주회사들은 일제히 도수가 낮은 맥주를 시장에 내놨다. 과도한 음주문화를 질타하는 사회 분위기에 부응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블루오션 전략’이었다. 하지만 실패였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설비와 광고비를 쏟아부었지만 소비자는 저알코올 맥주를 외면했다. ‘밋밋하고 쏘는 맛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 쌓이는 재고만큼 맥주회사들의 시름은 깊어갔다.

이때 등장한 ‘흑기사’가 집창촌. 집창촌 여성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온 것이다. 덤핑으로 넘기다 보니 업주들도 좋아했다고 한다. 그렇게 3, 4년이 흘렀고 이제 이 맥주는 ‘미아리텍사스 공식 맥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한 업주에 따르면 미아리 집창촌에는 O, H사가 만든 저스트라이트 맥주가 평균 2, 3일에 한 번, 4t 트럭 한 대 분량이 공급된다. 맥주회사로서는 그야말로 ‘효자시장’인 셈이다. 이 사실을 좋아해야 하나, 감춰야 하나. 맥주회사들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쁜 기색이다.



주간동아 2007.10.09 605호 (p6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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