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3

2007.09.18

장기 수혈 환자, 철중독증 조심

  • 조덕연 충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

    입력2007-09-12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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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 수혈 환자, 철중독증 조심

    수혈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 철은 각종 장기 손상을 유발한다.

    초등학생 때 코피가 멎지 않는 증상으로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이후 장기간 정기적으로 수혈을 받아온 박모(34) 씨는 최근 갑작스레 생긴 당뇨병 때문에 무척 당황했다. 게다가 간기능에도 이상이 생겼고, 월경이 없어지는 등 예기치 못한 증상들이 나타나 충격을 받았다. 처음엔 재생불량성 빈혈 때문에 나타난 이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장기간 수혈을 받으면서 철(Fe)이 체내에 쌓여 생긴 ‘철중독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수혈을 받아야 하는 박씨로서는 큰 걱정이었다.

    우리 몸에는 다량의 철을 제거하는 통로가 없어 반복적인 수혈로 체내에 들어온 철(수혈팩 1개당 200~250mg)은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여러 장기에 쌓이게 된다. 과다하게 축적된 철은 각종 장기 손상을 유발하는데, 이를 철중독증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철중독증은 수혈을 20단위(10회 수혈) 이상 받거나, 혈액의 저장철 함량(혈청 페리틴)이 1000ng/mL 이상인 경우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다수 환자는 당장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철중독증은 심부전, 간기능 장애와 간경화, 당뇨, 성선(난소 및 고환)기능 장애, 나아가서는 뇌하수체 이상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장기간의 수혈로 인한 체내 철분 과다축적과 그 합병증에 대한 조사가 국내 7개 대학병원에서 이뤄졌다. 이 결과에 따르면 수혈치료에 의존하는 혈액질환자 3명 중 1명이 철중독증 상태이며, 이들 중 30%는 심한 장기 손상이 발생해 혈액질환과 철중독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중독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질환, 당뇨, 심부전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따라서 잦은 수혈이 필요한 혈액질환자는 주기적으로 혈청 페리틴 수치를 검사해야 한다. 아울러 철중독증으로 인한 장기 손상을 막고, 골수이식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혈액질환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철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철 제거(철 킬레이션)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체내 철 제거에는 일주일에 5~7회, 하루 8시간씩 맞는 주사치료제가 사용됐는데, 고통스러운 데다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줘 치료에 대한 환자의 순응도가 매우 낮았다. 특히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는 혈소판이 작기 때문에 주사제를 피하주사로 투여하는 치료가 힘들었다.

    장기 수혈 환자, 철중독증 조심
    그런데 올해 하루 한 번 경구 복용하는 새로운 철 제거제 ‘엑스자이드’가 출시돼 투약의 불편함과 투여시간을 줄이면서 철중독증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엑스자이드는 물이나 오렌지주스에 타서 복용하면 되는데, 기존 주사치료제와 효과는 비슷하면서도 투약이 간편해 치료를 기피하거나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던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를 크게 높일 수 있으리라 본다.

    조덕연 충남대병원 혈액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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