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남궁성우 기자의 X파일

오현경 “내 젊은 날 아픔만큼 사랑받고 싶어요”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오현경 “내 젊은 날 아픔만큼 사랑받고 싶어요”

오현경 “내 젊은 날 아픔만큼 사랑받고 싶어요”

SBS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출연으로 10년 만에 복귀하는 오현경 씨.

미스코리아 출신 연기자 오현경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된 사건은 1998년 벌어졌다. ‘O양 비디오 파문’으로 불린 이 사건은 당시 연예가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충격을 불러왔다. 대중의 관음증은 한 개인의 삶을 파괴했고, 동영상의 주인공 오현경은 미국에서 도피생활을 해야 했다.

오현경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하는 촌극도 벌여야 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상처는 고스란히 그녀 몫이 됐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희대의 해프닝은 오현경에게 악몽으로 이어졌고, 성형 부작용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도 뒤따랐다. 재벌가 남성과 결혼했지만 이혼했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추락에 그녀는 절망했다.

어떤 영화 주인공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배우 오현경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풀 한 포기 잡을 힘이라도 있으면 사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네 살배기 딸아이의 엄마로서 그녀는 다시 희망을 기대한다. 복귀작은 9월22일 방송을 시작하는 SBS 주말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오현경은 고심 끝에 주인공을 맡기로 결심했다.

‘신산한 서민 대중의 삶의 무늬를 잘 그려낸다’는 평을 받는 스타 작가 문영남 씨가 삼고초려 가까운 설득을 한 끝에야 그녀는 대중 앞에 나설 수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 조성민과의 화려한 결혼과 최악의 파경을 맞았던 최진실을 지난해 ‘장밋빛 인생’으로 회생시킨 문 작가가 이번에는 오현경의 손을 잡고 영혼의 상처를 치유코자 나선 것이다.

8월7일 오현경은 공개석상에 얼굴을 내밀었다. 10년 만의 나들이였다. 오현경은 우황청심환 하나를 다 씹어 먹고도 떨리는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서른일곱의 나이. 그녀에게선 한 아이의 엄마로서 모성애가 느껴지기도 했고 연기에 대한 갈증이 넘쳐나는 승부근성도 엿보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는 오현경은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카메라를 제대로 응시하지 못했다. 그동안 카메라가 그녀에게 어떤 흉기보다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 되었음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오현경은 “10년이나 20년쯤 후 사업가로 성공하면 모든 것이 잊힐 것이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마음속 꿈을 이루지 못하면 다른 어떤 것으로도 그 꿈이 충족되지 못한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20대 후반에 불운한 사건으로 연기자의 꿈을 포기했을 때 사람들에게 가졌던 원망과 결혼 실패 후 딸과 함께 사는 일상도 오현경은 숨김없이 전했다.

주말드라마 주인공 맡으며 10년 만에 연기 복귀

“20대의 저로서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더는 여자로서의 삶을 살지 못할 것 같았고 평범한 여자로서도 살기가 순탄치 않았다. 사람들한테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스피커로 전해오는 오현경의 깊은 한숨은 쉽게 치유되지 않을 듯했다.

그녀에게선 피해의식의 단면도 엿보였다. “앞에서는 모두들 다독여주지만 뒤에서는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가장 후회하는 일’을 묻자 대답이 길어졌다. “어릴 때는 맏딸로 사랑받았고 일찍 연예계에 들어와 주변의 도움만 받는 삶이었다. 나를 관리하거나 관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깨닫지 못했다”는 오현경은 “인간으로 성숙하는 길을 잘 몰랐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을 추스르는 방법도 몰랐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취재진의 가슴을 저미게 한 대목은 딸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자는 엄마가 되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그녀는 “일할 힘과 용기 모두를 딸에게서 얻는다”고 말했다. 오현경이 강조한 부탁은 차라리 애원에 가까웠다. “오현경의 딸이란 이유로 자의든 타의든 갖고 가야 할 짐이 있을 텐데, 엄마가 연기자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하기를 바란다”는 그녀는 악플만은 자제해달라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기에 기자회견장에는 순간 침묵이 흘렀다.

오현경이 보낸 지난 10년에 대해선 대중과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모든 사람이 오현경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면 좋겠다.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최악의 터널을 빠져나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녀가 더는 넘어지지 않고 대중의 사랑을 온전히 받기를 기대해본다.



주간동아 600호 (p116~117)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94

제 1294호

2021.06.18

작전명 ‘이사부’ SSU vs UDT ‘강철부대’ 최후 대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