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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제자리 ‘위기의 孫’ 어쩌나

정체성 논쟁 상처, 비전 제시 실패… DJ·386 의원도 선뜻 안 나서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지지율 제자리 ‘위기의 孫’ 어쩌나

지지율 제자리 ‘위기의 孫’ 어쩌나

8월15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맨 앞)가 설훈 전 의원(앞에서 두 번째) 등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3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 그의 옆에는 ‘지원군’이 많았다. 열린우리당(우리당) K, L 의원이 특히 열성적이었다. 그들은 “(한나라당을) 나오는 것이 살길”이라며 손 전 지사에게 결단을 촉구했고, 장외에서도 그의 결단을 부추겼다. 설악산 모 사찰의 J 스님과 서울 소재 모 사찰의 M 주지스님, 시민단체 관계자, 손 전 지사의 친구인 소설가 황석영 씨와 시인 김지하 씨 등이 직간접적으로 ‘손심(孫心)’을 뒤흔든 주인공으로 거론된다. 한 지인은 프랑스에서 만난 유명 역술가가 전했다는

“6월이면 대운이 펼쳐진다”는 손 전 지사의 ‘대선운(運)’을 언급하며 탈당을 촉구했다. 고민하던 손 전 지사는 결국 결단을 내렸고 ‘시베리아 벌판’에 섰다.

탈당한 지 6개월여, 손 전 지사는 ‘대운’을 맞이했을까. 표면적으로 그의 정치 여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도움을 주겠다며 탈당을 부추기던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등을 돌렸다. 낮은 지지율도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범여권 1위라지만 실속이 없다. 주변에서는 “10%대를 넘으면 대세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손 전 지사 캠프의 생각도 같다. 그러나 지지율이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한때 10%대에 근접했지만, 다시 6~7% 전후로 내려온 뒤 반등 기미가 없다.

무엇보다 광주에서의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졌다. 범여권의 여론은 통상 ‘광주’에서 시작된다. 동교동을 찾아가고 광주를 수시로 방문했지만, 최근 호남 여론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쪽으로 기우는 낌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나면 이제 범여권 대선 예비후보들의 컷오프가 시작된다. 손 전 지사 측은 1위가 목표다.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그러나 2위와 의미 있을 정도의 차가 있는 1위를 기대하기란 부담스럽다. 사람과 조직이 여의치 않은 손 전 지사로서는 고민이 많다.

손 전 지사의 문제는 정체성 논쟁과 비전 제시 실패라는 두 가지 이유로 귀결된다. 손 전 지사의 정치 원적(原籍)은 한나라당이다. 그러나 지금은 반(反)한나라당의 집결체인 범여권 중심에 섰다. 이 ‘변신’에 대한 설득 논리가 약하다. 국민은 묻는다.



“14년간의 한나라당 활동과, 여권으로 변신한 지금의 모습 중 어느 쪽이 진짜 손학규인가?”

주변에선 ‘여권으로 온 지금이 제대로 길을 잡은 것’이라고 말하지만, 반박이 따른다.

“그렇다면 국회의원과 장관, 도지사 등 한나라당에서의 정치활동은 위장취업인가?”

모순된 상황은 해명할수록 의구심만 커진다. 방법은 과거를 접고, 미래로 가는 것뿐이다. 말로 과거를 묻으려 했던 것이 광주 발언이다. 8월3일 광주를 찾은 손 전 지사는 “광주를 넘어 세계로 가자”고 제안했다. 정체성 논란을 빚는 과거사 공방을 마감하고, 관심을 미래로 돌리려는 의도였다. 범여권 주자들이 이 의도를 읽고 말꼬리를 잡았다. 천정배 의원은 “짝퉁 한나라당 후보”라고 다그쳤고, 이해찬 총리는 “한나라당의 몸통”이란 다소 거친 표현으로 정체성 논란을 야기했다. 논쟁을 피하며 우회하던 손 전 지사 측이 정면 대결로 돌아섰지만, 손에 쥔 수단은 마땅찮아 보인다.

여권 컷오프 의미 있는 1등 가능할까

정체성 논란은 대세론을 형성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 8월9일 우상호 의원이 손 전 지사 캠프에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12일에는 전병헌 의원이 뒤를 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임종석 송영길 의원 등 여권 내 386 주류도 잇따라 손학규 캠프에 합류해야 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 측이 “386이 어떻게…”라며 정체성을 문제삼자, 386 인사들은 일제히 중립지대로 물러섰다.

믿었던 동교동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손 전 지사는 동교동계 출신인 설훈 전 의원을 영입해 캠프 상황실장직을 맡겼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의식한 인사였다. 그러나 설 전 의원의 과거가 역풍을 몰고 왔다. 그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 죄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손 전 지사가 그를 영입하자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다른 사람도 아닌 설 전 의원을 어떻게…”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동교동도 뒤로 물러섰다. 범여권의 ‘빅3’ 진영에 동교동 조직과 사람을 분산 배치시킬 뿐, 손 전 지사가 내민 손을 선뜻 잡아주지 않는 눈치다.

손 전 지사 캠프는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는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캠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양 진영은 경선 기간에 주고받은 독설로 서로에게 심한 상처를 입혔다. 243개 지역구의 국회의원과 평당원까지 선혈이 낭자하다. 이긴 사람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겠지만, 패한 사람은 설 자리가 넓지 않다. 경선에 승복하거나, 새로운 선택을 하는 정도다.

양 캠프에서는 ‘차라리…’ 란 말이 공공연하다. ‘손학규 캠프로 가자’는 의미다. 한나라당을 이탈하는 세력이 과거의 연을 매개로 손 전 지사를 찾는다면 손 전 지사로서는 또 다른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범여권 내에서는 이들을 한 묶음으로 보고 제2의 정체성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나면 언론과 국민은 범여권의 경선에 관심을 쏟을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1위를 꿈꾸는 손 전 지사는 아직 준비가 덜 된 듯하다. 손 전 지사의 다음 행보가 궁금하다.



주간동아 600호 (p40~41)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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