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00

2007.08.28

李 잡듯이 콕콕! 與 보란듯 꼿꼿?

  • 정원수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needjung@donga.com/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7-08-20 17:47: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검찰의 운명일까. 대선 때만 되면 정치권, 특히 야당과 악연을 맺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자의든 타의든 한나라당 경선의 막판 흐름을 출렁거리게 한 것은 검찰이다.

    8월16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 측에 사실상 ‘최후통첩’을 선언했다. “종결되지 않은 도곡동 땅 수사와 관련, 조기 발표하도록 압력을 넣은 사람과 언론에 헛된 정보를 흘려 검찰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것. 그 ‘누구’가 바로 ‘정상명 총장’(사진)이라는 사실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검찰 내에서도 “(이번 파문의) 모든 것을 정 총장이 책임진다고 했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도곡동 땅 차명의혹 사건’에 대한 정 총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경선 후다. 경선 후에도 한나라당과 검찰의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정 총장은 또 한 번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 총장으로서는 매사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다.

    사시 17회인 정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법조계 모임인 8인회 멤버이자, 정권 초기 법무부 차관을 지내면서 참여정부의 논리를 파악한 핵심 인사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비주류의 길을 걸어온 것에 반해 정 총장은 줄곧 양지를 걸어왔다. 정 총장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지검 2차장, 서울지검 동부지청장, 법무부 기획관리실장, 대구고검장 등을 지냈다.

    정 총장을 표현하는 수식어는 짧지 않다. ‘친화력을 갖춘 CEO 검사’ ‘보스 기질 넘치는 경상도 사나이’라는 호평이 있는 반면, ‘마당발이자 속내를 들키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악평도 있다. 그러나 그가 검찰 내에서 탁월한 기획통이자 검찰개혁의 선두주자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대검에 미래기획단이나 혁신기획단을 설치하고, 참여정부의 혁신 드라이브에 발맞춰 검찰조직의 사건 처리 과정에 6시그마 방법론을 도입함으로써 호평받기도 했다. 전임 김종빈 총장이 법무부 장관과의 ‘지휘권 갈등’으로 조기퇴진하자 2005년 11월 ‘검찰 중립’ 기치를 내걸고 총장에 취임했다. 2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은 올 연말 대통령 선거 즈음해서다. 사실상 참여정부와 보조를 같이하는 셈. 측근들에 따르면 그의 속내는 ‘후임 총장이 흠 없이 새 시대를 맞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일에 관한 한 검찰 내부에서조차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부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정치권력에서 독립된 검찰”이라는 화두에서 많이 벗어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뉴스피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