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기자들 대선캠프행 러시, 후보와의 인연, 논공행상 기대 등 사연 제각각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서울 여의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 대선캠프가 차려진 용산빌딩 전경.

대선캠프에 기자들이 몰린다. 최근에만 10여 명의 기자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캠프 등 이른바 ‘빅3’ 캠프로 자리를 옮겼다(도표 참조). 이미 캠프에서 활동 중인 기자들까지 합하면 최소 40~50명이 정권 창출에 나선 셈이다.

기자들이 캠프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과거와 달라진 언론 환경이 내적 요인이라면, 대선과 총선이라는 정치적 수요가 외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기자들의 캠프행을 지켜보는 눈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당당하다. “어디서 뭘 하던 사람인가보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봐달라”는 주문이다.

후보 철학에 매료돼 소신 지원하기도

일반적으로 기자는 출입처에서 갑(甲)의 처지로 통한다. 반대로 취재원은 을(乙)의 처지다. 따라서 캠프로 간 기자들은 하루아침에 갑에서 을의 처지로 바뀌는 셈이다. 이로 인해 생기는 일화도 많다.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다 5월 말 사표를 내고 박 전 대표 캠프에 합류한 허용범 공보특보는 7월11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허용범 기자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30여 년간 ‘동아일보’(국장)에서 일하다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한 김종완 언론특보도 아직 ‘선수(?)’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미묘하더라. 취재를 하던 처지에서 하루아침에 취재를 당하는 처지에 서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라고.”



대선캠프는 신문사처럼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구축하기가 어렵다. 혼란스럽고 두서 없는 것이 캠프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1월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한 김효재 언론특보는 이런 분위기를 즐긴다.

“후배 기자가 써온 기사를 만지작거리며 현장을 동경하다 북적거리는 분위기에 빠졌으니 ‘제2의 현장’에 온 듯한 착각이 들지 않겠어.”

대선캠프로 발걸음을 옮긴 기자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후보의 철학이 마음에 들어 스스로 캠프를 찾아간 소신파가 있는가 하면, 과거에 맺은 인연을 매개로 캠프에 합류한 경우도 있다. 최규철 전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소신파에 해당한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언론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전 시장과 아무런 연이 없었다. 이 전 시장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소신에 동질감을 느낀 것이 캠프 합류 배경이다. 김종완 언론특보도 비슷한 경우다. 그는 “이 전 시장이 지난 10년간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후보라는 판단에 따라 캠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캠프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 전 시장을 만난 적이 없다.

오랜 인연을 바탕에 둔 경우도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이 있기 직전인 1979년 10월, 중앙정보부(국정원의 전신)는 당시 ‘조선일보’ 안병훈 정치부장에게 해임 압력을 가했다. 당시 김영삼 민주당 의원의 국회 제명을 추진하기 위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등 고위 인사들이 비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내용의 ‘야당 당수 징계 대작전’이라는 기사를 문제삼았던 것.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박근혜 전 대표 대선캠프가 차려진 엔빅스빌딩 전경.

현실감각 뛰어나 곧바로 실전 투입 가능

당시 ‘퍼스트 레이디’ 구실을 하던 박 전 대표가 이 사실을 알고 아버지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결국 중앙정보부는 해직 압력을 중단했고, 안 부장은 자리를 보전할 수 있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는 박 전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직을 맡고 있다.

1998년 박 전 대표가 대구 달성지역구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때 ‘정치인 박근혜’를 처음 인터뷰한 사람은 당시 ‘영남일보’ 최원영 기자였다. 이후 최 기자는 10여 년간 박 전 대표와 연을 맺어오다 5월 캠프에 합류해 공보특보로 활동 중이다. 18년간 기자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던진 허용범 특보의 캠프 합류 배경은 의외로 심심하다. “그냥 박 전 대표를 돕고 싶은 생각에서”란다. 김재목 전 문화일보 정치부장은 손 전 지사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캠프에 합류했다.

언론을 떠난 그들이지만, 캠프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일은 또 언론과 관련된 일이다. ‘징글징글하다’면서도 그들은 찾아오는 기자들과 마주치는 일을 피하지 않는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주간조선’ 편집장 출신 신재민 메시지단장을 비롯해, ‘조선일보’ 사회부장 출신 함영준 언론특보 등은 여전히 기자들과 함께 뒹구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내고 이 전 시장 캠프로 자리를 옮긴 이동관 공보실장은 공보실 업무를 총괄한다. 오랫동안 정치부 생활을 한 그는 “갑에서 을로 뒤바뀐 처지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김종완 특보는 이 전 시장의 지방 언론조직을 전담하고 있다. 현재 30명 이상의 전직 언론인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이 가운데 10여 명은 언론특보 임명장을 전달해 이 전 시장의 언론조직이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인상을 심어준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기 위해 수시로 가치판단을 강요받는다. 오랫동안 이런 트레이닝을 받은 기자들은 상황 판단에 능하다. 수시로 일이 생기고 응전논리를 찾아야 하는 정치권, 특히 대선캠프는 이런 기자들의 경험과 경륜이 유용하다. 십수 년 기자들과 호흡을 맞춰온 이 전 시장 캠프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기자들의 이런 강점을 잘 안다.

“아이디어가 많고 전략적 마인드로 무장된 그들은 탁상공론하지 않는다.”

박 전 대표 캠프의 신동철 공보특보도 같은 생각이다. 신 특보는 “기자들은 현실감각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정치부나 정치부장 등을 지낸 기자들의 경험과 경륜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최근 대선 예비후보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치부장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대선 예비후보 캠프 측 처지에선 ‘전관예우’에 대한 기대감도 숨어 있다. 몸담았던 신문사가 예비후보에 비판적인 기사를 준비할 경우 강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캠프 활동은 생각지 못한 갈등을 빚기도 한다. 캠프로 간 기자들 중에는 한때 1억원에 육박하는 고액연봉을 받던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캠프에서는 이런 연봉을 기대할 형편이 못 된다.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 손 전 지사 캠프의 참모는 공식적으로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않는다. 모두 자원봉사가 원칙이다. 반대로 캠프 활동은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어간다. 수입은 없고 씀씀이는 늘어난 셈.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김종완 특보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벤처사업을 하는 기분으로 일한다”는 진반농반의 말을 던진다. 캠프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언론 조직을 다지기 위해 수시로 지방을 돌았지만 캠프에서 지원받은 돈은 한 푼도 없다. 특히 이 전 시장 캠프의 참모들은 돈 문제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재산이 많다고 알려진 이 전 시장이 ‘선거자금을 많이 풀 것’이라는 오해를 수시로 받기 때문이다.

‘경향신문’ 출신으로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한 박흥신 전 편집국 부국장 대우 선임기자는 요즘 후배들과 마주치는 것이 부담스럽다. 일부 후배들은 “왜 하필…”이라며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한 ‘선배’의 선택에 아쉬움을 표한다.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박근혜 캠프 및 이명박 캠프(오른쪽) 사무실 전경.

2008년 총선 겨냥한 지원자도

박 전 부국장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은 최근 벌어진 이 전 시장 측과 ‘경향신문’의 송사문제.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 씨가 7월4일 경향신문을 부동산 의혹 관련 보도와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함에 따라 하루아침에 피고소자에서 고소자로 처지가 바뀐 것이다. 캠프의 입장을 대변하면 ‘친정’의 모진 소리를 피하기 어렵고, 친정 입장을 대변하면 캠프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박 전 국장은 시간이 가야 가슴앓이가 끝나리라 예상한다.

캠프에 합류한 기자들은 자신의 정신세계를 대선 후보의 논리와 정치 노선으로 무장해야 한다. 사안마다 객관적 가치판단을 요구받던 기자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전 시장 캠프의 김효재 특보는 “때때로 나 자신을 돌아보면 ‘내가 뭐 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한다. 한 예비후보 캠프에 합류한 전직 언론인 L씨는 “바깥에서 본 후보의 이미지와 안에서 파악한 실체가 다를 때 고민은 배가된다”고 말한다. 막연한 이미지만 보고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때늦은 후회다.

언론인들의 대선캠프행에는 정치권에서 새 기회를 찾으려는 욕구도 깔려 있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언론 환경이 중견기자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고민하는 기자들의 감각, 능력, 출신 언론사와의 ‘전관예우’ 등을 고려한 예비후보 진영은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해가 맞아떨어지면 서로 손을 잡는다.

일부 기자들은 밴처기업처럼 ‘고액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참여정부가 반면교사다. 최근 대선캠프에 참여하는 언론계 출신 인사들 중에는 2008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대선캠프에 자리잡은 허용범 특보는 “기회가 된다면…”이라며 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는다.

언론인의 정치참여는 선거 때마다 논란을 부른다. 현직에 있다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비판론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학자들은 언론의 정치중립성 훼손을 거론한다. 반대 논리도 있다. 언론인도 직업선택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40대 중반을 넘긴 기자가 설 수 있는 공간이 그리 넓지 않은 언론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배경 설명이 뒤따른다. 지난해 5월 ‘미디어오늘’이 국회 출입기자 1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언론인의 정계 진출을 이해한다’는 응답이 77%에 이르렀다.

20∼30년간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쌓은 경험과 폭넓은 시각을 정치에 접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기능적 측면도 강조된다. 중앙일간지 중견기자 출신으로 한 예비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J씨는 “어디서 뭘 하다 온 사람이냐보다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지켜봐달라”고 요구한다. 역사를 만들겠다는 당당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인
이름 캠프 직책 언론사 직위
최규철 언론위원회 위원장 동아일보 정치부장/ 편집국장/ 논설주간
이성준 언론위원회 부위원장 한국일보 편집인
김영만 언론특보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종완 언론특보 동아일보 사회부장/ 국장
김효재 언론특보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논설위원
조명구 언론특보 한국일보 논설위원
김경희 언론특보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김해진 언론특보 경향신문 정치부장
함영준 언론특보 조선일보 사회부장
김용환 언론특보 CBS 방송본부장
임은순 언론특보 경향신문 논설위원
정군기 언론특보 SBS 국제부장
박흥신 언론특보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대우/ 선임기자
김관상 언론특보 YTN 미디어국 국장
신재민 메시지단장 전 조선일보 출판국 부국장
이동관 공보실장 동아일보 정치부장/ 논설위원
강승규 미디어 홍보단장 경향신문 기자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인
이름 캠프 직책 언론사 직위
안병훈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조선일보 부사장
최원영 공보특보 스포츠투데이 정치경제사회총괄부장
허용범 공보특보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
이동욱 공보특보(비상근) 월간조선 기자
이영덕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조선일보 정치부장/ 편집부국장
황재홍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위원장 동아일보 정치부장/ 부국장
송석형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위원장 SBS 보도본부장
김용철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위원장 MBC 정치부장
허원재 방송단장 SBS 이사
이상현 신문단장 한겨레신문 사회부장/ 부국장
김형태 지방언론단장 KBS 시청자센터국장
이용관 지방언론단 부단장 세계일보 기자
표철수 TV토론 대책단장 ITV부사장
이연홍 외곽 지원 중앙일보 정치부장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 손학규 대선후보 캠프의 언론인
이름 캠프 직책 언론사 직위
차재원 공보실 부실장 국제신문 서울정치팀장/ 부장
배종호 대변인 KBS 라디오팀장
조용택 언론특보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대우
김재목 메시지총괄특보 문화일보 정치부장


바로잡습니다.

주간동아 595호 ‘펜보다 강한 것이 정치?’ 제하의 기사 가운데 김용철 변호사의 사진이 김용철 커뮤니케이션위원회 부위원장의 사진으로 잘못 게재됐습니다. 당사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12~15)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41

제 1241호

2020.05.29

정대협 박물관 개관 당시 5억 원 행방 묘연, 윤미향은 그 무렵 아파트 현찰 매입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