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트렌드 사회학

돈도 벌고, 착한 일도 할 수 있다면…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돈도 벌고, 착한 일도 할 수 있다면…

돈도 벌고, 착한 일도 할 수 있다면…
경제학자 정운영은 경제학을 ‘더 많은 밥과 자유를 위한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하지만 이는 추구해야 할 이상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현실 경제에서 어떤 사람들의 더 많은 밥과 자유가 다른 사람들의 더 적은 밥과 자유에서 기인한 것임을 종종 본다. 사실 자본주의에서는 거의 구조적인 현상이다.

구조적인 불평등은 밥과 자유의 쏠림 현상을 낳았고, 이런 이치에 잘 적응할수록 부자에 가까워진다. 착한 사람이 부자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몸으로 깨닫는다. 하지만 동시에 도덕과 이익의 행복한 연대를 꿈꾸기도 한다. 바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다. 이는 지속가능한 발전 또는 행복한 이기주의다.

SRI 펀드, 친환경·사회적 책임 다하는 기업에 투자

그렇다면 투자라는 이익 실현을 위한 행위도 도덕이나 윤리와 결합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대답 중 하나가 SRI 펀드다. SRI란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우리말로는 ‘사회적 책임투자’다.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바로 SRI 펀드다.



이른바 착한 기업, 즉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환경을 보전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

최초의 캠페인이 출현한 것은 1920년대, 미국의 교회를 중심으로 도박·술·담배 등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상품을 파는 기업의 주식-이런 주식을 ‘죄악주식(Sin Stock)’이라고 한다-에서 시작됐다. 그러다 71년 ‘팍스 월드 밸런스드 펀드’가 설립됐는데 이것이 최초의 SRI 펀드다. 이 펀드는 두 명의 감리교 목사가 만든 것으로, 미국이 베트남과 전쟁을 벌일 때 이 전쟁에서 이득을 취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논리에서 생겨났다.

이후 SRI 펀드는 발전을 거듭했고,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600여 개의 SRI 펀드가 있다. SRI 펀드는 투자 규모도 커서 미국은 2005년 말 기준으로 전체 펀드 투자액의 8분의 1 수준, 약 2조3000억 달러가 SRI 펀드로 운용되며, 영국 캐나다 등 서구 국가들에는 어느 정도 보편화된 현상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겠다고 시작한 기업지배구조 개선펀드, 일명 장하성 펀드가 SRI 펀드의 일종이다.

도덕과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SRI 펀드는 현재까지는 이처럼 계속 성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두 가지 에너지가 바탕이 됐다.

첫째, 겉으로 도덕성을 내세우는 것과 상관없이 실제로 SRI 펀드가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투자포럼에 따르면 세계에 투자하고 있는 8개 미국 SRI 펀드의 수익률을 조사했더니 3년간 평균 연환산 수익률이 24.2%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정도면 상당히 성공적인 투자라 할 수 있다. 특히 장기투자에서는 책임 있는 기업의 성장이 양호해서 10년 이상 투자하면 평균주가 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한다.

둘째, 도덕적 투자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구실, 환경정책, 기업윤리 등 수치로는 표현되지 않지만 윤리적으로 가치가 있는 무형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스스로 좋은 사람임을 증명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불평등에 대항해온 역사적 테마 두 가지는 하나가 사회주의 혁명이고, 다른 하나가 복지정책 등을 통한 수정자본주의다. 그렇게 보면 SRI 펀드는 도덕적 투자를 통해 느리지만 점진적인 사회변화를 이끄는 세 번째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이 도전이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는 시금석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87~87)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