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5

2007.07.24

개방성과 안정성으로 국가 진단하기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www.gong.co.kr

    입력2007-07-18 1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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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방성과 안정성으로 국가 진단하기

    <b>‘J 커브’</b><br> 이언 브레머 지음/ 베리타스북스 펴냄/ 330쪽/ 1만8900원

    세상은 복잡하다. 하지만 이를 단순명료하게 꿰뚫는 인식의 틀만 있다면, 여러분은 일상생활뿐 아니라 직업세계에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공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 가운데 하나도 인식의 틀을 통해 세상사를 제대로 해석하고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찰력이라 할 수 있다.

    정치경제 리스크 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의 대표이사이자 컬럼비아대학 교수인 저자 이언 브레머는 ‘J 커브’에 멋진 인식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 원서의 부제는 ‘국가들이 부상하고 몰락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인데,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인식의 틀이 현상 진단과 미래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J 커브’는 무엇을 말하는가? 수직축인 Y축은 안정성을, 수평축인 X축은 정치·경제적 개방 정도를 표시하는 2차원상에 그려진 영문자 J 형태의 그래프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개방성’은 ‘한 나라가 세계화의 추세, 즉 사람·정보·상품·서비스 등이 전례 없는 속도로 국경을 넘나드는 흐름에 얼만큼 보조하는지를 재는 척도’를 말하며, ‘안정성’은 ‘국가가 충격을 감내하는 능력과 충격을 발생시키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한 나라가 이 두 가지를 잃으면 혼란에 빠지게 된다.

    여러 나라의 안정성과 개방 정도의 조합은 그래프상에 점들로 표시될 수 있다. 이때 이들 점을 모두 연결하면 J와 같은 모습이 그려진다.

    J자의 왼쪽 아래에 표시된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덜 개방됐고, 오른쪽에 있는 나라들은 개방도가 높다. J 커브 왼쪽에 자리한 나라는 낙후국가들로 북한 미얀마 짐바브웨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나라는 외부로부터 고립돼 있기 때문에, 즉 개방 정도가 낮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성이 높은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는 제도의 안정성에 의존하기보다 정치지도자 개인-스탈린, 마오쩌둥, 김정일 등-에 크게 의존한다.



    반면 J 커브의 오른쪽에 있는 나라들은 서구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이다. 이들 나라는 개방 정도가 상당히 진행됐을 뿐 아니라 안정성도 높다. 이들의 안정성은 전적으로 제도에 의존한다.

    개방성과 안정성으로 국가 진단하기

    이언 브레머는 대표적인 폐쇄국과 개방국으로 각각 북한과 미국을 꼽았다.

    이 책은 모두 7개 장으로 구성됐는데, 2장은 그래프의 왼쪽에 있는 나라들을, 3장은 이들 나라가 개방을 확대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진행 과정을, 4장은 커브의 최저점에 있는 나라들의 선택, 5장은 그래프의 오른쪽에 있는 선진국들의 사례, 6장은 중국의 딜레마와 미래를 다루고 있다.

    J 커브라는 인식의 틀(또는 개념적 틀)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저자가 이런 인식의 틀을 제시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각 나라 지도자들의 효과적인 대외정책 수립을 돕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북한처럼 고립을 자초하는 나라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다. 동시에 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결정할 때 리스크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한국어판 편집자들은 한국어 부제로 ‘월 스트리트가 투자할 때 정치·경제 리스크를 가늠하는 분석의 틀’을 사용한다.

    J 커브가 주는 메시지는 왼쪽에 있는 나라들이 개방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혼란의 시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런 충격을 얼마나 짧게, 최소한 경험하는가다. 러시아가 전형적인 사례에 속한다.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많은 학자들은 러시아가 민영화, 사유화 같은 개방 조치를 통해 빠른 시간에 안정된 나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막대한 돈을 퍼붓는다고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새로운 정치·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정비될 때까지 불안정한 시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메시지는 왼쪽에 있는 나라들이 개방을 확대할 때 그래프 기울기가 아주 급하다는 점이다. 이는 폐쇄정책을 통해 상대적인 안정성을 유지해오던 나라가 위기에 빠지면 급속히 무너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40년 독재를 연장하는 재선거에 성공해 1시간 가까운 기립 환영을 받은 뒤 며칠 후 처형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렇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폐쇄국가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법은 무엇일까. 점진적으로 개방정책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역동적·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중산층 형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내부로부터 변화 능력을 키워가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바라보는 일과 미래 전망에 도움을 주는 멋진 개념적 틀이다.

    공병호 소장 약력



    개방성과 안정성으로 국가 진단하기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라이스대학 경제학 박사(Ph.D.)

    국토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산업연구실장

    재단법인 자유기업센터 초대 소장

    재단법인 자유기업원 초대 원장 및 창립자

    ㈜코아정보시스템 대표이사

    (현)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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