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5

2007.07.24

전설의 작가들 예술혼 왝! 예술과 페미니스트 혁명

  • LA=황진영 전시기획자

    입력2007-07-18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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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작가들 예술혼 왝! 예술과 페미니스트 혁명
    뉴욕의 명성에 견줄 수야 없겠지만, 로스앤젤레스는 미술 애호가들에게 가볼 만한 도시다. 뉴욕에 이어 손꼽히는 거대 미술시장, 흥미로운 건축물, 그리고 유명한 게티 뮤지엄이 있다.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모카’라고도 불리는 이 미술관에서는 종종 기획이 탄탄한 전시를 보여주는데, 3월4일 오픈한 전시 ‘왝! 예술과 페미니스트 혁명(WACK! Art and the Feminist Revolution)’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8년 넘는 준비기간을 거쳐 21개국 112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여러 면에서 같은 달 23일 시작된 브루클린 미술관의 전시 ‘글로벌 페미니즘’과 좋은 짝이다. 서부의 ‘미술과 페미니스트 혁명’이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가들을 다루고 있다면, 동부의 ‘글로벌 페미니즘’은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작가들을 다룬다.

    글로벌 페미니즘의 작품들이 더 세련되긴 했지만, 왝의 초기 작품들이 이미 보여준 주제의식과 실험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터. 이제는 전설이 돼버린 작가들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점에서도 왝은 볼만한 전시다.

    오노 요코의 비디오는 자신의 옷을 잘라내는 관객에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 퍼포먼스로 여성의 수동성이란 문제를 제기한다. 마사 로슬러의 포토몽타주는 대중매체에 나타나는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새로이 재구성한다. 문학, 퍼포먼스,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언어와 정체성이라는 주제를 탐구한 한국 작가 차학경의 작업도 볼 수 있다. 직접적인 페미니즘의 메시지를 담은 작업부터 예술에 대한 본원적 질문을 던지는 개념적 작업까지 폭넓은 작품을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이 전시는 올 하반기에 뉴욕에 입성할 것이라고 한다. 1월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심포지엄 ‘The Feminist Future’까지 상기한다면 올 상반기 미국 미술의 화두는 페미니즘임이 분명해 보인다. “왜 위대한 여성미술가는 없는가”라는 20여 년 전의 질문이 불필요한 시대가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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