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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김소라 개인전 ‘헨젤과 그레텔’

괴상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재구성

  • 이병희 미술평론가

괴상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재구성

괴상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재구성

‘2007-04-03’(비디오 작품)

김소라는 주로 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전시에서 프로젝트성 작업을 해온 작가다. 그는 특정 상황에서 추출한 기호와 재료를 통해 새롭고 낯선 상황을 재구성해 보여준다. 새로 만들어진 상황은 우스꽝스럽거나 이상하고 심지어 망상적이기까지 한데, 이는 현실을 자의적이고 우연적이며 판타지처럼 분해해 구성했기 때문이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김소라 개인전 ‘헨젤과 그레텔’에서는 최근 일어난 특정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관점을 살필 수 있다. ‘No Secret’ ‘No Regret’ ‘No Return’으로 나뉜 전시공간을 하나하나 거치면서 관객은 작가가 펼쳐놓은 상황과 기호들을 근거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몇 가지 눈에 띄는 단서가 있다.

첫째 공간 ‘No Secret’에서 “Elephant fights/ On the dorsum of/ Big hand(커다란 손의/ 손등 위에서/ 코끼리가 싸운다)”라는 문구를 접한 관람객들은 뭔가 거대한 것들의 각축전을 연상하며 ‘No Regret’으로 넘어간다. 이 공간에는 현실사회의 모습과 숲의 모습이 병치돼 있는데 이는 현실-판타지의 경계나 어떤 차원 이동의 문턱처럼 보인다. 이곳에는 2007년 4월3일이라는 불특정한 날짜의 신문으로 만들어진 ‘Still News’가 전시돼 있다. 이 작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요 뉴스로 다룬 2007년 4월3일자 일간신문에서 글과 이미지를 제거하고 남은 숫자들만으로 구성됐다.

관객은 상황과 기호로 자신만의 시나리오 구성

괴상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재구성

‘Speaking Pictures’

그리고 이어 마지막 전시공간 ‘No Return’으로 가면 ‘2007-04-03’이라는 제목의 비디오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2007년 4월3일자 일간신문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제멋대로) 조합해 만든 이상한 캐릭터다. 예컨대 남자-1은 FTA 협상단과 모 타이어 광고에 나오는 캐릭터를 합쳐 만든 정치적인 인물이며, 남자-2는 2007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골프선수의 녹색 재킷을 입고 끝없이 쫓기고 있다. 그를 쫓는 인물은 ‘동부 익스프레스’ 택배회사에 소속돼 있으며 F-22처럼 절대로 표적을 놓치지 않는 배달원이다. 여자-2의 소녀들은 섬에서 공부해 미국 명문대에 합격함으로써 ‘섬 소녀들의 반란’을 일으키고 모 투자증권 광고에 등장하는 ‘달걀’로 보상받는 존재다.



아마 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을 듯하다. 2007년 현재, FTA를 체결한 한국사회는 혼란을 겪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사회 구성원들은 분해-재조합 과정을 겪으며 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것. 각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괴상해 보이지만 이는 한편으로 오늘날 한국인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8월26일까지, 국제갤러리. 02-3210-9800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76~77)

이병희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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