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5

2007.07.24

발로 차 본능 자극, 공의 변신은 무죄

축구공 표면과 압력, 궤적 계산 등 계속 진화 … 센서 신호 보내는 ‘스마트 볼’까지 등장

  • 축구 칼럼니스트 prague@naver.com

    입력2007-07-18 14: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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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로 차 본능 자극, 공의 변신은 무죄

    축구공 모양의 모자를 쓴 스위스 서포터스.

    어디선가 둥근 물체가 데구루루 굴러온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십중팔구, 그것을 뻥 찰 것이다. 골목에서, 거리에서, 운동장에서 늘 그 둥근 물체를 발로 찬다. 미숙할 때는 그것을 내질러 차는 데 급급하다. 익숙해지면 발의 안쪽이나 바깥쪽을 이용해 회전도 주고 강약도 조절한다. 노련해지면 발바닥으로도 공을 다스린다. 호나우지뉴 같은 브라질 선수들은 발바닥으로 공의 탄력과 회전력을 조절해 우아한 드리블을 보여준다.

    축구공은 완벽하게 둥글어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형에 가까운 다면체다. 이는 스위스 수학자 레오날드 오일러의 법칙에 따른 것이다. 오일러는 ‘면의 수 + 꼭짓점의 수 - 모서리의 수=2’라는 공식을 창안했는데, 12개의 정오각형과 20개의 정육각형으로 만들어진 축구공은 이 원리를 따른 것이다.

    그런데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 가이스트’는 이 공식에서 벗어났다. 6개의 조각과 8개의 부메랑 조각이 합쳐져 이음매를 크게 줄인 공이 탄생한 것.

    월드컵마다 새 공 등장 축구 보는 맛 더해

    이 공은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피버노바만 해도 이전 공보다 회전력과 탄력이 증대돼 골키퍼를 불안하게 했다. 탄소를 가열해 생긴 고압력의 공기방울을 주입한 피버노바는 극대화된 반발력, 탄성, 회전력으로 기술이 뛰어난 선수의 공격 본능을 자극했다. 무리하게 힘을 주지 않고 정확하게 임팩트를 가할 경우 공기저항계수가 향상되는 이 공은 놀라운 정확도와 강력한 힘을 뿜으며 골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 공이 팀 가이스트로 더 발전한 것이다. 키커가 차면 공은 차올리는 힘(lift-force)과 진행 방향의 반대로 끌어당기는 힘(drag-force)의 작용을 받게 되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수많은 조합에 따라 이 힘들이 다양한 공의 궤적을 만든다. 찔러주는 패스, 빈 곳에 떨어뜨리는 패스, 강력한 터닝슛, 날카로운 각도로 골키퍼 겨드랑이를 파고드는 슛 등 다양한 킥이 이뤄지는데 선수들이 찰 때 어떤 회전력과 세기를 줬느냐에 따라 공의 궤적이 결정된다. 공의 표면에 압력 차가 생겨 빠른 흐름과 느린 흐름이 맞물리면서 각도와 힘이 달라지는 것이다. 비행기의 날개 원리처럼 공의 회전에도 이른바 ‘베르누이 정리’, 즉 공기의 흐름이 빠르면 압력은 낮아진다는 원리가 통하는 것이다.

    최근엔 ‘스마트 볼’이 등장했다. 공이 경기장 라인을 벗어나면 센서가 심판에게 신호를 보내는 첨단 공이다. 이 공은 2005년 9월 페루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에서 처음 공개 사용됐지만, 숱한 논란 끝에 아직 공식 도입되지는 않았다. 스마트 볼을 사용하면 심판과 선수들이 빚어내는 인간적인 드라마가 기계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유럽축구연맹 회장 미셸 플라티니도 이를 반대하고 있다.

    ‘베른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다. 패전 이후 시름에 빠진 독일인들에게 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안겨준 1954년 스위스월드컵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당시 독일 팀 감독이 숱한 명언을 남긴 요셉 헤르베르거다. “가장 어려운 팀은 다음에 상대할 팀이다” “경기는 90분 동안 계속된다” 등이 그의 축구철학에서 나온 경구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도 했다. “공은 둥글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둥근 공만으로도 인류는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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