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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불량 한약재, 가짜 원용(녹용) 범람 보약도 마음 놓고 못 먹나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중국산 불량 한약재, 가짜 원용(녹용) 범람 보약도 마음 놓고 못 먹나

  • 이 기사의 취재에 응한 한의사들은 자신들의 이름은 물론 한의원이 자리한 지역도 기사에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 - 편집자 주
중국산 불량 한약재, 가짜 원용(녹용) 범람 보약도 마음 놓고 못 먹나

한의학계에선 최근 가짜 녹용 논란이 거세다.

중국에서 한국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웨이하이(威海)는 ‘한국인을 위한, 한국인의 도시’라고 불릴 만큼 한국화한 곳이다. 웨이하이에선 한약재를 파는 상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인 보따리상이 이들의 주요 고객이다. 웨이하이에서 한 시간가량 떨어진 옌타이(煙臺)에서도 한약재는 인기리에 거래된다. 옌타이발 인천행 페리에 오른 일부 보따리상의 짐엔 한약재가 가득했다.

중국산 한약재는 한의약계의 딜레마다. 수요는 많으나 국내 생산은 부족해 중국산을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한방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도 한약재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보따리상이 들여온 한약재다. 식품용으로 수입돼 의약품으로 전용되는 한약재도 적지 않으며, 중국산이 국산과 섞여 거래되는 사례도 많다.

중국산 한약재 원초적 불신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이 최근 발표한 한약재 중금속 검출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한약재에 중금속이 함유돼 있었다. 소시모의 의뢰를 받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시험 결과, 홍화엔 납이 허용기준(5mg/kg 이하)을 9배 넘게 초과한 47.4mg/kg이 함유됐으며, 백출과 창출에서도 허용기준(0.3mg/kg)의 2배가 넘는 카드뮴이 검출됐다.

한약재의 중금속 오염 문제는 심심찮게 논란이 돼왔다. 또 다른 문제가 바로 이산화황 잔류다. 이산화황은 황과 산소의 화합물로 독성이 강해 공기 속에 0.003% 이상이 되면 식물이 죽고, 0.012% 이상이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 천식환자들이 이산화황을 섭취하면 기도를 자극해 호흡곤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각할 경우 기관지 수축이 일어나 호흡이 멈출 수도 있다.



중국산 불량 한약재, 가짜 원용(녹용) 범람 보약도 마음 놓고 못 먹나

중국산 한약재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은 한의학계의 딜레마다.

그런데 이런 이산화황이 중국산 한약재에서 검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업자들이 벌레먹는 것을 방지하고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표백, 보존, 발색 등의 목적으로 연탄연기나 유황을 한약재에 쐬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황금에선 기준치(kg당 0.03g)의 100배가 넘는 이산화황이 검출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산화황의 허용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서 현행 한약재의 이산화황 허용기준치를 강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한약재에 함유된 이산화황은 한의사에게도 골칫거리인 셈이다. 한의협 소견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일부 과민반응을 보이는 천식환자는 이산화황의 소량 섭취도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약재를 탕전했을 때 80%가 휘산된다고 했으나, (최대) 1500ppm의 기준은 국민보다는 한약재 관계자 처지를 수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수급 문제로 완화시킨 이산화황의 (허용)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식약청은 1998년부터 이산화황에 대한 규제를 추진했으나 번번이 한약재 업계 반발에 직면했다. 2003년 9월엔 이산화황 규제치를 10ppm으로 입안 예고까지 했으나 실제로 기준을 10ppm으로 강화하는 조치는 시행되지 않았다. 식약청의 초기 의도와 달리 갈근 등 134품목은 30ppm 이하, 황기 등 27품목은 200ppm 이하, 천마 등 16품목은 1500ppm 이하로 규정하는 고시가 지난해 2월부터 시행됐다. 10ppm은 이산화황에 대한 우려를 사실상 일소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치다.

이산화황 천식환자 위협

‘주간동아’는 최근 이산화황 규제와 관련해 식약청과 주한 중국대사관 경제상무처 사이에 오간 흥미로운 문건을 입수했다. 중국은 이산화황 허용치를 10ppm으로 규정한 식약청의 ‘생약 중 잔류 이산화황 검사표준 및 검사방법’ 입안 예고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공문의 일부를 발췌해 옮겨본다.

“중약재 원료 가공에 사용되는 유황 훈증은 일종의 전통적인 가공법으로 중약재의 신선한 보관, 병충해 방지, 저장에 유리하다. 약재는 대부분 깨끗이 씻고, 물에 담가두고, 오래 달이므로 이산화황 잔류량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따라서 엄격한 제한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없다. 모든 중약재의 이산화황 잔류 기준을 10ppm으로 설정하게 했는데 이는 비과학적이고 불합리하다. ‘생약 중 잔류 이산화황 검사표준 및 검사방법’을 합리적으로 개정해 기존의 우호적인 중한 경제무역 협력관계를 유지해주기 바란다.”

식약청은 이러한 중국 측 주장을 반박하는 공문을 주한 중국대사관에 보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산화황 1일 허용 섭취량(ADI)을 0~0.7mg/kg/day로 정하고 있으며, 하한값을 0으로 정한 이유는 천식환자 등 일부 민간그룹에게는 아주 소량이라도 유해하다는 임상자료를 근거로 한 것이다. 또한 미국 유럽연합 등에선 민간그룹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0ppm 이상 함유 시 포장재에 표시하게끔 하는 등 그 유해성을 인정하고 있다. 한약재를 물로 씻는 것, 끓이는 것 등 가공과정에서 이산화황은 80%가 제거되고 20%가 잔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황청심환 등 환제와 산제로 복용하는 경우엔 물에 끓이지 않으므로 약재 중의 잔류 이산화황이 그대로 체내로 들어온다. 특정 질환이 있는 환자는 그 질환 치료를 위해 특정 약재를 장기간 매일 일정량 복용하게 되므로 해당 품목의 기준은 일반 기호식품보다 엄격하다. 이러한 한국의 실정을 이해하고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국민 모두 좋은 한약재를 복용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 바란다.”

식약청의 설명대로 중약재 가공과정의 훈증법은 특정 질환군에 유해할 수 있으며, 산제나 환제로 사용되는 한약재는 이산화황이 제거되지 않아 몸에 해로울 수 있다. 10ppm이라는 기준치는 WHO의 ADI를 고려해 과학적으로 계산된 수치라고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산화황 잔류 기준치를 10ppm로 강화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 한약재에 대핸 규제치가 없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고 수급 불안과 중국과의 통상마찰 부분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수급불안과 국민건강 중 어느 게 더 중요한 것일까? 식약청은 입안 예고한 대로 한약재의 이산화황 잔류 기준치를 10ppm으로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박재완 의원은 “일시적으로 수급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수출국에 까다로운 기준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불거진 ‘녹용 논란’도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9월 MBC는 국내 유통 러시아산 녹용인 ‘원용’의 절반이 가짜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전국의 한의원과 약재상 24곳에서 무작위로 수거해 원용이라면서 팔리는 녹용을 DNA 분석한 결과 50%가 ‘다른 녹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MBC는 또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녹용이 중국을 거쳐 ‘러시아산 원용’으로 둔갑, 국내로 불법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고가에 거래되는 러시아산 원용으로 둔갑했다는 북미산 엘크는 사슴만성소모성 질병(CWD·속칭 ‘광녹병’) 우려로 수입이 중단돼 있다. WHO는 광녹병이 있는 사슴을 사람이 섭취하거나 가축 사료로 이용하지 못하게 권고하고 있다. 그리고 북미산 엘크는 약효도 원용에 비해 떨어진다는 게 다수 한의사들의 평가다. 한의사 A씨는 임상 경험이라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러시아제 원용의 약효를 100으로 봤을 때 중국산은 70~80, 뉴질랜드산은 50, 북미산 엘크는 10 미만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은 세계 최대 녹용 소비국으로 전 세계 유통량의 80%를 소비한다. 국내에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녹용은 러시아산(원용), 중국산(깔깔이), 뉴질랜드산 등인데, 약효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산이 가장 고가다(‘원용’ ‘깔깔이’ 등은 원래 무역상들이 쓰는 용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녹용 논란의 진실은 무엇일까? 한의사 B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5년 7월 B씨는 한약재 업체 C사, H사를 통해 한약재와 녹용을 구입했다(H사는 한의사 184명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전 대한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한의학계 실력자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B씨는 구입한 녹용의 효능에 이상을 느껴 한 한의대에 DNA 검사를 의뢰했다. DNA 검사 결과 녹용의 상대 부분은 원용, 분골 부분은 엘크로 각각 판별됐다고 한다. 그런데 H사는 B씨가 납득할 수 없는 의견을 내놓았다.

“러시아에서는 원용으로 여겨왔던 ‘마랄사슴’ 외에 다양한 이종이 사육되고 있으며 사슴이 서식하는 기후, 절각 시기, 먹이 등 환경적 요인이 녹용 질을 결정하므로 녹용의 품종 구분은 의미가 없다. 원산지가 중요하다.”

광녹병 엘크도 은밀히 유통

러시아에선 마랄사슴만 사육하는 것으로 알던 한의사들은 한의학계 실력자들이 참여한 H사의 이런 설명을 듣고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그 와중에 논란에서 비껴선 뉴질랜드산 녹용값이 폭등했다. 한의사 C씨의 설명이다.

“뉴질랜드산 녹용값이 2배로 뛰었다. 러시아산 원용에 엘크가 섞여 있을 수 있다는 의심 때문에 상당수 한의사들이 뉴질랜드산을 찾았기 때문이다. 북미산 엘크가 홍콩 중국 등에서 세탁된 뒤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원산지 운운하는 H사의 설명을 납득하기 어렵다.”

러시아 정부가 국회로 보내온 문건의 내용도 H사의 설명과는 다르다.

“러시아엔 마랄사슴과 얼룩이사슴만 존재할 뿐, 엘크는 서식하거나 사육되지 않는다. 이번 분쟁은 H사가 야기한 문제로 러시아산 녹용의 이미지 훼손과 한국인들의 건강에 미칠 위해가 걱정되므로 양국이 공동 노력해 조속히 해결하자.”

H사는 러시아 정부의 이런 주장을 재반박한다.

“녹용은 러시아연방 고르나이알타이공화국의 주요 수출품인데, 자국에 엘크가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 러시아산 녹용의 가격 하락이 우려돼 국익 차원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서도 엘크가 분명히 자라고 있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나고 자랐으면 미국인인가, 한국인인가? 미국인이라고 봐야 한다. 사슴도 마찬가지다. 엘크가 러시아에서 사육되면 그 녹용은 러시아산이다. 원산지가 중요하지 종은 중요하지 않다. 예전에 베링해가 붙어 있을 때 다 섞여서 지금 사슴은 모두 잡종이다.”

H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러시아 정부가 한국 국회에 거짓말을 한 셈이고, 러시아 정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H사가 밀수된 북미산 녹용을 구입해 국내에 유통시킨 셈이 된다. 그러나 H사는 “시중에 북미산 엘크가 유통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우리를 통해 수입된 것은 러시아에서 자란 엘크”라고 강조했다.

광녹병이 우려되는 북미산 엘크가 국내에 유통되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녹용은 부과세율이 43.9%에 이르러 오래전부터 밀수가 성행했다. 또 정상적으로 통관된 녹용 일부도 수입 가격을 낮춰 신고하면서 탈세하는 일까지 생긴다고 한다.

녹용 논란은 일반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의사들 사이에선 ‘뜨거운 감자’다. 한의협은 한의학계 실력자들이 포진한 H사를 두둔하는 모습이다. 일부 한의사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한의사 D씨는 “일선 한의사들도 녹용 문제에서만큼은 한의협 집행부를 불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E씨도 “과거 협회는 원용에 엘크가 섞이지 않게 주의하라는 주장을 폈고 밀수를 단속하는 데도 적극 협조했다. 그런데 협회의 한 임원은 ‘단일품종으로서의 러시아산 원용은 없다’면서 과거의 의견을 뒤집고 녹용업체를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실제 한의협은 2004년까지만 해도 엘크를 원용으로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거래 차단에 앞장섰다).

물론 H사의 주장대로 엘크이건, 마릴사슴이건 종이 아니라 원산지가 중요한 것일 수 있다. 러시아산 녹용(마릴사슴)의 약효가 탁월하다는 것은 한의사들의 임상 경험에 의존한 결과일 뿐이다. 널리 사용되는 한약재임에도 녹용의 유효성분과 임상 결과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 그럼에도 녹용을 둘러싼 논란은 소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한의사 F씨의 말이다.

“한의학계의 불감증이 심각하다. 그동안 거의 모든 한의사들이 존재한다고 믿어왔던 단일품종으로서의 원용이 실제로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소비자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 하나 둘씩 생기면 위기가 오게 마련이다. 객관적인 조사팀이 꾸려져 실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정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한의사들이 올바른 경로로 구입한 한약재는 완벽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소비자 처지에선 한약을 지을 때 약재의 원산지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일이다.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30~33)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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