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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은 법과 원칙 앞에 떳떳한가

  •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대학은 법과 원칙 앞에 떳떳한가

대학은 법과 원칙 앞에 떳떳한가
고교 내신등급제 정책이 무력화되는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채찍을 들고, 대학들은 이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학개정법을 두고 대학이 반발하고 나선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런가 하면 대학사회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총장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모습들이 우리 대학의 현주소다. 마치 정치권처럼 대학가도 한시도 잠잠할 날이 없어 보인다. 아니, 정치의 축소판 같다. 교육의 장과 정치의 장이 닮아 있다는 말, 즉 둘 사이에 상동관계(homology)라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은 좀 충격적이다. 대외적으로 대학은 자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때로 법이나 정부 정책과도 부딪친다. 정치인들도 자신과 집단의 권력 쟁취를 위해 법과 정부에 대항한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듯한 이러한 대학의 태도는 안타깝게도 상당수 국민에게 비교육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비록 그것이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참다운 교육을 향한 과정일지라도 정당하지 않아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사학법 개정에서도 드러났듯, 정부가 추진하는 법 제정과 정책에 대한 대학의 반발과 저항은 매우 크다. 특히 참여정부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서 정부의 채찍질이나 약발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학은 과연 정부에 대들어도 괜찮을 만큼 떳떳할까? 고교 내신등급제를 둘러싼 정부와 대학의 교육이념의 간극은 메울 수 없을 만큼 큰 것일까? 사학법 문제도 대학 스스로 학교법인 운영의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할 수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또 정부 행정보다 대학 행정이 더 합리적이고 투명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대학의 총장직선제는 대통령 선거보다 합법적이고 공정하게 치러지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총장 선출을 놓고 대학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폭로전은 정치권보다 나을 게 없어 보인다. 우리 대학처럼 교수들이 총장직이나 보직에 관심 많은 나라가 세계에 또 있을까 싶다. 게다가 교수들도 발끈하면 고소·고발을 주저하지 않는 모습은 정치권과 너무 닮았다. 정치를 하려면 교수직을 버리고 정치 마당으로 나가는 게 옳지, 이른바 ‘폴리페서(politician+professor)’들은 상아탑의 분위기만 흐려놓고 있다.



총장 선출 둘러싼 암투·계속되는 고소·고발 ‘정치판 빼닮아’

교육부령에 의한 이중전공, 연계전공을 교묘히 눈속임으로 만들어놓고 편법으로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이를 아무리 지적해도 대학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교수임용 비리도 근절되지 않는 대학가의 추문이다. 박사학위도 없고, 논문 한 편 없는 사람이 1위 추천후보로 올라간 경우도 있었다. 모교 출신, 자기 제자를 심는 학계의 동종교배는 지금도 성행하고 있다.

대학원생들에게 강제로 지도교수를 할당하면서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대학도 있다. 현장실습도 안 하고 최고 학점을 받고, 이를 적발해 강의를 못하게 하자 학교와 스승을 고소하는 제자도 있다. 제자의 논문을 표절하는 교수는 여전히 건재하고 제자들 위에 군림하고 있다. 동료 교수를 죽이기 위해 고소를 남발하는 교수와 제자가 있는가 하면, 총장에게 교수 비방투서가 수십 통씩 날아오고 캠퍼스에 비방 전단이 살포되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에도 김대업식 비방과 폭로가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대학인지 삼류 정치판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세계화시대에 우리 대학이 자율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대학 스스로가 문제점을 시정하고 개혁해나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하여 대학이 정치판을 닮았다는 얘기가 더는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학이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우리 대학의 희망이 보일 것이다.



주간동아 2007.07.03 592호 (p100~100)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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