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2007.06.19

축산환경 개선에 올인 ‘동물복지’ 개척자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6-18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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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환경 개선에 올인 ‘동물복지’ 개척자
    어미돼지는 아기 낳는 기계다. 좁은 우리에 끼여살며 해마다 두세 번 임신을 강요당한다. 새끼돼지는 태어난 지 10일이 안 돼 송곳니와 꼬리가 잘린다. 서로 물어뜯는 걸 막기 위해서다. 도축장으로 끌려온 돼지들은 날카로운 막대기에 찔리면서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한다. 그러곤 죽음을 예감한 듯 괴성을 지른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외교센터에서 최근 열린 ‘동물복지와 축산물 안전성과의 관계’ 세미나에서 동영상 한 편이 상영됐다. 참석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본 이 동영상을 찍은 이는 (사)한국동물복지협회 조희경 대표. 그는 10개월 동안 전국의 7개 도축장과 11개 돼지농장에서 돼지사육 실태를 조사했다.

    “한국은 아직도 동물 복지를 생소한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러나 농장 동물의 복지는 동물뿐 아니라 육류를 섭취하는 소비자에게도 중요합니다. 공장에서 물건 찍듯 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벌어지고 있어요. 대부분의 소비자는 자신이 먹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모르죠.”

    태어나자마자 신체 일부가 절단되고 평생을 우리에서 살다 전기봉을 맞으면서 죽어가는 게 우리가 먹는 돼지의 일생이다. 한국은 축산물 한 마리당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집단으로 사육되는 탓에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동물이 극단적인 스트레스를 느끼면 축산물의 품질도 떨어집니다.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엔 윤리적인 책임이 뒤따릅니다. 한국의 돼지들도 두려움이나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려야 해요. 공장식 농장의 비윤리적 관행은 소비자가 거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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