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2007.06.19

인생 조언도 맞춤시대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입력2007-06-13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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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조언도 맞춤시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3.4%가 전문 코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취업사이트 ‘사람인’, 직장인 800명 대상). 전문 코칭 센터도 여러 곳 생겨 이미 비즈니스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코칭은 컨설팅이나 멘토링처럼 직접 해법을 제시하거나 조언을 해주기보다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돕는 방법이다.

    코칭 제도가 가장 먼저 발달한 분야는 스포츠다. 여러 종목의 프로 리그가 시작되면서 코치들도 전담 분야가 세분화됐다. 그러다 1980년대 후반에 인생 전반을 코칭하는 ‘라이프 코칭(Life Coaching)’ 분야가 등장했다.

    개인 경력뿐 아니라 기업들도 소비자 눈높이 코칭

    미국 시애틀에서 재무설계사로 일하던 토머스 레너드는 고객들에게 재테크 상담을 해주다 인생 전반으로 조언의 영역을 넓혔다. 여기서 라이프 코칭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라이프 코칭은 대기업 임원에게도 적용됐는데, 1993년 돈 페퍼스와 마사 로저스라는 사람이 이 개념을 마케팅 분야에 확대해 ‘원투원(One-to-one)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을 소개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정보를 통해 맞춤화된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후 라이프 코칭은 유명한 코치들이 국제코치협회(ICF)를 설립하면서 널리 확산됐고, ‘일대일 코칭’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됐다.

    코칭의 필요성은 삶의 복잡성에 기인한다. 태어나서 자라고 성인이 돼 자기 밥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지만 갈수록 지식과 경험 없이는 헤쳐나가지 못할 일이 많아지고 맨몸으로 부딪쳐 뚫고 나가는 데 한계가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메모, 정리, 협상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항목들에 ‘~의 기술’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많은데, 이는 그만큼 현대인이 실제적인 지식과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예전엔 책이 대표하는 것처럼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효력이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무기로는 개인별로 훨씬 복잡해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나침반 구실을 못할 때가 많다. 즉 각자 처한 상황과 꼬인 문제에 맞춰주는 눈높이형 해결방식이 필요해졌다. 이것이 바로 코칭인 셈이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유명한 코칭 사례가 있다. 르노닛산의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곤(사진)은 1999년 적자 13조원의 닛산을 떠맡게 됐다. 그는 취임 후 스스로 CEO가 아니라 코치임을 선언하며 중견간부 600여 명을 코칭 교육에 참가시켰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3개월간 일대일 코칭을 실시하고, 직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후 닛산은 3조원의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코칭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의 경력이나 인생의 고비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기업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코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사 물건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소비자의 구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쇼핑 스타일에 대한 조언을 건넬 수 있으며, 나아가 소비자의 삶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가이드 구실까지 할 수도 있다.

    산업문명 시대의 꽃은 표준화였다. 그것이 대량생산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식정보문명 시대는 표준화를 넘어 맞춤화의 세상이 됐다. 그 맞춤화의 목록에 이제 인생을 위한 조언도 포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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